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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색, 계>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남편 덕분에 늘 행복한 Y. 하지만 그녀가 행복한 이유는 자상함 때문만은 아니다.

섹스를 할 때, Y의 남편은 정반대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평소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도 서슴없이 하고 엉덩이를 찰싹 찰싹 때리기도 하며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일삼는다. 분위기가 좋은(?) 날엔 Y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한다.

그의 섹스 스타일이 점점 과격해 진 건 사실 Y 탓이다. 그녀는 자신을 거칠게 다뤄주는 남편이 좋았다. 어느 날 극도로 흥분한 남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을 때, Y는 당황한 남편에게 "너무 좋아. 계속 해 줘."라고 말했고 그는 그 후로 마음 놓고 욕설을 퍼부었다.

처음엔 신음에 버무려진 욕설로 시작했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져 갔다. 성인용품점에서 수갑을 구입해 에로틱한 강간씬을 연출하기도 하고, 그녀는 스트립 걸 용 작업복을 걸치고 남편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 삽입도 하지 않고 오르가슴을 느낀 건 처음이라며 Y는 뿌듯해 했다.

그는 부드러운 남자로 살기 위해 꽁꽁 담아두었던 나쁜 남자 기질을 섹스할 때만큼은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녀 역시 해방감을 느꼈다. 주변 상황과 천성적인 기질 탓에 강한 여자, 똑똑한 여자로 낙인찍혀왔던 Y가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한없이 쓰러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심지어,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악한 최민식의 끔찍한 식탁 섹스 장면도 그들에겐 멋진 패러디 소재였다. 무표정하게 밥을 먹다가 난데없이 들이대는 남성의 야만적인 성욕에 Y는 자신이 여자임을 선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여자들은 사실 거친 섹스가 가져다 주는 묘한 흥분에 동의한다. 단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마광수 교수는 이것을 여자의 천성적인 매저키스트 기질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있다. 세상에는 단지 남자 여자뿐이 아닌 무수히 많은 성이 존재한다고 믿는 만큼, '모든 여자는 그렇다.'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무엇하지만. Y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난 성적 흥분이 몰려왔음을 감안할 때 그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듯 하다.

평소에도 난폭하고 권위적인 남성이 섹스할 때 마저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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