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섹스 횟수가 줄어들어 자존심이 상한다는 아내도 많지만, 섹스를 거부하는 아내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남편들도 많다.
 
첫 아이 임신 후부터 줄곧 섹스리스 상태로 지내오고 있다는 K씨 부부는 이제 곧 결혼 5년 차에 접어든다. 아기가 두 돌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근 3년 가까이 부부 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는 뜻이 된다. 처음 그 얘기를 듣고 참 큰일이다 싶었는데,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요즘 그런 부부가 한둘이야?"
 
얼마 전 한 남성이 '아내가 섹스에 흥미를 잃었다. 차라리 밖에서 해결하고 오라고 한다'고 토로해왔다. 도대체 얼마나 싫으면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수 있을까싶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그녀의 진심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마누라의 '싫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가 낭패를 본 게 어디 한두 번인가(남편 님 말씀이다).
 
그렇다. 나도 지난 주 갑자기 찾아든 유행성 결막염 때문에 벼르고 있던 할로윈 파티를 못 가게 되었을 때 남편에게 "그냥 당신이라도 혼자 다녀와"라고 말했지만, 만약 그때 남편이 "정말 그래도 돼?"라며 얼씨구나 혼자 외출을 해 버렸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집안에 한창 냉기가 흐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내뱉은 말이 있으니 대놓고 그 건으로 꼬투리를 잡지는 못하겠지만, 아픈 아내를 두고 날름 혼자 즐기고 오신 남편에 대해 섭섭함과 분노를 가슴 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있다가, 창문을 제대로 안 올리고 차 문을 잠갔다든지, 오디오를 켜 놓은 채로 잠이 들었다든지하는 사소한 실수를 핑계 삼아 잠자고 있던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여자는 자신의 고충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푸념한다. 그런 종류의 푸념은 잠자코 들어주기만 해도 상당 부분 없어지지만, 섹스에 관한 부분은 그냥 들어주는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섹스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잘못 받아들여지면 상대의 능력을 탓하는 꼴이 될 수도 있으므로 고충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봐 가며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상대방이 입을 꾹 닫고 듣기만 할 뿐 거기에 대해 아무 반응이나 변화가 없다면 '괜히 얘기했나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난 요즘 통 섹스 하기가 싫어. 차라리 밖에서 해결하고 와"라는 부인의 말은, "요즘 통 입맛이 없어. 밥이 모래알 같아. (같이 굶을 수는 없으니) 당신 혼자라도 나가서 사 먹고 와"라는 말과 같다. 입맛이 없다는 부인을 위해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밥 차려 달라고 조르지만 않으면 그만인가? 혼자서 먹고 오라고 했으니 홀랑 나가서 갈비라도 뜯고 와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섹스를 거부하며 차라리 당신 혼자 해결하라고 말하는 아내들의 태도가 바람직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표현하는 법이 서툴러 혹시나 그렇게 말한다면, 남편들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 화를 내고 나가 버리시면 절대 안 된다. 아내의 푸념에 대한 남편들의 모범 대답은 이렇다. "당신 요즘 많이 힘들구나? 섹스가 부부 관계의 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나만 어디 가서 해결하고 온다는 게 말이 돼? 뭐가 가장 힘든지, 섹스가 왜 재미없는지 잘 생각을 해 봐. 그리고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당신 생각을 정확히 알아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서로 노력할 수 있는 거니까..."
 
만약 부인이 365일 다이어트를 하느라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잊고 산다면, 혹은 사는 게 힘들어서 도통 입맛을 못 느낀다면 ‘연애 시절 부인이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뭐였더라?’ 하고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그리고 아내를 위한 전속 요리사가 되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보시라. 남편이 요리한 음식이 여전히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그 정성에 감복한 아내들은 충분히 행복해 질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기에 혼자만 살겠다고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손을 잡아준 남편의 마음은 언젠가 반드시 보상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