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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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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 완연한 봄이다. '봄'하면 뭔가 로맨틱한 무언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먹을 것이 생각이 먼저 난다. 입맛을 돋구는 각종 나물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 나른한 봄바람을 맞으며 잘 구운 고기를 넣고 싸 먹는 쌈!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전통 음식(?) '쌈'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 한다. 쌈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 조선 영조 때 한치문이 적은 '해동역사'에 의하면, 무와 함께 이 땅에 상추를 처음 들여온 이들은 고구려 사람. 고구려 사신이 수(隨) 나라에 들어갔다가 상추 씨를 구입했는데. 어찌나 비싼 값을 주었는지 '천금채(千金菜)'라는 별명이 붙었으나 나중에는 고구려 특산물이 되었다는 것. 흔히 쌈하면 상추, 쑥갓, 깻잎, 배춧잎, 김 정도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모르는 소리,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훨씬 더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취, 미나리잎, 머윗잎, 산 씀바귀, 고춧잎, 소루쟁이(또는 소리쟁이)잎, 아주까리잎, 콩잎, 우엉잎들이 있고, 살짝 데친 미역이나 다시마도 맛난 쌈 재료로 정평이 나 있다. 사실 땅에서 나는 채소 중에 잎사귀가 좀 크다 싶으면 모조리 쌈 재료로 동원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한 쌈을 먹는 자리에서 빠뜨리지 못하는 음식이 보쌈김치다. 배추 넓은 잎에다 배추 속, 깍두기, 고추, 파, 마늘, 생강, 배, 밤, 잣 등 갖가지 재료를 한 보자기에 싸서 익히는 보쌈김치는 가히 가장 정교하고 우아하게 발전한 '쌈 문화'라고 할 만하다. '보쌈'이란 말에는 뜻이 여럿 있다. 음식으로 보쌈이라 하면, 삶아서 뼈를 추려낸 소 대가리나 돼지 대가리 고기를 보에 싸서 눌러두었다가 썰어낸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만 보쌈이 아니다. 과거에는 유교적 전통 때문에 수절 과부가 꽤 많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못해 소박을 맞았거나 남편과 사별한 청상과부 등 속사정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의적으로 독신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법에도 예외가 있듯이 그런 재가금지 시대에도 성 질서의 관용(?)은 베풀어졌다. 과부를 탐내는 독신 남자가 친구나 어떤 집에 과부가 있으면 그 장정을 모아 과부집을 습격하여 과부를 홑이불이나 보자기 등으로 싸서 업고 도망치는데 이것도 보쌈이라고 한다. 과부집에서 이를 알게 되면 뺏기지 않으려고 격투가 벌어지지만 과부를 그 집 대문 밖까지 업고 나오게 되면 그 집 사람들은 그 이상 격투나 추격을 하지 않고, 업혀 온 과부는 의례 그 남자와 사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과부는 재혼할 수 없다는 불문율에 때문에 공공연하게 이러한 방법으로 과부를 개가 시켰다는 것인데, 이처럼 보쌈 풍습을 과부구제법이라고 칭하며 도덕과 윤리 관념 속에서도 인간(과부) 존중 정신이 스며든 인도적이며 선구적인 슬기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하지만 나는 이것이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보쌈이라는 이름의 일종의 '약탈 동거'를 선의적 행위라고 여기는 것은 철저히 남성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이기 때문이다. 과부에게 평생토록 수절해야 한다는 규범을 부여한 것도, 역설적으로 과부 보쌈이란 풍습을 용인한 것도 모두 그 당시의 남자 꼰대들이 아니였는가 말이다. 보쌈을 당한 과부들이 자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였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순히 과부는 마땅히 수절해야 한다는(꼰대들이 만든)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해석할 것인가? 과부는 마치 물건마냥 약탈되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며 치명적인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전적으로 외부에서 가해진 폭력에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자결은 그러한 외부 압력에 대항하려는 최후의 능동적인 표현이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저 새끼랑 하느니 차라리 죽어 버릴테야!" 라고 말하지 못해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오늘도 즐거운 쌈 이야기를 하다가 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어쨌건 오늘 저녁엔 다들 신선한 쌈밥으로 원기 회복하시고 원하는 만큼 뿅 가는 명랑 즐기시길 바란다. 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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