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이 실전 강좌 (2)에서 소개한 만화나 소설들은 입문서로 적당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판단과 취향이 많이 반영이 된 것들이었다. 어찌 보면 전체 야오이 만화나 소설들 중에서도 상당히 튀는 축이라고나 할까, 그런 부분에서 인기가 있는 작품들이었지만 야오이 독자들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이번 야오이 실전 강좌 (3)에서 소개할 만화나 소설들은 말 그대로 야오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이다. 그만큼 야오이 장르가 가진 특성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거꾸로 야오이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껄끄러울 수도 있는 그런 만화나 소설들이다.
ㅣ초 순정 만화적 야오이 <러브모드>
이 만화의 1권을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러브모드>가 이 정도 히트작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이 작품은 야오이 종합 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만큼 다채로운 많은 커플들이 단체로 등장한다. 사실 설정만 이야기해도 야오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당황하리라. 러브 모드 전체를 아우르는 설정은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면 남성 전문 데이트 클럽에서 일하는 사장 이하 일부 임직원(쿨럭)과 그의 애인들(설명 안 해도 이 애인들이 남자란 건 이제 파악하셨겠지?) 이야기이다.
(c) Yuki Shimizu 1997
<러브 모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B&B의 사장 아오에와 도둑 괭이 소년 나오야 커플.
한동안 야오이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 둘이 언제 베드인 할 것인가가 초유의 관심사다.
<러브 모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플은 이 데이트 클럽 사장과 우연한 사고로(우연이라 쓰고 운명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사장과 연을 맺게 된 불행한 소년 커플이다. 잘 생기고, 쌀쌀맞은 성격이지만 자신 주변의 사람에게는 은근히 다정한 젊은 청년과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도둑고양이 같은 소년이 서로에게 끌리고 마음을 여는 이야기는 신데렐라와 소공녀를 합쳐놓은 듯한 줄거리만으로 순정 만화에도 익숙한 야오이 독자들에게 어필했다.
ㅣ하드 코어 러브스토리 <봄을 안고 있었다>
<봄을 안고 있었다>를 보고 있자면 일본 연예계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동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가가 단순한 선으로 그린 장신의 미남자 커플이 벌이는 티격태격 사랑싸움과 커밍 아웃한 커플로 살아가는 모습은 상당히 재미있다. 여기에 근육질 남자들이 벌이는 적나라하고 다채로운 정사씬 또한 흐믓하다.
(c) Youka Nitta 1999
표지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다른 야오이 만화들과 벌써 주인공 두 사람의 느낌이
틀리지 않는가? 기존의 야오이 공, 수와는 상당히 다른 구도의 관계를 그려 인기를 끌고 있다.
제대로 된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포르노 배우로 살아가는 두 남자가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 출연을 하기 위해 오디션으로 실제 섹스를 한다. (황당하지?)
결국 한 사람은 주인공 중 한 사람이 되고, 다른 사람은 떨어지는데 이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남은 것은 연예인답게 스캔들 속에서 살아남기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화끈한 섹스 뿐. 뭘 더 바라랴,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c) Youka Nitta 1999
<봄을 안고 있었다>의 정사씬은 노골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여러 상황,
여러 체위 등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ㅣ동시에 두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마지막 문을 닫아라>
음, 가끔 게시판을 보면 종종 보이는 고민 중 하나이다. 사람의 매력이란 다 제각각이며 또한 객관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매력 있다고 말하기도 힘든 것이 사랑의 난점이다.
선택을 하긴 해야될 거 같은데 그게 그리 쉬울 리가 있나. 그래서 나온 해법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면 그냥 둘 다 가져라.
즉, 양다리를 걸치란 말이다. 문제는 양다리를 걸치는 상대가 서로를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 중 한 명이 내가 갈팡질팡하는 것도 알고 있다면?
(c) Yugi Yamada 2001
위 세 남자는 무슨 사이일까? 오묘한 트라이앵글 연애를 특유의 발랄,
폭소 터치로 그려낸 만화. 야마다 유기의 만화는 전부 추천한다.
이런 설정을 코믹하고 가볍게 풀어간 것이 바로 <마지막 문을 닫아라>이다. 야마다 유기는 약간 주접스러운 주인공을 꼬여버린 상황에 던져 넣고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특기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조금의 애틋함을 가미하여 야마다 유기표 코미디를 완성한다. 실제로 닥친다면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는데 보고 있으면 참으로 웃긴다. 이런 걸 웃고 넘어가지 말라고?
뭐, 어때, 만환데. 추가로 야마다 유기적인 야오이가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단편집 도 추천한다.
ㅣ현대판 왕자님은 사채업자? <돈이 없어>
<돈이 없어>. 제목에서부터 참으로 심금을 울린다. 그 후속편 제목을 알려줄까? 바로 <돈밖에 없어>이다. 그리고 3편의 제목은 <돈으로는 살 수 없어>. 참으로 심금을 울리며 감동과 교훈을 주는 제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음이 착해빠져 곤경에 빠진 아리따운 주인공 수와 그런 수를 좋아하는 주제에 좋아하는 표시는 잘 내지도 못하고 뭐든지 돈으로 계산하는 사채업자 공이 펼치는 이 이야기는 좀 이상하게 왜곡된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이 소설을 보고 있다보면 여자들의 사랑 받고자하는 욕망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읽다보면 공의 수에 대한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둔한 수는 눈치채지 못하고 이 사람이 왜 이럴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 표현 서투른 공이 수를 좋아하는 것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 사랑에 서투른 사채업자 왕자님의 보이지 않는 발버둥이 눈물겹고 코믹한, 생각과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야오이 환타지이다.
(c) 1999 by Hitoyo Shinozaki, Tohru Kousaka
현실이야 어쨌든 가끔 이렇게 돈 많은 인간이 구제해주겠다고 눈앞에 똑 떨어졌으면
소원이 없겠다. (젊음과 잘생긴 외모는 필수사항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다.)
ㅣ패턴과 변화의 즐거움 <에덴을 멀리 떠나서>
위에 소개한 소설 <돈이 없어>의 왕자님이 사채업자였다면 이번 왕자님은 야쿠자의 망나니 아들네미이다.
사고에 사고를 거듭하던 끝에 돈으로 모든 것을 처바르고 기숙사제 남학교에 유폐되어버린 야쿠자 아들네미와 그 사고뭉치를 조용히 만들기 위해 던져진 불쌍한 신입 교사 이야기는 처음에 읽을 때는 짜증까지 난다.
뭐야, 이렇게 싫은데 왜 이러고 살어?
근데 읽다보면 그리 싫은 것도 아니면서 왜 이리 내숭이래 라며 수에게 짜증이 나게 되고, 그런 가운데 막가파 야쿠자 황태자가 상당히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거기다 이리 찡찡대는 녀석에게밖에 서지 않는다는(!), 몸으로 표현하는 공의 순정에 저절로 감격하게 되는 것이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는 똑같아 보이는 베드 씬이 조금씩 변주되는 과정도 볼거리,
반복되는 패턴 속의 교묘한 변화가 테크노 음악을 듣다보면 취하는 것처럼 이 소설에 취하게 만든다.
이 소설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역시 이 황태자가 미남에 막 나가는 주제에 바람도 못 피고 수를 사랑한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런 여자들의 이상형을 보고 있자면 현실의 남자들은 참으로 좌절스러우리라.
(c) 1998 by Saeko Egami, Yayoi Taketa
민폐 막심한 학생을 떠맡게 된 교사의 불쌍한 수난기.
하지만 읽다보면 누가 민폐 막심한 지, 누가 불쌍한 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야오이 실전 강좌 (3)에 소개된 만화나 소설을 보면서 황당해하는 분들 많으리라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니, 쓰잘데기 없는 거라느니 야오이를 깎아 내리고 야오이나 순정 만화를 너무 많이 보면 현실에서 연애를 못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음, 어쩌면 편견이 아닐 수도..--;)
하지만 야오이 독자들이 남자에 대한 환상만을 키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이 어린 미혼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가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의 산물인 것처럼 야오이는 여성들의 사랑과 성에 대한 환타지를 그대로 펼쳐놓았을 뿐이다.
(가끔 너무 적나라해서 낯부끄러워 그렇지.)
물론 야오이에도 많은 한계들이 존재한다. 야오이를 보는 독자들 사이에서도 야오이의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하여 많은 비판을 한다.
하지만 야오이는 시작된 지 이제 20년 정도 된 아직까지는 신생 장르이다.
일단 여성들이 자신들의 환타지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제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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