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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 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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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남자 그것의 끝부분을 ‘귀두’라고 하고, 귀두를 둘러싼 피부조직을 포피라고 한다. 포피를 잘라내 귀두를 드러나게 하는 걸 우리는 ‘포경수술’이라고 부른다. 고래를 잡는 배를 '포경선'이라고 하는 까닭에 포경수술을 하는 것을 ‘고래 잡는다’라고 부르기도 한다. ‘할례’라는 말도 있는데, ‘할례’ 하면 대개 여성의 할례를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포경수술’과 동의어로 쓰고자 한다.

난 중학교 1학년 때 포경수술을 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먼저 수술실에 들어간 동생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몸서리쳤던 기억이 난다. 수술 전에는 별의별 걱정을 다 했었다. 간호사 누나에게 보이는 것도 창피했지만, 수술 중간에 그게 서 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도 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수술 전 야한 사진을 보여 줘서 서게 한 다음에 수술을 시작한다는데, 그건 사실일까?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는데 내 차례가 되었다. 먼저 나온 동생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형 이제 죽었다.'

그래도 내가 참을성 하나는 꽤 있는 편이라, 비명을 지르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 살갗의 일부가 가위로 잘려나갈 때의 느낌이 너무 싫었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 수술할 때 그렇게 난리를 치던 내 동생은 집에 가서 잘 뛰어다녔는데 반해 난 며칠을 잠도 못자고 끙끙 앓았다. 수술 부위에 옷이 닿으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난 큰 게 꼭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수술 후 난 한동안 바지에 똥이라도 싼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며 걸어야 했고, 수술 후 흉측해진 내 그것을 보면서 한숨을 쉬던 기억도 난다.

우리나라에서 포경수술은 선택이 아닌,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그런 것이다. 40대 미만 남자 중에서 80% 이상이 포경수술을 받았을 정도니, 가히 포경수술의 황금시장이라 할만하다. 포경수술이 관례화된 미국 남자의 포경수술 비율이 60%에 불과한 걸 보면 경이적으로 높은 거다. 다른 나라도 그러리라 생각하겠지만, 세계적으로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20% 미만이며, 이슬람과 유대교 신자를 제외하면 5%도 안된다. 영국 6%, 덴마크 2% 등 유럽의 잘사는 나라들 중 포경수술을 우리처럼 많이 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포경수술을 과연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2. 포경수술의 역사 
포경수술의 역사는 꽤 길다. 기원전 4천년 전으로 추정되는 미이라를 보면 그때도 이 수술이 행해졌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들은 포경수술을 신성한 행위로 간주했으며, 거기다 종교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렇긴 해도 포경수술이 대중화된 데는 유대인들의 공이 크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열심히 포경수술을 하고 있는데, 그건 이스라엘 민족을 할례 받지 않은 이웃 부족과 구별하려는 욕망의 발로였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에다 이딴 말을 써놨다.

 
[‘창세기’ 하느님께서 또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계약을 지켜야 한다. 너희 남자들은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 너희는 포경을 베어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

심지어 이런 말도 썼다.

“포경을 베어 할례를 받지 않은 남자는 내 계약을 깨뜨린 사람이니 겨레에게 따돌림 받게 되리라”

왕따의 원조가 포경수술을 안한 사람을 따돌리는 거였다는 걸 여기서 알 수 있다. 결국 유대인들은 포피를 제거하는 것을 정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 소년들이 포경수술을 받았다. 그때의 포경수술은 성적인 성숙과 사회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고 한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수술이 너무 아프다는 것. 마취제가 없으니 못움직이게 붙잡아서 수술을 했고, 도구라 봤자 돌칼이 고작이니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소년들이 그거 안받으려고 도망가는 일이 속출하자 방침이 바뀐다. 태어난 지 여드레가 되는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시킨 것. 예수 역시 유대율법에 따라 여드레째 되는 날 포경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포경수술이 필수사항이라면 아무도 기독교를 믿지 않을까봐, 기독교에서는 이걸 근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가 받았으니 너희는 안받아도 된다...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사람에게는 할례를 받았냐 안받았냐가 중요하지 않다”

뭔가가 찝찝했는지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할례를 세례로 대체할 수 있다”

 
 

이슬람교 또한 포경수술을 숭배했다.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슬람교에서는 마호메트가 자연포경이 된 상태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즉,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였다는 거다. 이처럼 이슬람에서는 할례를 안받은 남자를 이등시민으로 간주했지만, 유대인처럼 의무조항으로 만들고 왕따를 시키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남아있는 할례의 풍습 중 엽기적인 것만 몇가지 소개한다.

-어떤 아프리카 부족은 새로 태어난 아기는 양성으로 쌍둥이 영혼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소녀들의 음핵에는 남성의 영혼이 자리하고 있어 이걸 제거해야 순수한 여성적 정체성을 갖게 되며, 마찬가지로 소년의 포경에도 여성의 영혼이 존재하므로 할례는 남성성을 찾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함.

-호주원주민 일부에서 할례의 풍습이 남아있다 모두 모여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을 추면서 할례 받을 소년을 겁주다, 갑자기 포피를 잘라내는 게 의식이다.

-마다가스카르의 부족은 할례를 한 뒤 남자 친척이 잘라낸 포피를 먹는다. 으윽! 그들은 포피에 마술적인 힘이 있다고 여긴단다.

-페르시아 여인들도 다산성을 보장받으려고 아들의 포피를 삼킨다. 윽.

-말리 일부 지역에서는 잘려진 포피를 케이크에다 넣어 당사자에게 먹인다. 으윽!

3. 포경수술은 이로운가?
수술이라 함은 병든 조직을 잘라내는 것이어야 한다. 맹장이라는 조직이 별반 필요가 없다해도, 다른 일로 배를 열었을 때라면 모를까, 아프지 않은 맹장을 잘라내기 위해 억지로 칼을 대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포경수술은 이유 없이 정상 조직을 잘라내는 이상한 수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포경수술이 확산될 수 있었던 원인은, 포경수술의 옹호자들이 온갖 의학적인 근거를 갖다 붙였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세이어(Lewis A. Sayer)라는 의사의 쾌거에서 비롯된다.

 
 

1870년의 어느 날, 외과의사인 세이어에게 한 소년이 찾아왔다. 소년은 도움이 없으면 걷거나 바로 설 수 없고, 무릎은 45도 각도로 굽어 있었는데, 갈수록 악화되었을 뿐 아니라 어느 의사도 그를 고칠 수 없었다. 세이어는 진찰 도중 성기의 귀두가 포피에 꽉 죄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성기가 발기하면 고통이 더 심해지는데, 소년의 성기는 굉장히 민감해 사소한 자극에도 발기가 되었다. 성기 때문에 다리가 불구가 된 것이라 생각한 세이어는 소년의 포피를 제거해 버렸다.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소년은 곧 관절을 편 채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로써 포피 협착이나 경직으로 인한 성기의 과민증이 마비증세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획기적인 방법이 발견되면 불치병을 그 방법으로 고치려는 게 인지상정, 이 사례가 논문으로 발표되면서 포경수술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성공사례가 속속 보고되었다.

-루이스빌의 한 의사는 유아의 발작과 고열을 치료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처방했다. 놀랍게도 아기는 이틀 후 회복되었는데, 이건 물론 포경수술을 안했어도 얻을 수 있는 결과였으리라.

-JA Hofheimer라는 의사는 태어날 때부터 간질을 앓던 18세 소년에게 포경수술 시술했는데, 간질의 빈도가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내 생각에 포경수술의 고통 때문에 간질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게 아닐까 싶다.

-결핵성 수막염을 앓던 소년이 포경수술로 회복되었다. 이런 게 논문에 실리다니, 그 당시의 의학은 정말 비과학적이었다.

이런 성공사례는 사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포경수술의 대부분은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간질 환자들, 수막뇌염 환자들이 포경수술로 좋아질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학계의 속성이란 언제나 성공사례에만 맞춰지는 법, 포경수술은 미국 의학계에서 폭넓게 인정되었고, 비르코우(Rudolf Virchow)라는 사람은 포피와 귀두의 마찰이 계속되면 암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사례는 포경수술의 효과를 의문시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포경수술의 옹호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짠다. 포경수술이 치료의 효과보다는, 예방적이고 위생적인 처방이라는 주장을 편 것. 그들의 주장은 다음으로 요약된다.

1) 귀두를 노출해 마찰시키면 더 단단해진다. 성교시 마찰로 인해 찰과상 생길 위험이 줄고 성기궤양도 준다 (매우 그럴듯 하다) 
2) 자위행위 예방에 효과 (자위행위를 왜 예방해야 하지?)
3) 포피가 유착되어 병 생기는 거 막는다 (그럴 수 있겠다). 
4) 피지가 포피 안에 끼어 귀두염 걸리는 거 막는다 (그럴 듯하다).
5) 성욕을 줄여 절제력을 높인다 (준 게 이정도야? 그런 거야?)

그들은 포피를 만악의 근원으로 몰아세웠다. 레먼디노(Peter Charles Remondino)라는 의사의 말이다.

“포피가 있으면...결혼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수도 있다. 밤의 타락에 빠지게 되고... 그로 인해 감옥이나 정신병자 수용소에 갈지도 모른다”

이 말대로라면 포경을 안하는 나라에서는 감옥과 정신병 수용소가 텅텅 비나보다. 그들은 또한 할례를 받은 사람이 음경암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포경수술이 의무화된 유대인에서 음경암 발생률은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음경암의 발생은 다른 문화적인 차이, 예컨대 흡연, 성교 빈도와 양태, 음경의 의학적 상태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지, 포경 그 자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만 해도 60%가 포경수술을 받지만, 포경수술 비율이 1.6%인 덴마크나 1%인 핀란드에 비해 음경암 발생이 높다. 그러니까 개인위생의 향상이 더 중요한 것이지, 포경수술이 음경암의 만능칼은 아니다. 물론 음경의 피부를 3분의 1이나 제거하면 피부종양의 일종인 음경암에 걸릴 조직 자체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의 다음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유방암에 걸릴까봐 유방을 없앨 수 없고, 피부암이 코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코를 없앨 수는 없지 않는가!”

하지만 유방이나 코를 포피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듯싶다. 그렇다면 음경암의 빈도가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유방에 생긴 양성종양이 암으로 될 확률이 5% 미만이라 해도, 잘라내는 게 훨씬 이롭지 않는가? 문제는 음경암의 빈도가 지극히 낮다는 거다. 주위에서 직접 본 건 고사하고 그거에 관해 내게 문의한 사람도 아직까지 없을 정도며, 통계에 의하면 10만명당 음경암 발생은 잘해야 두명이 고작이란다. 십만명에서 음경암 발생을 예방하려고 포경수술을 하는 비용은 380만달러, 두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의 대략 100배다. 수술을 한다고 음경암 발생이 100% 차단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건 포경수술 신봉자들이 주장하는 요로감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지라, 어떤 통계에 의하면 기대수명이 85세라면 유아 때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은 84.999살까지 살고 반대 집단은 84.1살까지 산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불과 14시간 더 살기 위해 몇날며칠의 고통을 초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정리를 하자면, 포경수술이 이롭다는 주장은 그리 신빙성 있는 게 못되며, 음경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건 맞지만 음경암이라는 게 그리 흔한 병은 아니라서 포경수술의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

4. 포피의 신비
귀두를 감싸고 있는 포피, 그건 과연 쓸모없는 조직일까? 포경수술 반대론자에 의하면 포피는 성교에 즐거움을 부여하며, 귀두를 외부의 해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한단다. 성교에 즐거움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괜히 했잖는가. 중1 때 수술을 한 탓에 수술 전후를 비교해 본적이 없는지라,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웬걸, 그들 역시 사춘기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포경을 안했다고 우리한테 구박을 받았던, 그래서 29세에 수술을 했던 친구 생각이 났다. 그에게 전화를 한 결과 그 역시 포경 전에는 한번도 한 적이 없단다. 이런이런, 외국 애들은 정력이 한창인 10대 때 첫 경험을 하건만, 우리의 첫경험은 왜이리 늦단 말인가.

하여간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포피의 중요성을 적극 강조한다. 제프리 제퍼슨이라는 병리학자는 포피가 놀랄만큼 역동적인 기관이라고 감탄을 하던데, 난 잘 모르겠다. 오버 아닐까? 그런가하면 영국 의사인 게어드너는 아이가 화장실에 가는 훈련을 받기 전, 즉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 귀두의 민감한 피부가 소변이나 대변과 접촉해 자극 받는 일이 없도록 포피가 보호를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기저귀 차는 시기를 지난 뒤에 포경수술을 하겠다면 어쩔 것이냐고 물으면 할말이 없을테고, 귀두란 게 원래 소변이 수시로 묻는 곳이며, 소변 때문에 귀두가 자극받아 탈이 났다는 얘기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의미한 말 같다. 주목할 말은 다음과 같은 주장이다.

“포피를 소유하고 있는 쪽이 관계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변강쇠를 꿈꾸는 우리나라 남자들의 귀가 번쩍 뜨일 법하지 않는가? 이건 맞는 말일까? 포경 반대론자들은 귀두가 건조한 외부환경에 노출되면 상대적으로 마멸되어 무감각해지므로, 포경수술을 받은 귀두로 성교하는 것은 팔꿈치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평했다. 반대론자 중 한명인 폴 플라이스는 포경수술이 성적쾌락을 빼앗을 뿐 아니라 상대 여성에게도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했는데, 그의 적나라한 표현을 한번 음미해 보자.

“할 때 포피가 유동성을 부여하는데 이걸 자르면 남근이 쇠꼬챙이 같아져 여성에게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팔꿈치, 쇠꼬챙이, 별의별 말들이 다 나온다. 윌리엄 모건이라는 ‘사람은 모든 정상적 조직에는 그 목적이 있으며 포피는 성교시 윤활작용을 용이하게 해준다’고 말하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포피 없이 성교를 하는 건 르누아르 그림을 흑백으로 보는 것과 같다”

그 조직 하나가 그렇게까지 큰일을 한단 말인가? 포피와 성의 관계에 관한 주장들을 여기에 옮긴다.

-포피는 성적 쾌감에 무지하게 기여하며, 사정반사의 조절도 돕는다(작자미상)
-포경수술 받은 남자가 이성과 구강성교, 항문성교를 하는 빈도가 더 높다. 자위도 더 많이 한다(작자미상)
-포경수술을 받은 음경은 머리 부분이 잘려 나가서 덜 감각적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성적 자극과 전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할 것 같다. 조루할 가능성은 이들이 더 적다(라우만)
-포경수술을 받으면 귀두는 가죽처럼 변해 보통 피부보다 훨씬 덜 민감하게 된다. 따라서 성인남자들은 자신의 음경으로 향하던 관심을 훨씬 줄이게 된다. 이 점이 포경수술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Dr. C.W. Cockshut)
-할례가 유대인을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성적 충동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포경수술을 받기 전에는 부부가 하룻밤에 두세번씩 사랑을 나누고 매일같이 그렇게 하지만 욕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포경수술 이후에는 성기를 삽입하는 순간 사정이 되버리며, 아내 쪽에서는 아무런 쾌락도 얻을 수 없다. 그녀는 홀로 침상에 앉아 좌절감을 느낀다. 포경수술이 성관계를 고통으로 돌려놓았다(마이모니데스)
-할례의 목적은 남성의 성욕을 금지하는 것이다. 어린 남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한 거세불안을 느끼는데, 할례는 거세의 상징적 대체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아버지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아들을 다루기 위해 내린 벌이 할례인 것인데, 이로 인해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적 유대가 깨지고, 아버지 살해 욕망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남자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다.

마이모니데스의 말이 매우 절절하게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포피가 없다고 멀쩡하던 사람이 조루에 빠진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포경수술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땅에도 “9시 뉴스 하는 시간만큼 한다”는 친구가 있으며, 여관과 모텔이 쉬었다 가는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이발소나 다방같이 신성한 장소도 성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하는 곳이 우리나라 아닌가. 성폭력 발생빈도가 거의 세계 1위인 것까지 고려한다면, 포피가 있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끔찍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포피는 다른 곳에서 그 존재의미를 찾았다. 포피는 이식 가능한 새 피부를 만드는 데 이상적인 원료가 될 수 있다. 누가 더럽게 이걸 붙일까 싶지만, 포피조직을 배양해서 이식을 하니 면역계의 거부반응도 없어서 아주 좋단다. 화재 희생자나 당뇨로 인한 족부궤양 환자에서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하니, 포경수술이 앞으로도 계속 시행된다면 포피를 구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 아닐까 싶다.

5. 결론
소아과 의사인 벤자민 스포크(Benjamin Spock)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일상적인 포경수술에 반대합니다. 제게 의견을 묻는 부모들이 계시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그 아이의 가엾고 조그만 음경을 그대로 내버려두세요’ 그것 때문에 어떤 위험이 있다는 증거는 불충분합니다”

조그만 음경을 내버려두라니, 그게 크면 수술을 해도 된다는 것일까. 그들은 포경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이익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예컨대 1985년의 경우만 봐도 미국에서는 요도에 가위가 들어가거나 귀두를 둘로 갈라놓는 등의 부작용이 0.19%에서 생겼다고 한다. 심지어 전기로 출혈을 막으려다 아기 남근에 화상을 입힌 적도 있다는데, 설마, 요즘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 이런 실수를 하면 병원 문을 닫아야지 않을까? 이런 치명적인 것 말고, 흉터가 남고, 음경피부가 부족해 발기가 편하게 안된다든지, 발기한 음경이 휘거나, 성교 중 불편하거나 출혈이 있는 등 포경수술이 어떤 성적 장애를 주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1%나 되었다. 흉이 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성교 중 출혈이라 함은 포경수술을 하고난 직후에 일을 벌였기 때문이 아닐까?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포경수술이 계속되는 이유는 두가지다. 포경수술이 비뇨기과 의사들의 주 수입원이라는 점, 그리고 남들도 다 하는 것이라는 점. 라우만의 말이다.

“부모들은 ‘저는 아기도 아버지와 같았으면 해요. 또 다들 하는데 내버려두었다가 혼자 탈의실에서 당황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건강이나 의학상의 문제가 아니어요. 사람들은 한 토막의 정보를 얻어듣고 그것으로 판단합니다. 또한 포경수술에는 엄청난 이익이 걸려 있죠. 포경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은 250불에서 300불입니다”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고, 또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전통이나 미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계속되기 쉽다. 미국에서 포경수술이 거의 시행되지 않았었다고 치자. 그런 상황에서 한 의사가 미국 소아과학회 연례모임에 참가해 요로감염 및 다른 질병의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갓 태어난 남자아기들의 성기를 수술하고자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또라이 취급을 받을 것이다.

중요한 이유가 한가지 더 있다. 포경수술의 근원지가 미국이라는 점. 예컨대 포경수술이 개발도상국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국제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페미니스트와 의사들, 정치가들, 그리고 인권공동체들이 열정적인 반대운동에 나섰을 것이다.

여성의 음부를 잘라내는 여성할례가 국제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는 까닭은 그 자체의 야만성 탓도 있지만, 할례의 대부분이 이집트, 이디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수단 등 못사는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뇌의 일부를 잘라내는 전두엽 절제술이나 편도선 제거수술이 지금은 거의 시행되지 않는 것처럼, 포경수술도 어느 시기에 ‘야만적인 시술’로 분류되어 역사의 유물로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포경수술이 별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 조카들이 포경수술을 할 때 말리지 않은 것처럼,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의 논리가 아무리 정연해도 우리나라의 포경수술은 당분간 그 위세를 유지할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곧 차별의 원인이 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그 한가지 이유겠고, 두 번째로 남자들이 성을 배우는 보편적인 통로인 포르노가 대부분 미국산이며, 거기 출연한 배우들의 노출된 귀두가 남자 성기의 표준으로 각인될 테니까.

<참고문헌>
-할례, 포경수술, 성기훼손 데이비드 골래허 문화디자인 출판사, 2004
-동아일보 2000년 1월 20일, 이인식의 과학생각: 포경수술을 왜 합니까?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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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두몰라요 2018-05-21 17:13:57
이잉...
modi_v 2015-08-28 14:29:11
자도 자연이라 안했는데... 안한게 상대방이 더 좋아해준다는 거 같아서.. 대신에 그만큼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심심한아이 2014-12-14 16:01:58
수술 안받아서 저는 더 좋은거같은대 ㅋㅋ
르네 2014-12-13 10:34:39
자녀를 수술해주어야 하는데
우선 왕따가 크구요
실제 이유가 그렇더라도 자녀의 미래 파트너가 오해할지 몰라 결론은 해주는걸로 ㅋ
고래토끼 2014-12-12 23:35:07
표피가잇어 오래해서 1분 이다
헬스보이 2014-12-12 22:56:50
전 자연포경이라.. ^^;
뭐 덮고 싶을 땐 덮을 수도 있지만, 강제로 덮지 않으면 덮히진 않습니다.
근데, 표피가 있는 쪽이 피스톤 운동시  쾌감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합니다.
전 조루가 아니라서.. ^^;
니모모 2014-12-12 22:14:03
포경한남자가 청결할것 같긴해요..
아키 2014-12-12 18:11:46
음... 포경 전 성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포경 후가 더 낫던데요..^^;;
삽입 후 움직일 때마다 포피가 귀두를 덮었다 벗겨졌다 하면서 그 통증이 많이 걸리적 거렸거든요.
뭐... 성행위가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지만요.
그리고.. 포경 후 포피와 귀두 사이에 쌓이는 이물질을 매일 씻는 귀찮음이 사라진 것은 매우 만족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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