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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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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거, 동락>
 
임신 3개월의 몸으로 조감독과 결혼에 골인한 보조작가 안다정은 말했다.
 
‘나는 집에 안 들여보내주는 남자가 좋더라’
 
다들 경험했을 것이다. 집에 들여보내주지 않으려는 남자. 거기다 나 역시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답은 하나였다. 내 거짓말이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엄마에게 심호흡 크게 하고 전화해서는 MT네, 선배네 집에서 작업 중인데 밤을 꼬박 새도 모자라겠네. 그때 엄마들은 알고도 속아준 걸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의 어설픈 거짓말들에 속아 넘어 간 것일까?
 
아무튼 거짓말에 성공한 우리들은 꼼장어와 소주에 혹은 맥주와 싸구려 소시지 안주에 취한 채 외쳤다.
 
‘나 오늘 확 탈선해버릴 거야’
 
그랬다. 그때의 외박은 우리에게 탈선이었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 집에 들어가는 날 보다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아도 모두들 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일 때문이건 아니면 남자 때문이 건. 다만 그들이 바라는 건 제발 그중에서 멀쩡한 놈 하나 물어 시집이나 후딱 가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신경을 Off해 주셨다고 해서 내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아니다. 주말에 밥 달라고 하면 엄마는 ‘뭐 먹고 싶니?’ 라는 말 대신 ‘너는 나이가 그만한 년이 그래 주말에 밥 사줄 놈도 없냐?’ 라고 말한다. 모처럼 주말에 양복을 입은 아버지에게 ‘어디 가세요?’ 라고 살갑게 물었을 때. 얼음장도 쪼갤 듯한 눈빛으로 ‘친구 딸년 결혼식에 간다 왜!’ 라는 대답이 들려오면 그때가 바로 짐을 싸서 독립을 해야 할 때임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독립. 만약 독립해서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애인이 있는 싱글들은 더 이상은 모텔이나 호텔을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이 압도적일 것이다.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이브 날 모텔과 호텔을 잡아본 적이 있는가? 그런거 하나 딱딱 예약해놓지 못한 띨띨한 남자친구 덕분에 한번 들어가는 것도 어쩐지 쭈뼛거려지는 그곳을 수십 군데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면서 퇴짜를 맞는 그 기분.
 
그것도 추억으로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게 바로 내 집. 내 방. 그중에서도 벗어놓은 옷가지를 침대 위에 한번만 더 걸쳐놓으면 침대 채로 불 싸질러 버린다는 협박을 듣지 않아도 되는 내 침대가 생길 때나 가능한 것이다.
 
자. 독립을 했고, 이젠 옷가지를 맘대로 벗어놓을 수 있는 내 침대도 생겼다. 그리고 더불어 호텔이나 모텔을 더 이상 전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하루 이틀 와서 자고 가기 시작하던 남자친구의 물건이 점점 내 집 구석을 차지하더니만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거를 하고 있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영악한 누구네 들처럼 동거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아 오늘부터 우리는 동거에 돌입하는 거야 라는 말도 없었지만 여하튼 그는 일주일 전에도 내 옆에 있었고, 오늘 눈떠도 내 옆에 있고, 내일 아침에도 변함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동거를 하자는 합의로 계약서까지 교환한 동거이건 아니면 저렇게 어영부영 시작된 동거이건 어쨌건 동거는 동거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한 공간에서 사는 것. 그렇다고 룸메이트라 우길 수도 없는. 사랑하는 혹은 사귀고 있는 두 남녀가 같이 살아버리면 동거가 되는 것이다.
 
연애 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동거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자의 대부분은 동거를 하고 싶지만 사회적 시선이나 동거가 깨어질 경우의 뒷 문제들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때 동거를 했던 내 지인은 주변에서 오히려 신혼부부로 봐주면 고마울 정도라고 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줌마로 보이는 것에는 다들 질색하지만 동거를 하면 달라진다. 아줌마로 보는 것에 너그러워지다 못해 동거 중인 여자 보다는 결혼한 여자. 즉 기혼녀로 봐주길 바란다.
 
동거는 득과 실이 분명하다. 득은 우선 뭣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24시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밤 12시에 헤어졌으면서도 새벽 3시까지 전화통을 붙들고 닭살스런 대화를 주고받는 연인들은 아마 전화를 끊은 이후에도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동거를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또 한 가지는 만약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라면. 결혼을 해 보기 전에 결혼 생활의 데모 버전을 실행시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예식장에 들어서면 갈라서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결혼과 달리. 동거는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 평생을 함께 살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달 정도는 같이 지내봐야 한다는 것에는 나 역시 동의한다. 그게 결혼해서 석 달 만에 성격차이 운운하며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사랑은 깊으면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기게 되어있다. 더구나 동거를 통해 서로의 생활 속에 침투해버린 사랑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소문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소문이 나도 큰 문제다. 비혼 남녀에게 동거 경력은 결코 좋은 이력이 될 수 없다.) 내가 말하는 흔적은 어디까지나 마음과 머리에 남는 흔적이다. 누군가와 살아버린 경험은 누군가와 사랑한 경험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평소에는 지지고 볶더라도 가족으로 엮인 사람들은 위기상황이 닥치면 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그건 피로 묶여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일상을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를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른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다가 휴지가 똑 떨어졌을 때 ‘누구야 휴지 좀~’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를 수 있는 사이. 밥을 먹다가 방귀를 뀐다 해도 누구 하나 탓하지 않는 사이. 마시던 라면 국물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가 바로 가족 사이이다. 사람이 이런 걸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해 버리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아버린다. 그리고 그건 어떤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하더라도 지워지거나 희미해지지 않는다. 이런 흔적에 대한 각오 없이 동거를 시작한다면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누군가 나에게 동거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찬성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한다고 대답하겠다. 동거 생활 끝에 서로 합의에 의해 결혼까지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린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지 않을 뿐인 모의 결혼생활을 끝내야 한다.
 
그리고 한 집에서 평생토록 같이 살 사람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단 한 달간도 함께 지내보지 않고 그런 큰 결정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너무 무모한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동거를 하건, 하지 않건.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이다. 다만 동거가 단지 서로 집에 보내는 아쉬움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여겨진다면 그건 생각 해 볼 문제이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동거 사실이 들통 나는 최악의 경우.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무조건. 절대적으로. 100% 여자가 훨씬 더 불리하다. 결혼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의 고민. 적어도 동거를 하겠다면 그 정도의 고민은 충분히 해 볼 필요가 있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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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블루 2020-01-30 15:44:00
지당하신 말씀^^
노을홀릭 2017-08-10 00:29:46
동거는 정말 신중해야하지만 또한 누구나 원하는 그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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