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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시선의 욕망과 진화 - 4분할과 우로츠키 urots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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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학자 맥루한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카메라는 눈의 확장이다.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서 시공간적으로 멀리있는 물체를 눈앞에서 확인할수 있다. 카메라의 등장은 '보고 소유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다만 카메라가 찍은 그림인 사진은 눈을 대체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다. 눈은 거의 180%에 가까운 시야를 가지고 있는 반면, 사진은 렌즈안에 들어오는 물체의 일부만을 드러낼 뿐이다.
 
이러한 카메라의 한계는 멀리있는 현실을 눈앞에서 '리얼하게' 확인하고자 할때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의 정보환경이 멀리있는 것을 가깝게 재현하는 것으로 빠르게 바뀌어가는 동안 더 많은 정보가 더 잦은 시간 간격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재현의 방식또한 '눈앞에 없지만 눈앞에 있는것'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변화하고 있다.

시시각각 들어와 축적되는 시간적 정보와 달리, 여기저기 훓어보기를 통해 받아들여지는 공간적 정보는 특히 눈의 욕망에 충실하다. 인간의 기본적 정보는 눈에 의해 전달되고 분류되기에 눈으로 본다는 것은 물체를 인식한다는 것을 넘어서 물체를 지배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눈의 욕망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성표현물이다.
 
 
확장된 눈의 증식; 에로영화 <사분할>

남성의 눈을 대체하는 카메라는 여성의 육체라는 물체를 천천히 세밀하게 관찰해 나가지만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육체는 눈앞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렌즈의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카메라가 제작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제작자의 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느낀 많은 이들은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방편으로 눈을 증식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이미 오래전에 실행한바 있다.
 
한국 에로영화 <사분할>('터치'로 출시)에서도 위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왜 하필 에로영화냐'라고 묻는다면 '필히 에로영화다'라고 답해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눈의 욕망을 채워주는데 있어 '성표현'만한 소재가 없으며 많은 눈들이 카메라의 눈이 되어 실제같이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분할>은 영화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정사장면을 4대의 카메라로 여러각도로 촬영하고, 이를 화면에 4분할로 배치했다. 모든 정사장면을 4분할로 촬영했으나 비디오로 출시될때는 2개의 정사장면만이 살아남았다. <사분할>의 감독인 봉만대는 한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화면 4분할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골라볼 권리를 주기 위한 것으로 밝혔다.
 
관객의 욕망에 충실한 감독의 말마따나 이 영화는 특정한 각도만을 건네주는 기존 영화와는 달리 눈을 증식시킴으로 인해 거기있는 육체를 좀더 가까이서 지켜볼수 있는 특권을 주고 있다.
 
한편, 눈의 증식을 통한 시선의 다중화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독점을 해체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나의 카메라와 하나의 눈이 대입되어 하나의 시선으로 통합되던 기존의 영상과 달리 여러개의 카메라가 하나의 눈에 대입됨으로써 시선의 통합과 이를 통한 특정 패턴으로의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개의 시선이 공감각적인 일체감을 주며 더욱더 몰입을 가중시킬 것인가 이질적인 시선이 존재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보기와 느끼기가 가능할 것인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
 
 
물화된 시선, 눈-성기의 돌출; 애니메이션 <우르츠키 동자>
 
사물을 제한적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를 넘어서기 위한 눈의 욕망은 <사분할>의 제작방식과 재현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눈이 얼굴에 붙어 머리의 움직임에 종속되듯 카메라는 궁극적으로 손이라는 기계에 의해 움직일수밖에 없는 비독립적인 존재이다.
 
손에 의해 움직이는 <사분할>의 카메라, 남성의 고정된 시선은 일본 애니메이션 <우르츠키동자>(일본의 대표적인 하드코어 애니메이션으로 87년 OVA로 발표됨)를 만나면서 비로소 하나의 물체, 활동하는 주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인간에 내재되어있던 시선이 여성의 육체를 탐하다가 돌연 괴수의 몸으로 변하는 순간. 여기서 시선은 물화되어 몸에서 분리되며 괴수의 몸에서 뻗어나온 촉수 끝에 달린채 여성의 육체를 감고, 삽입하며, 사정한다. 시선이 물화된 촉수는 눈과 성기, 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데, 이는 눈이 가진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수 없다.
 
 
<우르츠키 동자>의 눈-성기는 시선에 극단적인 활동력를 부여함으로써 '보는 자'를 지배자의 자리로 올려놓고 있다. 이는 사물을 마음대로 볼수 있고 만질수 있으며, 삽입할수 있는 남성의 욕망을 완벽히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눈-성기는 남성의 여성지배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이미 생활에서 활용가능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멀리있는 것을 눈앞에서 볼수 있게 만드는 기술의 발달을 통해 자리잡고 있다.
 

파노라마와 훔쳐보기; 거기에 없지만 거기에 존재한다
 
이미 구현되고 있는 파노라마는 여러각도의 사진을 접합하여 네트에 공개함으로써 멀리있는 이가 웹상으로 이 사물을 관찰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우스를 통해 좌우, 상하, 근원의 시선조정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파노라마는 사진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결국, 촉수를 통해 사물에게로 뻗어나가 눈-성기로 자유롭게 지배하려는 시선의 욕망은 네트를 통해 사물에게로 뻗어나가서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찰하려는 기술로 구체화된 것이다.
 
 
파노라마가 눈의 활동을 통해 하나의 공간을 완전히 점유했다면 훔쳐보기 프로그램들은 고정된 눈으로 공간을 나누어 가진 것을 의미한다. 이는 파노라마와 달리 시선의 집중을 끊임없이 강요받고 있기에 모순적이게도 보는 자가 보이는 자에 의해 종속된 형태라 할수 있다. 훔쳐보기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은 이미 우리의 욕망이 시선에 의해 완전히 포획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선이 거기에 없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나를 규정하게 될때 나는 과연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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