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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동화] A monkey 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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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 그의 어깨 너머로 나타난 것은 정확하게 1년하고도 2개월 26일전이었다. 그날 그는 알게 된지 보름 정도 된 여자와 처음으로 모텔에 가게 되었다. 상대는 압구정동 어딘가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였다. 그녀는 미용 기술 전반에 걸친 견해차이로 미용실 원장과 시시때때로 충돌하였는데 그날 역시 헤나 염색 시 인도산을 사용할 것인가 일본산을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오후 내내 설전을 벌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를 앞에 두고 미용실 원장의 센스 없음에서부터 성격적 결함까지 마구잡이로 험담을 늘어놓았지만 그에게는 인도산 헤나를 쓰든 일본산 헤나를 쓰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그는 헤나 염색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하물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미용실 원장의 꼬장꼬장한 성격 같은 것에 그가 흥미를 느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그것 참 안됐군요.’, ‘언젠가는 그 원장도 당신의 진심을 이해할 거에요.’와 같은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지 미용실에 처음 출근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원장 사이에 있었던 유구한 다툼의 역사를 끝도 없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틈틈이 시간을 확인했지만 결코 그녀의 이야기를 중간에서 끊거나 화제를 돌리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길고도 지루한 이야기가 끝났을 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술집을 나서면 우리 둘은 섹스를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 부드럽게...”

그녀는 조금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는 거칠게 밀어붙이는 것을 그만두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그녀의 몸 안에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목소리가 크고 감정의 굴곡이 심한 편이었지만 침대에서만큼은 최대한 표현을 자제하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하였다. 입 밖으로 신음소리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윗니로 아래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그가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허리 아래를 조금씩 움찔움찔 할 뿐이었다. 그는 문득 자위용 인형과 섹스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헤나 염색이나 미용실 원장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불평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스러웠다. 그저 사정을 늦추기 위해, 이렇게 한 번의 섹스가 끝나면 사이 좋게 담배를 나눠 피고 우리는 잠시 동안 연인 사이가 되는 거겠지 하고 조금 미래의 일을 생각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움찔거리던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오르가즘이 다가온 모양이었다. 그는 자제하던 피스톤 운동에 탄력을 가해 이전보다 빠르고 거칠게 그녀를 몰아붙였다. 무엇보다 첫 섹스에서 두 사람의 오르가즘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야 여자는 둘의 관계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그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저게 뭐야!”

여자는 가만히 있던 허리를 움직이며 그와 리듬을 맞추다가 불현듯 소리를 지르고는 있는 힘껏 그의 양어깨를 밀어냈다. 무방비 상태로 오르가즘을 향해 달리던 그는 난데없는 그녀의 저항에 그만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닿는 순간까지 그는 이 돌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가 바라보는 쪽을 보았다. 정확한 상황 판단은 되지 않았지만, 나타나서는 안 되는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너편에는 대형 거울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울 안에는 공포에 질려서 다리 사이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도 모르고 있는 그녀와 사정 직전의 성기가 팽팽하게 발기된 채 정면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칠 뿐이었다.

“원숭이... 원숭이가....”

“원숭이라뇨?”

“당신 어깨 너머로 원숭이가 나타났어요. 털이 북실북실하고 삐쩍 마른 원숭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는 순간적으로 그녀가 한 말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도통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색다른 형태의 섹스 거절인가 생각해보았지만 그렇다면 좀 더 그럴 듯한 이유를 갖다 댔을 것이다. 너무 아프다던가,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려 한다던가 하지만 그녀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악을 쓰듯 그에게 원숭이를 보았다고 외쳐대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그녀가 무엇을 보고 놀란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밀폐된 모텔방 안에 원숭이가 불현듯 나타날 확률은 우디 알렌이 어느 날 갑자기 유대교의 신이 돼서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아들임을 강력히 부정하고 다니는 것보다 조금 높을 정도였다. 그는 그녀가 헛것을 본 모양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이 환영이든 실재하는 무엇이든 그녀를 달래서 다시 섹스를 재개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어깨에 가져간 손도 악을 쓰며 거칠게 뿌리쳤던 것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헝클어져 있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아직까지 발기해 있는 성기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오늘은 그녀를 안정시킨 후 최대한 빨리 모텔을 나가는 것이 최선인 듯싶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그녀의 정신 병력을 의심하며 운이 없는 하루 정도로 치부했지만 그것은 그 후 아주 오랫동안 그가 성기에 혈액이 집중된 채로 뒤뚱뒤뚱 모텔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불편한 날들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4
“그래서 그 여자와는 계속 만나셨나요?”

“아니요. 그것이 마지막이었어요. 하루 종일 미용실 원장 흉이나 보다가 잠자리에서는 원숭이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지르는 여자와 더 이상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원숭이는 계속 나타났다는 것이군요?”

“네 그 이후로도 저와 섹스를 하는 여자들은 어김없이 제 등 뒤로 원숭이를 보았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리고 그 놈은 -실재한다면- 언제나 제가 사정 직전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전희 때도 아니고 사정 직후도 아니고 언제나 사정 직전, 막 정신이 몽롱해져서 두 눈을 감고 사정의 순간을 기다리는 그 타이밍에 나타나는 거에요. 그러면 여자는 어김없이 소리를 지르며 저를 밀어냈고 저는 발기한 성기를 드러낸 채 꼴사납게 뒤로 나자빠지곤 했지요.”

“왜 ‘실재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다시는 거에요?”

“그게 저는 한 번도 원숭이를 본 적이 없거든요. 그놈은 언제나 제 등 뒤로 나타나는 거에요. 제가 들은 거라곤 원숭이를 보았다는 여자의 비명뿐이에요. 하지만 제가 지난 1년 3개월 동안 잠자리를 같이 한 열여섯 명의 여자가 우연히도 섹스 중에 남자의 등 뒤로 원숭이가 보이는 정신 착란증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녀들은 실제로 제 등 뒤에서 털이 북실북실하고 삐쩍 마른 원숭이를 보았던 것이 틀림없는 거 같아요.”

그는 말을 마치고는 새로 주문한 와인 병에서 술을 따라 빠르게 잔을 비웠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는 끊임없이 술잔을 비우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잘 못 센 것이 아니라면 세 병의 와인을 혼자서 전부 마신 것이다. 어차피 내가 계산 할 것이 아니었기에 그가 주사만 부리지 않는다면 몇 병을 비우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다만 발갛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보자 왠지 술 생각이 사라져서 나는 따로 미네랄워터를 주문하여 그것을 마시고 있었다.

“혹시 체위를 바꿔서 하신 적은 없나요? 그러니까 서로 마주보지 않고 서로 같은 방향을 보는 체위로 섹스를 하면 원숭이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에요. 저랑 섹스를 할 때마다 원숭이가 제 등 뒤로 나타난다는데 그것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볼 생각을 제가 왜 안 해봤겠어요?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체위도 해봤고 또 제가 눕고 여자는 안은 채로 제 위로 올라타는 체위도 해봤어요. 하지만 소용없었어요. 그 원숭이는 한순간 제가 섹스에 몰입하여 두 눈을 감는 순간 나타나서 여자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는 사라지는 거였어요. 저는 원래 사정이 가까워오면 두 눈을 감는 습관이 있거든요. 아무리 집중하려고 노력해도 사정이 가까워오면 어쩔 수 없이 두 눈을 감게 되요. 그러면 원숭이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여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놀란 여자가 저를 밀쳐내면 바로 사라지는 거였어요. 그 놈은 주로 제 등 뒤로 나타났지만 때에 따라서 눈을 감고 있는 제 앞에 나타나기도 했고 혹은 거울 속에 모습을 드러낸 후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어요. 언제나 그 원숭이를 목격하는 건 상대 여자뿐이었어요. 그러면 그녀들은 하나같이 저를 밀어내고 황급히 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거에요. 저 역시 발기한 성기를 억지로 팬티 안에 쑤셔 넣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 모텔을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그가 여자와 섹스를 할 때면 어김없이 원숭이가 나타나 그의 사정을 방해하고는 사라진다. 하지만 원숭이는 그에게는 절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나 상대 여성에게만 자신을 드러낸다. 그는 여자들의 증언을 통해 원숭이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 실재를 확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텔 방에 혼자 남아 꼼꼼히 원숭이의 흔적을 찾았지만 그 털이 북실북실하다는 원숭이는 잔털 하나 남기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지웠던 것이다. 

“원숭이한테 특별히 원한 같은 걸 사신 적이 있나요? 동물원에 갔다가 원숭이에게 돌멩이를 던진 적이 있다던가 아니면 해외여행 중에 원숭이 골 요리를 먹은 적이 있다던가 대체 원숭이한테 무슨 원한을 졌기에 섹스 할 때마다 나타나서 사정을 훼방 놓고는 사라지는 걸까요?”

“농담으로서는 재밌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제 이야기는 실제로 저에게 일어났던 일이에요. 웃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하군요.”

그는 조금 불쾌해졌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와인을 따라서 잔을 비웠다. 순간 남의 고민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 조금 미안해졌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지하게 같이 고민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다만 지나치게 황당한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반추해보면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았다. 원숭이는 실제로 나타난다. 그러나 원숭이가 아무 의미 없이 그가 섹스를 하는 순간마다 고개를 내밀며 그의 사정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숭이는 왜 나타나는 것인가?

“이런 거 아닐까요? 원숭이는 당신의 죄책감이 형상화된 거에요.”

“죄책감이요?”

“당신 무의식 저편에서는 당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관심도 없는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는 것도, 그 대가로 섹스와 몇 달의 연애를 챙기는 것도 매우 부도덕하다고 느끼는 거죠. 그래서 당신이 섹스를 할 때마다 원숭이 형상으로 나타나서 당신의 사정을 방해하는 거에요.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당장 여자에게서 몸을 떼고 보다 옳은 인생을 살라고.”

“가정으로서는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왜 하필 원숭이죠? 차라리 어머니가 나타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텐데요.”

“당신 무의식 속에 원숭이가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죠. 미국 속어 중에 남자 성기를 몽키라고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껏 완전히 잘못 살아왔다. 이 말씀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숭이한테 직접 물어보는 거겠네요.”

“어떻게 물어볼 수 있겠어요. 원숭이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는데…….”

“당신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저는 물어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당신하고 섹스를 하게 되면 어찌되었건 제 눈앞에는 나타날 테니까…….”

말을 마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 역시 의외의 제안에 당황한 듯 순간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살짝 밑으로 내렸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원숭이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기 위해 남자친구의 동창과 섹스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내가 갖고 있는 도덕심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행위였다. 더군다나 나는 술에 취하지도 않은 것이다.


5
“먼저 씻을게요.”

나는 담담히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였다. 욕조를 보자 그곳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고 가만히 몸을 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후 샤워기를 틀어 몸을 씻기 시작하였다. 오늘 밤 내내 그와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남자 친구는 분명히 새벽에라도 전화를 걸어 내가 집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기하게도 남자 친구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은 없었다. 뭐라고 할까 그의 동창과의 섹스는 그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매우 개인적인 용무이며 그 상대가 남자 친구라 할지라도 침해받아서는 안 될 일처럼 여겨졌다. 나중에 남자친구에게 이야기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의 고등학교 때 동창과 섹스를 했어. 그는 섹스 할 때마다 등 뒤로 원숭이가 나타난대. 그 원숭이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거든. 단지 그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뿐이니까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어.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갑자기 차가운 물로 바뀌었다. 놀라서 샤워기의 꼭지를 돌렸다. 보일러가 고장 난 걸까? 아니면 단순히 순간적으로 벨브의 발렌스가 흐트러진 걸까?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데 괜찮겠어요?”

욕실 안에 구비되어 있던 가운을 입은 채 밖으로 나오니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담배라도 사러 밖으로 나간 걸까? 아니면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도망친 걸까? 혹시 메모라도 남겼을까 싶어 테이블 위를 살펴봤지만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가만히 침대 위에 올라가 다리를 펴고 앉았다. 실망감도 안도감도 들지 않았다. 다만 그가 사라지고 없는 것뿐이었다. 나는 커다란 베개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모텔 문을 응시하였다. 대체 원숭이가 전하려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혼자 남겨진 것도 그런 대로 나쁘지 않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문 너머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미세하기 들렸다. 분명히 그의 핸드폰 벨소리였다. 그가 문 밖에 서 있음이 분명하였다. 그는 문 앞에서 다시 들어올 것인지 이대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핸드폰이 울리자 황급히 핸드폰 전원을 끄며 혹시 내가 들었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밖에 서 있음을 알게 되자 나는 나도 모르게 벌어진 다리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나 자신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자위를 한 것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호기심 삼아 한밤중에 문을 걸어 잠그고 클리토리스를 어루만지며 소음순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본 적은 있지만 내가 내 자신을 흥분시킨다는 것이 어쩐지 한심하게 느껴져서 그 이후로는 일체 자위와는 연관을 맺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그러던 것이 그가 문 밖에 있음을 확신하자 나도 모르게 손이 가운을 헤치고 들어가 음모를 어루만지더니 가만히 벌어진 틈 사이로 가운데 손가락을 밀어 넣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가 나의 손을 빌려서 내 몸을 탐하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다.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가자 그곳은 급격히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성적으로 담백한 편에 가까웠지만 단순히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침대가 흔들리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에 빠져 들고 말았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도저히 손가락을 뺄 수 없었다. 빼기는커녕 더욱 깊숙이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진동이 온몸을 할퀴듯 스쳐 지나갔다. 나는 전에 없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두 다리를 힘껏 오므렸다. 순간 그 사이에 있던 손이 조여서 고통스러웠지만 그럴수록 손은 질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마치 내 다리와 내 손이 독립된 객체로 따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순간 엉치뼈 아래로부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아찔한 감각이 솟구쳐 올라왔다.

끼익~

순간 굳게 잠겨 있던 문이 소리를 내며 조금 열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떠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 벌어진 틈 사이로 검은 색 고무호스 같은 것이 끝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원숭이 꼬리였다. 거칠고 뻣뻣한 털이 듬성듬성 나 있는, 볼품없는 꼬리 하나가 문 틈 사이로 살랑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잡아보라는 듯. 자신을 잡으면 모든 의문이 한꺼번에 풀릴 것이라는 듯. 독립된 객체로 따로 존재하던 손과 발도, 파도처럼 넘실대던 아찔한 감각도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휘청거리듯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꼬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그것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꼬리를 잡는 순간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거라고, 의식 한편에서 아우성치듯 발목을 붙들고 늘어졌지만 나는 어느새 단호하게 손을 뻗어 원숭이의 꼬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은 치명적일 정도로 여리고 부드러웠다.

나는 반만 맞췄다. 우리가 죄의식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은, 그것이 애초에 피할 수 없는 유혹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나는 손에 힘을 주어 천천히 꼬리를 끌기 시작하였다. 문틈이 좀 더 벌어지면서 응고된 핏덩이처럼 새빨간 엉덩이 두 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The End-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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