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루란 시시하다>
대놓고 말은 않하지만 '조루’로 고생하는 남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여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조루에 관한 오해와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다. “걔, 알고 보니 조루더라. 짜증나서 그냥 확 씻고 나와버렸어”라며 조루남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과감하게 대처했는지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사람까지 봤다. 그녀는 자신의 미성숙한 반응이 남자를 얼마나 더 심각한 조루로 몰아붙이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여성들은 상대방을 이전 파트너와 비교하거나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쉽게 상대방을 토끼라고 몰아 붙인다. "삽입한 지 2-3분 만에 사정하더라"라고 말할 정도면 그건 신체적인 문제라기 보다 단순히 삽입 위주의 이기적인 섹스에 익숙한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삽입 운동이 2-3분이면 듣기에는 짧은 것 같지만 실제 재보면 긴 시간이다. 수동적인 여성과 섹스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평균 섹스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조루를 '남성이 수의적 사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정하는 것'라고 정의했다. 몇 분 이상 하면 조루냐 아니냐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의지로 사정을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조루 여부를 판별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조절 불가능한 조루라기 보다 그저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빨리 사정하는 것일 경우가 많다. 간혹, 삽입하자마자 또는 왕복 피스톤 운동 3~5회 만에 또는, 삽입도 하기 전에 사정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그 정도는 돼야 진정한 조루라고 할 수 있다. 조루로 고생하는 한 남성의 말에 따르면 오줌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질질 흘리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조루의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 피로, 성기 콤플렉스, 조루 공포, 약물 사용, 지나치게 예민한 페니스(선천적으로 페니스에 신경이 과다하게 분포된 경우) 등이 있다. 선천적으로 페니스가 예민해서 조루 증상을 겪는 경우 비뇨기과의 신경차단술,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류의 물리적 치료가 과연 옳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사정을 참지 못 하겠다는 남성들은 대부분 조루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조루 공포증이란 ‘전에도 조절이 안됐는데, 이번에 또 그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과 불안함 때문에 섹스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최초로 그런 증상을 겪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극도의 흥분과 긴장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첫 섹스에서 남자들은 사정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파트너가 인상을 찡그리거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실망한 기색을 나타내게 되면 그 치욕스런 기분이 마음 속 깊이 각인돼 다음 섹스에서도 그 다음 섹스에서도 같은 증상을 겪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성관계를 해 온 커플이라도 스트레스와 피로함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조루 현상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 여성이 과민하게 반응하여 "약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이가 드니 문제가 생긴 거 아니냐" 호들갑을 떨어버리면, 그 남성은 그 후에도 조루에 대한 공포를 갖게 된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상처도 많이 받고 조루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확률이 높은 듯 하다.
반면 심각한 조루이던 남성이 약간의 립 서비스와 흥분 연기 만으로 점차 발전하는 일도 많다. 조루 증상을 맞닥뜨렸을 때 (고쳐서 데리고 살 남자라면) 절대 그 부분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 정말 섹시해!" "사정 시간이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여자를 흥분시키는 재주가 있어!" 등의 감언이설을 남발해 주는 거다. 남자가 미안해 한다면 "괜찮아. 그래도 좋았어. 좀 있다 또 해주면 되지? ^^"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다. 남자는 여자의 반응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발 한 번의 섹스가 맘에 안 들었다고 해서 너무 노골적으로 티 내지 말자. 앞으로는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끊임없는 칭찬으로 남자를 맛있게 요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 봐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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