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있는 시민 단체나 여성 운동 단체에서는 남성 위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포르노의 악영향을 우려한 나머지 ‘포르노 퇴치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포르노를 퇴치하자는 운동이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는 눈곱만큼도 없다. 차라리 몸에 나쁜 담배나 콜라를 없애자고 하는 것이 더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문명의 시작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본능의 산물인 포르노를 근절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포르노가 남자들의 입맛에만 맞추어 있다고 해서 “없애야 한다. 못 보게 해야 한다.” 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인권침해일수도 있다.

여자를 대상화하는 남자 위주의 포르노가 못 마땅하다면, 여자들이 직접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여성용 포르노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 아닐까?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성용 포르노 제작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년 전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는 '캔디다 로열'은 여성 포르노 제작자 중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가 만든 성인 여자들을 위한 영상물은 여자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남자들에게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본인도 샘플을 얻어 그녀가 제작한 몇 편의 작품을 본 일이 있다.

우선 남녀 배우들의 체형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남자 배우들은 페니스가 지나치게 크지 않았으며 여배우들의 가슴 사이즈 또한 현실적이고 다양했다. 또 펠라치오 장면의 비중만큼 커닐링구스 장면도 많아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방법이 꼭 삽입 운동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는 점도 신선했다. 그리고 카메라가 항상 성기 중심으로 움직이는 기존의 포르노와는 달리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런 포르노들을 정식으로 수입하여 남성 위주의 기형적 성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나라의 불우한 여성들에게 널리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행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여자들의 영상물 선택권은 대단히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하릴없이 우리들은 동네 비디오 가게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즐딸 보조 영상들을 구해야만 한다.

그렇게 구한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모넬라> 시리즈 정도를 권하고 싶다. 나한테 엉덩이 페티시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성기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된 ‘삭제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자극적이었다. 특히, 뿌옇게 처리되지 않은 깔끔한 화면과 강렬한 색상, 그리고 여 주인공의 사이코 같은 캐릭터가 도발적이었다. 또, 의붓 오빠와의 도발적인 성애 장면이 간간히 삽입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인상적이었다. 금지된 것으로부터 얻는 강렬한 자극을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절히 잘 묘사한 작품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아침에 방송되는 ‘건강 체조’ 프로그램이나 홈쇼핑 채널의 속옷 광고만 봐도 충분한 자극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어떤 영상을 보든 성적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라면 ‘생활정보지’나 ‘모자지간’이라는 단어만 봐도 강렬한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리모콘을 돌리고 마우스를 움직여도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빈약할 때 그럴 때 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삭히면서 언젠가 때가 되면, 열악한 환경에서 즐딸감을 찾아 헤매는 대한민국의 수 많은 여성들을 위한 포르노를 제작하겠다는 공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