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섹스포 해프닝의 진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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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의 '국제성교육박람회(Seoul Sex Edu Expo)' 현장에 2006년 9월 1일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박람회 명칭은 '2006 서울 섹스포'였습니다만 선정성 비난 여론으로 성교육박람회로 개명을 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재수가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선정성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바꿨던 이름이 오히려 '사기성'논란까지 가중시키는 설상가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하겠습니다.
제가 섹스포(공식 명칭은 국제성교육박람회였지만 편의상 섹스포라 하겠습니다)에 취재를 가기 전에 논란이 되었던 항목들을 나름 정리해봤는데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섹스포 프로그램의 선정성 2. 섹스포 운영상의 상업성 3. 섹스포 내 전시된 용품들의 불법성 1. 먼저, 섹스포 프로그램의 선정성 최초 기획단계에서는 꽤 선정적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했었다고 합니다. 해외 유명 성인잡지인 허슬러와 펜트하우스 모델 출신 십여명을 초대해 세미 스트립쇼와 즉석 누드촬영, 트랜서 젠더 선발대회 등을 준비했다고 하니 나름 큰맘 먹고 일을 벌이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듯 거의 대부분의 행사는 취소가 되었고 제가 찾았던 9월 1일의 행사장 풍경은 마치 어디 마을회관의 바자회를 보는듯한 엉성함과 유치함만 가득했을 뿐 선정성은 눈을 치껴 뜨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굳이 선정성을 들라고 한다면 남녀의 성기모양을 본뜬 성인용품들 몇개와 그 성인용품들을 싸고 있는 포장지의 사진들 정도라 하겠습니다. 선정성 논란 때문인지 업계의 관행과는 달리 성인용품에 팬티까지 입혀 놓고 있었습니다
한쪽 팔이 덜렁거리던 인형의 모습은 선정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괴기스러웠습니다.
남성 인형도 있었는데...
가슴의 근육선과 털을 자세히 보니 싸인펜으로 그린 거였습니다. ㅇㅇ; 결국, 선정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표적 프로그램들의 취소로 뭐라 비난할 수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최측의 무기력한 처사로 많은 사람들이(특히 많은 남성분들이) 실망했다 정도의 결과가 있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2. 두번째로 섹스포 운영에 있어서의 상업성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에 상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그림이었습니다. 수백평의 건물 내부에 형형색색의 성인용품들이 마치 대형 마트의 가전제품 전시장 처럼 즐비해 일대 장관을 이루는 광경. 설령 속셈은 성인용품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지 교육을 위한 박람회는 아니라 하더라도 외국의 대형 섹스숖에서처럼 각종의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면 그 역시 하나의 볼거리는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렇지도 않더군요. 각종 악세서리에..
의류에..
화분까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성인용품들이 즐비해 있기는 커녕 각종 의류매장, 건강보조식품 매장, 염색약 매장 등이 마치 재래시장의 추억을 되살려 주려는 박람회 컨셉이 아닐까 싶게 곳곳에 즐비해 있었습니다. 이는 성과 관련된 상품들을 진열해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해 이익을 챙기려는 상업성이 아닌 상업성 자체를 포기한 채 이왕 박람회 하는 거 아무나 들어와서 장사하라는 듯한 자포자기적 상업성이 목격되는 부분이었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첫날인 8월 31일에는 관람객이 상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고 한 관계자분이 귀띔을 해주시더군요. 주최측이 첫날에는 상품을 팔지 못하게 했기때문이라는데 워낙에 예측불허의 독특한 컨셉을 갖고 있는 주최측이라 첫날에는 상품을 못팔게 하고 두번째 날부터 상품을 팔게 하는 건 또 어떤 깊은 뜻이 감춰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란성과 탈세 혐의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성인용품들의 불법성 먼저, 음란성에 대해서는 성인용품이 음란물이기 때문에 판매, 또는 구입을 하거나 소지를 하고 있을 경우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미 2000년도 10월에 성기모양을 하고 있는 딜도류나 돌기 콘돔 등이 음란물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지요. 따라서 성인용품이 음란하기때문에 불법적이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하겠습니다. 다음 성인용품의 탈세혐의. 이 부분은 취재 결과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탈세 혐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섹스포에 참여했던 한 성인용품 도매업자 K씨(남. 41세)의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뉴스에서 밀수다 탈세다 뭐다 하는데.. 솔직히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들 중에 엄격히 말해서 밀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보따리로 들여 오곤 하니깐...' 하지만 그는 상당수의 제품들이 밀수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관련 기관들에 대한 성토를 덧붙였습니다.
이번 섹스포 취재를 마치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더군요. 먼저, 여성단체 등에 의해 섹스포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취소되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꼭 무슨 쇼를 보지 못해서거나, 여성의 벗은 몸을 현장에서 볼 기회를 놓쳤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물론 선정성을 이유로 행사를 무산시키는데 한몫을 한 여성단체가 섹스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은 아닐 겁니다. 섹스를 가능한 숨기고 싶은 습관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상혼과 섹스가 만났을 때의 그 결과가 불 보듯 뻔하리라 예상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섹스포가 설령 여성의 벗은 몸만이 판치는 마초적 스트립쇼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번 처럼 아무 것도 아닌 무의미한 박람회이기 보다는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공론의 계기가 되었더라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성인용품의 문제. 야릇한 관심은 가면서도 선뜻 내키지는 않는 게 성인용품이라 하겠습니다. 선뜻 내키지 않는 이유야 여러가지겠지요. 꼭 이런 걸 써야 하나 싶은 자존심의 문제와 구입해서 보관하다가 누구한테 들키면 어떡하나 싶은 보안상 문제 등도 있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성인용품을 써보기 위해 사고 싶어도 마땅히 이름이 떠오르는 업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행여 사용 중 고장나거나 감전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보상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가 더 큰 고민들이겠지요. 물론 딴지몰과 같은 특정 업체에서는 성인용품 사용중의 사고보상을 위한 상해보험에도 가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는 업체가 있기는 하나 결국 성인용품 관련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하겠습니다. 앞서 인용한 K씨의 말처럼 성인용품이 누군가(강한 성적 자극을 느끼려는 일반인 외에도 불감증을 겪는 사람들이나 장애우들의 경우 성인용품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하겠습니다)에게는 유용한 상품이 될 수 있다면 이번 섹스포에 진열된 상품들이 밀수냐 아니냐를 따지며 여론 눈도장 찍기식 처벌에 앞서 업자들 스스로가 원하고 있는 성인용품 관련 법안의 제정을 통해 국가는 유출되는 세원을 확보하고 일반 소비자는 양질의 성인용품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하며 성인용품 업자들은 떳떳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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