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 픽션사이] 인터넷을 발전시킨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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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나 보지만, 어느 누구도 봤다고 드러내어 얘기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그것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걸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산업. 뉴미디어 분야와 인터넷을 성장시킨 제 1등 공신, 바로 포르노에 관한 이야기다.
오늘날 포르노가 웹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적당한 영화가 있어 소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미들맨(Middle men)'
인터넷이 등장하기 이전에 포르노를 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데크와 포르노 테잎을 구해야만 시청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수천, 수만 편의 포르노를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미들맨 역시 그러한 시대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미들맨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개인이라는 의미로, 원래는 험난한 코스를 등반할 때 대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잭 해리스' 역시 미들맨이다. 미들맨 주인공 잭 해리스(루크 윌슨 Luke Wilson)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어려운 일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주다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미들맨이 된다. 영화는 주인공 잭 해리스의 잔잔한 다소 도발적인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남자들은 태초부터 자위를 했다. 남자들은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전부 다 어딘가로 숨어 들어 딸딸이를 쳐댄다. 포르노 산업은 연간 570억 달러(그 당시) 이상을 버는데, 그걸 본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포르노를 취급하는 성인 사이트는 대략 2,400만 개라고 한다. 전세계 사이트의 약 15%에 해당하며, 컨텐츠로 따지면 약 30%~40%가 포르노라고 한다. 1초마다 약 3만명이 포르노를 시청한단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매달 1,000만개 이상의 AV작품이 유통되는 전세계 최대 유통국이라고 한다. 쨌든 영화는 소개한 잭 해리스 외에 벅 돌비(Buck Dolby)와 웨인 비어링(Whane Beering)이라는 두 절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벅 돌비 (가브리엘 막트 Gabriel Macht)?
벅 돌비(Buck Dolby)는 아이큐 187의 천재다. 1990년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에서 잘나가는 로켓 과학자였다. 벅은 주말에 NASA에서 약에 진탕 취해 공중을 나는 걸 아주 좋아했다. 물론 그러다 해고됐다.
웨인 비어링 (지오바니 리비시 Giovanni Ribisi)
웨인 비어링(Whane Beering)은 탑 클래스의 수의사였다. 본업인 동물 진찰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강의도 하는 엘리트였다. 하지만 이 머저리의 문제는 환각 성분이 들어있는 애완견용 바르비투르염이라는 약을 주기적으로 공급받으려고 자꾸 필요없는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웨인의 수의사 생활은 그 때문에 끝나버렸다.
벅과 웨인은 지독한 약물 중독자였다. 둘은 매일 밤마다 약에 취해 세계를 정복할 계획을 세웠다. 그 첫번째 계획은 포르노 중독자인 웨인의 머리에서 나왔다. 바로 잡지에서 사진을 스캔해서 인터넷에 올린 다음 돈을 받는 게 어떻겠느냐고 벅에게 제안한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난관에 빠지고 만다.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서 다운 받게 하는데 결제는 어떻게 받는담? 그 당시 인터넷 결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머저리이자 천재는 박터지게 논쟁을 벌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벅은 웨인에게 15분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거짓말처럼 뚝딱 결제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한때 잘나가던 NASA 연구원이었던 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온라인 신용카드 거래의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 되시겠다. 두 사람은 결제 프로그램을 구축한 후, 비용은 9.99 달러로 책정한다. 사람들의 심리적인 저항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결제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이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환각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런데 새벽 4:15분! 역사적인 첫 결제가 이뤄진다... 그 뒤로 감당할 수 없이 결제 폭탄이 떨어지고 2천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벅은 사람들이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카테고리를 나누고 수익 추이를 지켜보게 된다. 참고로 도기 스타일(Doggy style)이 사람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나...... 이렇게 사진 서비스만으로 7천 달러를 벌어들인 벅과 웨인. 독자들의 콘텐츠를 늘려 달란 주문을 받게 된 그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업로드 하기 위해 고민 끝에 웨스트 코스트에 있는 러시아 마피아인 '니키타 소콜로프'가 운영하는 스트립 클럽을 가게 된다. 평소 마피아를 영화에서만 접해 본 벅과 웨인은 마피아 보스에게 클럽 댄서들의 나체를 영상과 사진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우여곡절 끝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피아에게 지분 25%를 주기로 하고 사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 둘은 이때까지 마피아와 일 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비즈니스 웹사이트는 대박나고 한 달도 안 돼 하루에 2만 5천 달러씩 두 달만에 백만 달러를 벌게 된다. 둘은 이제 모든 걸 정리하고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기 위해 기회의 땅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두 머저리는 엄청난 성공에 취해 큰 돈을 들여 라스베이거스 호텔룸을 빌려 다수의 콜걸들과 약에 취해 몇주에 걸쳐 흥청망청 돈을 다 써버리고 만다. 러시아 마피아의 몫까지 마약 파티로 날린 두 머저리는 마피아에게 죽을 만큼 두들겨 맞고 변호사를 부르게 되는데, 그 변호사가 주인공이자 미들맨인 잭 해리스를 두 머저리들에게 연결해준 것이다. 잭 해리스는 안정적인 직장에 가정까지 있어 벅과 웨인의 포르노 사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거절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개발한 신용카드 결제 프로그램을 양지의 영역으로 이끌어 전세계 어느 나라든 사용할 수 있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 방법이란 전세계 포르노 사이트의 결제를 대행해주는 사업을 해주는 것이다. 결제 내역에 ‘왕가슴 닷컴’이 아닌 일반적인 상호가 찍힐 수 있게 ‘24시간 결제대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거래를 처리해주고 수수료로 10%를 취하는 시스템. 그 당시 미국 은행권에서는 다소 애매하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던 결제건에 한해서는 수수료율을 더 높였다고 한다. 또한 포르노 사이트를 통한 결제 항목들이 사용자의 배우자들을 화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24빌링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잭 해리스가 합류한 뒤로 포르노 사진과 영상은 제공하지 않고 결제 대행만 하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포르노 사업에 뛰어든 세 명은 창고를 빌려 사업을 제대로 벌인다. 사업을 벌인지 얼마 안 돼 온라인 신용카드의 편리함을 앞세운 비즈니스 모델 덕에 고객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온다. 사업은 날로 번창해 샌 페르난도 밸리에 ’24 Billing.com 이라는 새로운 건물을 사서 확장하게 된다. 영화 미들맨은 포르노를 대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경멸하지만, 속으로는 동경하는 이상한 세계. 영화속 주인공 잭 해리스 역시 어느 새 돈과 섹스, 권력에 물든 라이프 스타일에 서서히 중독돼 사회의 규범과는 동떨어진 지금의 처지를 비관하며 동거 중인 포르노 스타 '오드리 던서'에게 지금의 심정을 고백한다.
그러나 오드리는 그런 잭의 고민을 힐난하며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라며 일갈한다. 포르노 업계 최고 스타 '오드리 던서 (로라 램지 Laura Ramsey) "포르노 업자들이 이렇게 큰 돈을 벌게 된 건, 여자한테 대접받지 못한, 섹스에 굶주린 좌절한 남자들이 자위를 한 덕분이야. 난 한 번에 5달러 받고 환상의 여인이 되어 아내나 자식한테 무시당하는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줬어. 그러니 난 죄책감 따위는 없지. 내 영혼은 전혀 상처받지 않았어.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이 바로 거짓말쟁이야."
포르노로 돈 벌어 억만장자가 되어놓고선 이제와서 그런 죄책감을 가진다는 건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인공의 이중성에 대해 비난한 것이다. 이 영화는 러시아 마피아, 타락한 변호사, 약에 찌든 천재 개발자, 포르노 업자들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적 재미만을 놓고 봐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영화 사이트 imdb.com 평점을 봐도 그리 나쁘지 않은 6.6점을 받았다.
영화가 끝나고 흐르는 엔딩 자막에는
“실화 형식을 띤 이 영화는 실제로는 모두 허구다. 인물 명은 모두 지어낸 것이며 모든 캐릭터는 조합 또는 창작물이고 모든 사건은 각색되었다.” 사실에 바탕을 둔 일종의 펙션(fact + fiction) 영화랄까. 영화를 보고 나서 개인적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누구의 이야기를 각색한 걸까. 실제 주인공은 포르노 업계와 인터넷의 성공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나.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다. 국내 뉴스나 네이버에서는 검색을 해봐도 이 영화와 관련된 실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구글링 결과, 이 영화의 주인공은 '리처드 고든(Richard Gordon)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리처드 고든은 1990년대 모든 기업과 부자들이 닷컴 열풍에 빠져 들어 수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을때, 파멜라 앤더슨과 토미 리의 섹스테이프 판권을 구입하여 온라인으로 서비스한 '클럽러브(ClubLove)' 같은 사이트에서 결제처리 대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고든은 전자카드시스템(Electronic Card Systems)을 개발해 이름을 내세우지도 못할 포르노 사이트나 다소 불법성을 띤 사이트에 카드 거래를 도입한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리처드 고든은 영화 미들맨의 주인공인 잭 해리스 처럼 포르노 업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미국성경협회(American Bible Society)를 위해 사이트를 개발하는 웹디자인 회사 Bold New World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고든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이중적인 생활을 해가며 돈을 벌어왔음을 증명한다. 리처드 고든(Richard Gordon)과 그의 최대 파트너 타카하시 와타루(Takahashi Wataru) 고든은 DTI(Dial Talk International)라는 수십개의 웹사이트가 결합된 성인 사이트의 수수료를 대행해주는 사업을 벌였는데, 그 당시 한달에 약 1,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온라인 초창기 인터넷의 속도를 제일 못마땅해 했던 부류들이 바로 성인 컨텐츠를 소비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포레스트 리서치에 따르면 1999년 웹 사용자들이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에서 사용한 돈이 13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온라인 거래액의 8%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리처드 고든과 그 개발자들은 새로운 포멧의 기술들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오늘날 웹 상을 뒤 덮는 지긋지긋한 광고 시스템이 그러한 발전의 한 예이기도 하다. 초창기에는 스파이웨어와 애드웨어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브라우저를 감염시켰다면, 향후에는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하여 사이트의 애플릿을 작동시켜 끊임없이 광고를 노출시켰다. 무심코 클릭한 배너 광고 덕에 리처드 고든 같은 사람들이 한달에 1,500만 달러씩 버는게 가능했던 이유다. 인터넷의 속도를 향상시키고, 인터넷의 규제를 혁신하고, 인터넷 전자결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포멧을 정립하고, 인터넷 화상 채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사람들이 바로 리처드 고든과 섹스 산업의 종사자 들이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리처드 고든은 우편 사기, 도난 수표 사용, 고객 자금 잠식, 은행에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7년형의 유죄 판결을 받아 구속 됐다. 영화 미들맨의 실제 주인공이자 온라인 전자카드 시스템(Electronic Card System)을 개발한 '개척자' 고든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소설 한편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 얘기로 미루고,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기로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사실에 기반한 영화 이야기를 선보일까 한다. 제목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 사이..... 글쓴이 잘하는 남자, 에스머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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