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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이어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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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긴어게인]

리즈는 그렇게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한참이나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아예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녀가 가 버린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식어버린 커피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그녀가 말한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를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의 인생 경험상 너무나 익숙한 말이었다. 고백 후의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는 딱 두가지 뿐 이다. 하나는 그 고백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의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이 관계만 딱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부족하거나 과하 지도 않게 딱 지금만큼만. 
 
아마도 리즈는 지금의 관계 만큼만 내게 기대를 하는 것 일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마지막에 그녀가 했던 몸의 교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알고 있지만, 그녀를 또 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 남자는 한 명도 없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고백을 하고 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내가 아무리 그런 말을 들은 적이 많은 짝사랑 다경험자라 할지라도 굉장히 아프다는 것을 말이다. 오른팔을 수없이 다친 사람이라고 해서, 뼈가 부러지는 것이 하나도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아프기 전에 그 고통이 어느정도 인지 남들보다 더 잘 아는 것일 뿐. 
 
나는 시린 달빛을 맞으며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왠지 이런 날은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사온 소주 한 병이 덩그러니 테이블 위에 봉지채로 놓여 있었지만, 나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리즈를 처음 보았던 버스 정류장을 떠올렸고, 그녀와 처음 전화통화를 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녀의 회사 앞에서 만났던 것과, 같이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셨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리즈의 앞에서 얼어 붙어 있던 내 모습을 되새겼다. 
 
나는 애초에 무엇을 기대하고 그녀에게 고백을 했을까? 이미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리즈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을 위해 굳이 그녀를 찾아가 확인 사살하듯 고백을 한 것일까?
 
난 안 될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은연중에 그녀를 가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와의 그 짜릿한 첫 섹스 이후로, 아마도 나는 어쩌면 그녀를 가질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고, 또 그녀를 가지고 싶다고 욕심을 품었던 것이다. 
 
성급했다. 그녀는 나를 좋아할 준비조차 하지 않았는데, 내 벅찬 진심이 앞서 섣불리 행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왔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최소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도 하고 고백을 할 걸. 내 마음은 이 정도인데 넌 어때? 라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녀처럼 똑똑하고 사리분별을 잘하는 여자한테. 
 
나는 결국 그날 테이블 위에 있는 소주를 비우고 잠이 들었고, 그리고 그 날 이후 조금 더 달라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또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그 다짐처럼 멍하니 멍 때리는 시간을 줄이고, 더욱 더 열정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다른 뮤지션들을 만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내 작업물들을 직접 여기저기 소개하며 나를 PR했다. 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선배 형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무슨 어디 대출 받았냐?”
“왜요?”
“뭔가 열정적이네. “
“언제는 그렇게 음악하라고 했잖아요.”
“응. 그랬지. 근데 막상 네가 그러니까 약간 무서운데.”
 
먹고 있던 밥을 먹으며 나는 그냥 피식 하고 웃었다. 형은 앞에 있던 음식을 대충 수저로 휘휘 젓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다이어리녀는 어떻게 됐냐?”
“그냥 똑같죠.”
“진전이 없어?”
“아뇨 뭐 고백은 했는데.”
“아하 그랬구나. 설마 늦저녁 갑자기 필이 꽂혀서 그녀의 퇴근시간에 맞춰 찾아가 나 당신 좋아해요 라고 한 것은 아니지?”
“……정확히 그렇게 했어요.”
 
형은 수저를 내팽개치더니 아예 이마를 부여 잡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널 갈구는 이유는, 이미 병신 짓을 했거나 혹은 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어째 그러냐.”
“괜찮아요. 표현 했으면 됐지.”
“되기는 뭐가 돼. 그게 무슨 뜬금포야. 내가 매력 어필 하랬지 찌질함 어필 하랬어?”
 
물론, 난 그녀와 잤다고 형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어떻게 보던지 솔직히 상관이 없었다. 나는 계속 그녀를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녀를 좋아해도 그녀가 싫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지금 미팅 끝! 오늘은 뭐하니?-
 
물론 그녀는 예전과 다름 없이 내 연락을 받아주었다. 나는 더 이상 내 고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전보다 훨씬 밝게 그녀와 대화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녀를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숨기지는 않았다. 
 
그 즈음, 내 삶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나와 같은 레이블에 있는 가수가 공중파를 타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방송 한 편이 임팩트가 컸던 모양인지, 그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나와 같이 작업한 곡들도 검색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게 말로만 듣던 멜론 차트구나.”
“오호? 50위권에 있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차트를 계속해서 새로고침했다. 내 곡이 메이저 차트 순위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꿈만 같았다. 물론 그런 것이 익숙한 형에게는 그냥 ‘꼴값’으로 보였겠지만. 
 
“대박. 50위권이라니. “
“너도 제대로 된 저작권 정산을 이제 받겠구나. 맨날 몇 만원 들어왔을 건데.”
“저작권 정산이 문제가 아니에요. 메이저 차트 데뷔잖아요.”
“그래그래. 기념으로 오늘 배에 기름칠 시켜줄게. 애들 다 부르자.”
“좋아요.”
 
나는 신이 나서 계속해서 차트를 보았고, F5번 키가 빠져라 두드리는 나를 보며 그는 그냥 피식하고 웃었다. 나는 기쁜 소식을 그녀에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어서 휴대폰을 켰고, 잠시 망설이다가 차트 화면을 찍어 그녀에게 전송했다. 
 
-내 곡이 멜론 차트 진입했어.-
 
물론 한창 바쁠 시간인 그녀에게서 바로 답장이 오지는 않았다. 내가 소속 레이블 식구들과 평상시에는 잘 가지 못하는 비싼 고기집에 가서 첫 잔에 건배를 하며 축하를 받고 있을 때쯤 그녀의 답장이 왔다. 
 
-와! 대박! 이거 실화야???-
 
그녀는 아낌없이 축하를 해주었다. 사실 그녀가 이루어 놓은 것에 비해 정말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업적인데, 리즈는 진심으로 축하하며 나를 추켜세워 주었다. 소속 레이블 식구들의 모든 축하보다, 그녀 한 명에게서 받는 인정이 기분이 더 짜릿했다. 나는 그녀에게 들어보라고 파일을 보내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자기가 만든 음악인데 돈 내고 사서 들을 거야.-
 
하, 병신 같이 자기라는 호칭에 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녀는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낸 것일 텐데, 나는 왜 이 단어에 발기를 해버리는지도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그런 호칭을 들은 남자라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무나 듣는 것은 아닐 테니까. 누군가는 그녀의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좋아하고 있을 것이고, 그녀가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쭐해 있을 테니까. 맞아. 나는 축복받은 남자가 틀림없다. 
 
나와 그 소속가수의 ‘메이저 데뷔’를 축하하는 술자리는 늦게 까지 이어졌다. 1등도 아닌 50등인데 뭐가 대수냐고 그 형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사실 나같이 맨땅에 해딩하며 10년 이상 이 바닥을 지켜온 사람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마치, 내가 리즈를 만난 것처럼. 
 
나는 술자리가 있는 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리즈와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오늘의 회식보다 그녀에게서 더 축하를 받고 싶었으니까. 그녀는 퇴근 후 바로 내 음악을 들어보았고 아낌없이 칭찬과 축하를 해주었다. 그냥 맞장구 쳐 주듯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꼼꼼하게 들어보고 해주는 칭찬과 격려에 나는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나서 축하해 줘.-
 
-지금?-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술기운일수도 있고, 아니면 흥분에 들떠서 나온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잠시 황당해 하더니 내게 물었다. 
 
-지금 어딘데?-
 
내가 술을 마신 곳은 그녀의 집과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그녀도 지금 막 퇴근을 했고 집에 가려고 하는 중이었다는 것이 걸릴 뿐. 에라 모르겠다. 
 
-내가 회사 근처로 갈까?-
 
-ㅎㅎㅎㅎㅎ-
 
그녀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가, 5분 후 답장을 했다. 
 
-좋아. 알겠어.-
 
“주인공이 가긴 어딜 가? 얌마!”
 
당연하게도 그런 반응들이 내 뒤통수를 때려대었지만, 나는 사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선배 형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저거 또 병신 짓 하러 가는 구나’ 라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나는 한달음에 도로변으로 뛰어 갔고, 택시를 잡아타고는 그녀의 직장으로 향했다. 
 
보통의 직장인들의 퇴근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차는 막히지 않았다. 내 옷에 베어 있는 고기 냄새들이 신경이 쓰여 나오기 전에 가게에 비치된 섬유 방향제를 뿌려대어서, 오히려 그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바보 같이 굴지 말자.’ ‘그녀 앞에서 얼어 붙지 말고 당당하자.’ 나는 이 두 마디만 수없이 되뇌이며, 정치 얘기로 말을 거는 기사 아저씨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들었다. 
 
이제는 그녀의 회사 쯤은 눈 감고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같은 놈이 스토커가 되면 위험할 텐데 하는 셀프 디스를 하면서, 나는 저 멀리 서 있는 그녀에게로 뛰어갔다. 술을 조금 마셔서 아주 약간 비틀거리는 스텝으로. 
 
“와 작곡가님 왔다!”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가서 막 안아 버리고 싶었다. 편한 청바지에 자켓을 입어도 귀엽고 섹시하구나. 그녀가 좀 더 못 생겨졌으면 좋겠다. 내가 덜 좋아하게.
 
“일 끝났어?”
“응. 누구 때문에 15분 기다렸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운전을 여유롭게 해서.”

내 말에 리즈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왠일이야? 보통 그러면 미안해! 하면서 얼어 붙는데.”
“응?”
“이것이 차트에 진입한 뮤지션의 여유인가요?”
“놀리지 마.”
 
내 말에 그녀는 꺄르르 웃었다. 귀여워. 같이 웃게 되어 버린다. 
 
“뭐 할 건데?”
“응?”
“나보고 만나자고 한 건 자기잖아. 그럼 자기가 뭐 할 건지 말해 줘야지.”
“글쎄. 그냥 얼굴 보고 축하 받고 싶다는 것 외에는 생각을 안 했는데.”
 
내 대답에 그녀가 웃었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왔는데 그녀의 새침한 말투에 또 얼어버리는 내 자신이 미웠다. 그래도, 처음 다이어리를 전달했던 그 날 처럼 대놓고 떨지 않아서 그게 다행이었다. 매번 술을 마시고 와야 하나?
 
“시간이 늦었으니까 간단하게 차나 마시자 우리. 내가 살게.”
 
그녀는 자연스레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옷 위로 닿는 그녀의 손가락 감촉, 그리고 바람이 불어서 느껴지는 리즈의 향기에 나는 또 한 번 취한 것처럼 비틀 거리며 그녀를 따랐다. 
 
“이거 봐. 나 구입했어.”
 
그녀가 따뜻한 차 두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으며 내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구매 목록에 담겨 있는 내 곡을 보니까, 음악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정식으로 말할게. 너무 축하해.”
“고마워. 그리고 갑자기 불러 내서 미안해.”
 
그녀는 내 사과에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망설이지마. 오늘 처럼.”
“응?”
“내 생각을 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좋지만, 너무 지나치게 내 의사만 물으려고 하지마. 내가 거절하더라도, 오늘 처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 해. “
“으……응.”
 
내 대답에 그녀는 웃었다. 
 
“사실 늦게 까지 미팅을 해서 피곤한 날이지만, 네가 갑자기 만나러 오겠다는 소리를 하길래, 내 눈치 막 보는 평소 모습과 달라서 오라고 했어. 축하해 주고 싶기도 했고.”
 
그녀의 말에 나는 그냥 웃었다. 사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오늘도 술 기운이 없었으면 난 또 네 눈치만 보았을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내 말에 부담을 가지거나 곤란해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라는 마음 속의 말은 꾹꾹 눌러 삼켰다. 
 
그녀와 나는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절대로 그날 내가 했던 고백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내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 그녀의 일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내 곡들이 또 차트에 올라오면 이야기 해 달라고 했다. 리즈가 들어만 준다면 내 컴퓨터 안의 파일을 죄다 바칠 수 있는데, 그녀는 꼭 돈을 내고 구입해서 듣겠다고 했다.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뻤다. 
 
“이번주 토요일 오전에 뭐해?”
 
그녀가 내게 물었다. 당연히, 나는 스케쥴이 있을 리 없었다. 
 
“그냥 집에서 있을 것 같아. 늘 그랬듯”
 
내 말에 그녀가 웃었다. 
 
“그럼 우리 만날래? 오전 11시쯤 어때?”
 
나는 술이 확 깨는 듯한 기분에 눈만 껌벅 거렸다. 이거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한 상황이 맞는 거지? 잘 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새벽 1시라도 좋아.”
 
예전처럼 버벅거리지 않고, 충격으로 얼어 붙지도 않고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의 대답 반응 속도였다. 리즈는 그런 나를 보며 또 한 번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가 예약할게.”
“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리즈가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모텔-
 
이번 공격은 좀 강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만날래? 라는 잽을 겨우 막아 내었는데, 모텔이라는 카운터가 턱에 정통으로 꽂혀 버렸다. 나는 그로기 상태로 비틀거렸고, 얼굴은 피가 쏠려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 처럼 빨개졌다. 다행히도 그녀는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어서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예약됐다. 내가 톡으로 보내줄게.”
 
자신이 내게 한 짓(?)이 무엇인지 모르는지, 심장 마비로 쓰러질 것 같은 나에게 그녀는 예약 정보가 쓰여진 톡을 내게 보냈다. 
 
“응? 술 많이 마셨어? 얼굴에 피나겠다.”
“아……응……뭐…….그게…….”
 
나는 아직 그녀를 이기려면 멀었다. 쉽게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그녀와 나눴던 첫 섹스가 다시 떠올라 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진정을 하고 있을 때쯤 그녀가 물었다. 
 
“혹시 즐겨보는 야동있어?”
“뭐……뭐라고?”
 
복싱이 아니라 이종 격투기인가? 쓰러진 상대에게 올라타서 또 때리기 있어? 이렇게 따지고 싶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물었다. 
 
“남자들 다 최애 야동 하나 쯤은 있지 않아?”
“아니 뭐……그게…….없는 것은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왜?”
 
나는 이제 대놓고 말을 더듬었다. 리즈는 턱을 괴고 눈 앞에 놓인 찻잔을 잠시 만지작 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품번좀 알려 달라고. “
 
그 순간 내 폴더 깊숙한 곳에 숨겨진 그 야동의 품번이 목구멍 까지 나왔지만 나는 겨우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갑자기 야동 품번이라니……놀랬잖아.”
“아아. 벤치 마킹 하려고.”
“응?”
 
“자기가 좋아하는 판타지가 거기 있으니까 좋아할 거 아냐? 공부좀 하고 가게.”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정말 진지하게 내게 묻고 있었다. 너를 토끼로 만들어 버리겠어 라는 선전 포고인가? 같이 모텔에 가자라는 말 한 마디 만으로도 진정이 되지 않는 나에게 무차별 폭격을 날리며 그녀는 날 보며 웃었다. 
 
“지금 기억 안나면 자기 집에 가서 나한테 톡으로 보내 놔. 알겠지?”
 
기분이 좋았다. 
 
비록 그녀의 연인이 되지 못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자기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녀를 좋아하는 많은 남자들이 사소한 그녀의 정보만을 얻고 흐뭇해 할 때, 난 그녀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 이정도도 난 너무 행복한 거야. 

 
Babay Zion T(Feat 개코 of Dynamic duo)

저기 저 남자들은 괜히 신이나 있어
(신나있어, uh uh-huh)
이제 겨우 니 이름 하나 그거 하나 알고서
(신나있어 신나있어)

bababy 나와 걸을 땐 더 가까이 붙어줘
(Baby baby, baby babay)
사람들이 보게 해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She's so bad bad
Beautiful, she beautiful
괜히 허리를 감고 싶어, 하고 싶어
오늘은 괜히 묻고 싶어, 묻고 싶어
니가 누구 여자인지 말해

Just call me baby
I call you baby
Yeah baby (yeah baby)
Baby baby (bay bay bay)
I want you to say
Du du du du du-
Yeah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Oh God, 완벽한 신의 반죽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넌 마치
저 남자들은 절대 풀지 못할 함수f(x)
플래쉬몹 하듯 뜨거운 시선들이 모여
주변은 완전 난리 굿
니 존재는 summer on smash
난 괜히 막 신이 나스 life is good

bababy
어디 갈까 baby 맛있는 거 baby 쇼핑lady
두둑히 모셔놨어 내 지갑 속에 위인들
깍듯이 모실게 최고의 미인을
내 옆구리에 꺼지지 않는 난방
마티니 느낌 있게 한잔?
못됐지만 기분 좋은 상상
넌 내일 아침 입고 있을 거야 내 남방

She's so bad bad
Beautiful, she beautiful
괜히 허리를 감고 싶어, 하고 싶어 (허릴 감고 싶어)
오늘은 괜히 묻고 싶어, 묻고 싶어
니가 누구 여자인지 말해

Just call me baby
I call you baby
Yeah baby (yeah baby)
Baby baby (bay bay bay)
I want you to say
Du du du du-
Yeah

여기 내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 같이 걸어줘
이 노래가 들리면 내가 니꺼라고 말해줘
사람들이 보게 해 좀 더 티를 내줄래
I just wanna call you babe, Baby

Baby baby baby
Baby baby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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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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