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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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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ame of thrones]

사랑은 엄청난 감정노동이다. 하루에 짬을 내어 그 사람을 생각하고, 무엇이 그 사람을 기쁘게 할 지 궁리한다. 내가 한 언행이 혹여나 기분을 상하게는 하지 않았을까 염려하고, 옆에 없을 때는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그런 감정 노동에도 사랑을 하는 이유는 그 대가가 달콤하기 때문이다. 언어나 문화가 다른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랑에 부여하는 형용사가 ‘달콤한’ 임을 봐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절대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을 몰래 들어가 듯. 우리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뒤로 하고 서로 손을 잡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늘 밖에서만 바라보았던 그녀의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벌떡 거리는 듯 뛰었다.
 
마리가 살고 있는 곳은 꽤나 고급 멘션이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역시나 안에 들어가니 방 두개에 아늑한 거실과 주방이 있는 집이었다. 치우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녀의 집은 쓸 대없이 널부러진 물건 하나 없이 가지런했다. 거실에는 화이트톤의 러그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검정색의 고타츠가 놓여 있었다. 거실 곳곳에 발레복을 입고 연기중인 마리의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소파며 테이블이며, 인테리어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굉장히 고급져 보였다.
 
“흠흠! 저기 그러니까.”
 
밖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하며 서로를 만지다가 들어온 것이긴 했어도, 집에 오자 마자 그 키스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갑작스럽게 흐른 어색한 기류 때문이었다.
 
“마실 거 라도 줄까?”
“응? 아니 뭐 나는 괜찮은데.”
 
나는 어설프게 앉지도 일어서지도 않은 자세로 소파에 걸터 앉았다. 이렇게 앉아도 어색하고, 저렇게 앉아도 어색했다. 그런 나를 마리는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쿡쿡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왜 웃어?”
“왜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몰라?”
“아니……뭐 그게……”
 
한국으로 치자면 라면 먹고 갈래? 의 상황인데, 보통 라면 먹고 갈래? 다음에 바로 집에 들어가서 어떻게 전개되는 지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다만 그 멘트가 신호탄이 되어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나 좀 씻고 나올게 이거 마시면서 기다려.”
“어? 응.”
 
나는 얼떨결에 마리가 건낸 캔 음료를 받아 들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위로 살짝 올라간 그 눈으로, 나를 잠시 바라보며 웃더니 이윽고 욕실 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들어 가자 마자 안절부절 했다. 누가보면 여자집에 처음 온 사람인 줄 알 것같은 표정을 하고서, 나는 임산부마냥 심호흡을 크게 하며 그녀가 준 음료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괜히 소파를 한 번 손으로 꾹꾹 누르기도 하고, 이리저리 서성이며 그녀의 방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자세히 보니, 하나는 그녀의 침실이었고 하나는 그녀의 드레스룸이었다. 어딜 가나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나는 조금 열려 있는 마리의 침실 방문 틈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어 구경했다. 책상 하나와 화장대, 그리고 하얀색 시트와 이불이 깔려 있는 작은 침대가 보였다. 물론 호텔처럼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어지럽혀져 있거나 헝클어지지 않은 그런 방이었다. 이걸 보니 내 방은 절대 못 보여주겠다 싶었다.
 
딸칵.
 
욕실문이 열린 것은, 내가 그녀의 집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그녀는 검정색 슬립 같은 것을 입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욕실에서 나오는 수증기에 샴푸 향기 같은 것이 실려와 숨을 턱 하고 막히게 했다. 나는 애써 마리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슬립 밑으로 나온 하얀 다리와, 어깨끈 옆으로 보이는 목선을 보면 씻지도 않고 달려들 것만 같아서였다.
 
“땀 많이 흘렸지? 갈아입을 건 없지만……그래도 씻을래?”
 
“으……응. 씻어야지 당연히. 청결을 위해서……아니 뭐 다른 뜻은 아니고 땀을 많이 흘렸으니까. “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을 보며 그녀는 또 웃으며, 내 등을 욕실 쪽으로 살짝 밀었다. 나는 욕실에 들어와서도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샤워를 시작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사귀고 나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같이 그녀의 집까지 같이 차 속 데이트를 했고, 그녀의 집 바로 앞에서 헤어졌었다. 그런 나날들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마리의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흑심을 품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왠지 마리에게는 그런 제안을 쉽게 하지 못할 분위기 같은 것이 있었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친절함 속에 도도함이 숨겨져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긴장과 흥분으로 달아오른 몸을 몇 번이고 찬물로 씻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찬 물을 뿌리니까 조금 진정이 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샤워를 다 하고 나서도 몇 번이나 주춤거리며 망설이다가, 결국 입고 왔던 옷을 다시 입고 나갔다.
 
내가 밖으로 나갔을 때, 마리는 침실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 있어야 할 지, 방으로 따라 들어가야 할지 또 망설였다. 내가 왜 이러지?
 
“응? 옷을 그냥 다시 입고 나왔어?”
 
그녀는 화장대 거울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나 거울로 비춰지는 슬립 차림의 그녀를 보자 또 확 하고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어? 응. 그렇다고 알몸으로 나올 수도 없고.”
“뭐 어때 나보고 눈 감으라고 하면 되지.”
 
그녀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평상시의 그녀와 조금 다른 모습에, 나는 당황을 하면서도 더욱 마리가 풍기는 그녀만의 분위기에 빠져 들었다. 평상시 밝고 명랑하고, 귀여운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부끄러워 하지 않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오히려 부끄러워 하며 안절부절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나 안아줘.”
 
머리를 다 말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홀리 듯 그녀를 끌어 안았고, 그녀는 내게 안기면서 손을 뻗어 방 안의 스위치를 껐다. 거실 불이 켜져 있어, 마치 무드등을 켠 것처럼 방 안은 적당한 조도가 형성되었고, 안고 있던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맞췄다.
 
마리의 숨결은 뜨거웠다. 지금 막 양치를 해서, 치약 냄새와 샴푸 냄새가 섞여 내 코를 간지럽혔다. 그녀가 평상시와 다른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어둠속에서도 확연하게 느껴졌다. 한참이나 키스를 나눈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하얀 침대위로 쓰러지 듯 누웠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위로 올라타, 내 입술을 빨아먹 듯 키스를 하며 내 상의 단추를 하나씩 풀러 나갔다. 내가 알던 마리가 맞나? 싶어 나도 모르게 중얼 거렸다.
 
“마리……너……”
 
그녀는 대답대신 싱긋 웃었다. 그 작고 하얀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한 눈빛으로 응수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내 얼굴을 뒤로하고, 천천히 내 옷을 벗겨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마리가 자신의 집에 가자고 먼저 이야기 한 것을 떠올렸다. 어쩌면, 내가 가도 되냐고 조르고, 그녀가 마지못해 데리고 가는 것이 그녀가 생각한 그림일지도 몰랐고, 그것이 올바른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부터 지금까지, 항상 조심스러웠던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녀는 먼저 용기를 내었고, 행동으로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조심스러울 필요 없어.’ 라고 내게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나는 망설임없이 그녀의 슬립 안으로 손을 넣었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 맨살의 감촉에 손이 파릿파릿 떨렸다. 그녀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런 옷에 약한 것을 또 어떻게 안 것인지, 그녀는 정확하게 내가 흥분하는 포인트를 읽어내고 있는 듯했다.
 
나 혼자 누워도 좁을 것만 같은 그 침대 덕에, 우리는 더 완벽하게 밀착하며 서로를 탐했다. 너무나 작고 가벼운 몸 덕분에, 내가 살짝만 허리를 감싸도 그녀의 몸은 쉽게 들어올려졌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차에서 눈치보느라 못했던 애무를 시작했다.
 
마리는 평상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섹스에 굉장히 능동적인 아이였다. 내가 사과 같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면, 그녀는 내 얼굴을 가슴쪽으로 당겨 끌어 안았다. 마치 손보다 입술로 해주는 것이 더 좋아 라고 팁을 주는 것만 같아, 나는 그녀의 요구 대로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격한 반응으로 마리의 허리는 휘었다.
 
발레리나 출신 요가 선생님 답게, 그녀의 몸은 매우 유연했다. 우리가 마치 AV배우들 처럼 섹스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능동적인 반응 덕에 나 역시 어색함을 깨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아아……”
 
신음은 그녀가 아닌 내 입에서 나왔다. 그녀의 몸 안으로 진입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좁아서 아플 지경이었다. 그녀는 급해서 헉헉 거리는 내 등을 살짝살짝 토닥이며 나를 독려했다. 섹스를 할 때에도 그녀만의 배려가 있는 것 같았다.
 
조용한 방 안을 마리의 신음소리가 조금씩 메우기 시작했다. 흥분으로 이성을 잃은 나 때문에, 그녀의 슬립은 거의 가슴 위까지 올라가 있었고, 그녀는 팔로 옷을 잡아당겨 그것을 벗어버렸다 둘 다 알몸이 되었을 때, 거실 조명으로 은은하게 보이는 그녀의 나신을 나는 그 후로도 잊지 못했다.
 
그녀는 섹스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까지, 깍지를 낀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끙끙 거리는 듯한 그 신음소리와, 삐그덕 거리는 침대 소리와, 그녀와 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한동안 그 작은 방안에 계속해서 울렸다.
 
“아차. 나 콘돔……”
 
무아 지경으로 섹스를 하던 도중에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했다. 그녀의 표정은 거의 절정을 향해가는 모습이었고, 그 흐름을 깨고 싶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배 위에 사정을 했고, 그녀는 땀에 젖은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땀이 묻어 찝찝할 법도 한데, 그녀는 내 말에도 씻으면 되잖아. 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좋았어?”
 
보통 남자가 묻는 말을, 그녀는 티슈로 몸에 뿌려진 내 흔적들을 닦으며 그렇게 물었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는 내 목을 꽉 끌어 안았다.
 
“나도 좋았어.”
“마리.”
“응?”
“내가 먼저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아서 미안해. 항상 생각만 하고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
“그게 뭐 어때서? 우리는 사귀는 사이잖아. 누가 말하는 게 뭐가 중요해. 내가 가자고 해서 오빠는 불쾌했어?”
“그럴리가.”
“그럼 됐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후희를 즐기듯이 나를 꽉 하고 끌어 안았다. 가녀린 체구 탓에, 내가 온 몸을 이용해 안으니 그녀가 사라져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빠는 조금 놀란 것 같은데?”
“뭐 때문에?”
“내가 적극적이라서. 아니야?”
“사실 맞아. 근데 그래서 니가 더 좋아졌어.”
“적극적인 여자가 좋아?”
“그렇다기 보다는……평소 데이트할 때의 마리의 모습이 섹스할 때랑 달라서 좋았어. “
 
사람은 본능적으로 반전이 있는 것에 끌리는 모양이다. 내 말은 정말 진심이었고, 마리는 그제서야 수줍게 웃으며 내 입술에 뽀뽀를 했다.
 
“난 반대로 그래서 오빠가 좋아. 사실 한 번도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안했잖아?”
“으……응.”
“그래서 더 좋았어. 신중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나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좋았어.”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말했잖아. 오빠는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좋은 사람이야. 사귀면서 더 확신이 들었어.”
 
그동안 어떤 사람들을 만났길래 내가 가장 좋은 사람일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너무 예쁘고 고맙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이나 알몸으로 껴안으며,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더 깊은 과거 이야기를 했다. 마리는 호주에서 꽤 많은 남자를 사귀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결같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알콩달콩한 연애와 너무나 동떨어진 연애관을 가진 사람들과만 연애를 한 것 같다며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내 과거의 여자친구들에 대해 물었고, 나 역시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듣고 있자니 질투나네?”
“그래? 방금 마리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야.”
“질투도 해? “
“어 장난아냐.”
“질투 많은 남자랑 오랜만에 해 보네.”
“……야 마리……”
 
“그러고보니 외국인이랑도 오랜만에 하는 거 같아.”
 
“야……너 진짜……”
 
내 말에 마리는 꺄르르 웃으며 나를 끌어 안았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 그녀는 계속 웃으며 약을 올렸다.
 
“축하해. 이 집에 처음 온 남자야.”
“정말?”
“응. 아빠 빼고.”
“일본에 돌아와서 남자는 한 번도 안 사귀었어?”
“있기는 했어. 근데 그때 나는 도쿄에 있었어.”
“……너 진짜 나이에 비해 연애경험 너무 풍부한 거 아니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려서 신중하게 그 사람을 보고 결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겠거니, 그 마음이 고마워서 사귀기 시작한 것도 있었어.”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내 고백에 왜 바로 대답을 안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빠가 고백을 했을 때도 사실은 호주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 억지로 신중해지려고 했는데, 오빠한테는 신중하지 않아도 되겠더라.”
“왜?”
“글쎄? 그냥 느낌? 신중하고 싶어도 그게 잘 안되던데 오빠한테는?”
“오 마리 그럼 너도 나를 엄청 좋아했구나?”
“에이. 그건 아니고.”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그것이 또 재밌는지 그녀가 웃었다. 장난을 치 듯 서로를 간지럽히고, 입을 맞추다 보니 뽀뽀는 키스가 되고, 키스는 애무가 되며 또 서로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녀가 내 위로 올라타더니, 허리를 내 하반신에 슬쩍슬쩍 비비며 나를 약올렸고, 둘다 흥분해 있는 남녀의 몸은 어느새 바로 하나가 되었다.
 
“오빠.”
“응.”
 
내 위에 올라탄 채로, 그리고 삽입이 된 그 채로 마리는 내 양 볼을 잡고 속삭였다.
 
“한국으로 언젠가는 돌아갈 꺼야?”
“그럴 생각이었는데 수정해야 될 것 같아 계획을.”
“나 때문에?”
“응. 당연하지.”
“그럼 졸업하면 일본에서 직장을 구할거야?”
“응. 그럴거야. 이미 그렇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었고.”
 
그녀는 내 말에 웃으며 입을 맞췄고, 그녀의 허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난끼 어린 그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도 그녀가 속삭였다.
 
“잘됐다. 직장인하고 해 본지도 오래 됐는데.”
“아씨 마리 너 진짜……”
“쉿!”
 
계속되는 장난에 내가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내 어깨를 짓누르며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어떻게 한 것인지, 꽉 하고 내 것을 조여 버렸고 나는 항복하 듯 다시 누웠다. 그녀는 아까보다 더 격한 신음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잡은 내 양손을 포옹하듯 끌어 안았다.
 
“오빠……”
“응.”
“고마워. 나 오랜만에 너무 행복한 생일을 보낸 거 같아.”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이 내 위에서 춤을 추듯 미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라는 듯, 그녀는 여전히 몸을 움직였고, 나는 몸을 일으켜 마주보는 형상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맞췄다. 하나가 된 채로, 서로 마주보고 앉아 나눈 긴 키스는 마치 사전에 합의한 것처럼 오랫동안 이어졌다.
 
“생일 축하해.”


>18화에서 계속

글쓴이 186넓은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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