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성인용품 부티크 '플래져랩' 대표 최정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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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T) 행사에 갔던 레드홀릭스는 '플래져랩'이라는 부스에서 한 여성을 만난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행사에 가다 http://goo.gl/nvLAkN)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을 준비하고 있다던 그녀의 눈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8월 1일 런칭파티를 기점으로 이른바 고품격 성인용품 부티크 플래져랩이 그 시작을 알렸다. 그간 수많은 성인용품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여성을 겨냥한, 고급 컨셉의 부티크라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임은 분명해보인다. 여름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8월 20일 저녁, 플래저랩 대표 최정윤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소개 좀 해주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플레저랩이라는 성인용품 부티크를 오픈한 최정윤입니다. 공동대표 체제고요. 곽유라 공동대표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레저랩이 '기쁨연구소'라고 하시던데요. =나의 기쁨은 누가 대신 느껴줄 수 없잖아요. 내가 찾는 기쁨, 내가 정의하는 기쁨이 뭔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누군가 '이게 제일 좋은 거에요. 이게 기쁨입니다'하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야 해요. 여성이건 남성이건 플래저랩에 오셔서 자신의 기쁨을, 건강한 방식으로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쁨연구소라고 짓게 됐습니다. -유학도 다녀오시고 공부를 많이 하셨잖아요. 돈과 시간도 많이 들었을 테고. 굳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성인용품점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섹스토이에 대한 첫인상이 정말 좋았달까요. 저는 시애틀하고 미국 북서부에서 7년 정도 유학을 했어요. 저는 아카데믹한 사람은 아니고 공부하는 거 별로 안 좋아했지만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고 여성 문제, 몸의 문제, 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 안팎에서 관련 활동을 많이 했어요. 시애틀이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성적소수자 커뮤니티가 많아요. 저는 이성애자긴 하지만 관심이 갔어요.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었고 제가 좋아하는 미드, 영드에서 많이 접해서였는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어요. -근데 섹스토이랑 성적소수자가 크게 관련은 없잖아요? =네. 하지만 성소수자를 멋지다고 생각한 이유가, 그들은 자기 성적 정체성이 확고한 거잖아요. 나는 이런 사람을 원하고, 이런 사람이랑 자고 싶고,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아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욕망에 대해 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잖아요. 특히나 여자한테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시애틀에서 거리를 지나가다가 핑크색으로 된 정말 밝고 예쁜 가게를 발견했어요. '여긴 뭐지?'하고 들어갔는데 섹스토이샵이었어요. 밖에서 봤을 때는 꼭 컵케익샵 같았거든요. -그럼 미국 섹스토이샵은 다 그런가요? =아, 그건 아니고요. XXX라고 적어둔 노골적인 샵들도 있고, 좀 전에 말씀드린 세련된 샵들도 있어요. 두 종류가 다 있죠. 어쨌든 제가 미국에서 처음 접한 섹스토이는 굉장히 긍정적이었어요. -섹스토이를 사용했을 때 좋은 느낌을 받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것도 그렇죠. 미지의 세계잖아요. 내 몸인데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한편 문화적으로도 섹스토이를 저질스럽게 다루지 않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섹스토이가 생활의 일부인 거잖아요. '나는 스키를 타는 걸 좋아해'처럼 '나는 내 몸을 탐험하는 걸 좋아해'인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자연스럽지 않잖아요. 근데 미국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저는 성인용품에 대해서 처음부터 매우 긍정적으로 접했기 때문에 '섹스토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게, 행복하고 밝고 자연스러운 이미지에요. -방향성이랄까, 다른 섹스토이샵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 성인용품샵은 철저히 남성 위주로 디자인돼 있다고 생각해요. 들어가자마자 여성이 다리 벌리고 있는 사진 같은 걸 보면 '여기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여성분들은 섹스토이를 접할 때 내가 뭘 원하는지를 천천히 들여다볼 공간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바이브를 고르려면 직접 손등에라도 한 번 대보고 내가 뭘 원하는지, 내 예산에 적절한 제품인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온라인으로는 백날 봐도 알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물론 판매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바꾸고 싶어요. 다만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플레저랩은 여성 친화적이지만 남성을 배제하진 않습니다. -여성 타겟이고 여성들이 와서 편하게 섹스토이를 접하게 하고 싶다고 정리하면 될까요? =네. 곽유라 공동대표는 전직 간호사에요. 여성들은 일단 몸이 건강하고 깔끔하고 아름다운 걸 좋아하거든요.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섹스토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지까지 고려하고 있어요. 세미나나 건강 좌담회 같은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저희가 최근에 하려는 건 산부인과 의사가 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이에요. -오픈한 지 얼마나 됐죠? 반응은 어때요? =8월 6일에 오픈해서 이제 2주 딱 됐네요. 저희는 무척 만족하고 있는 게 손님의 80%가 여성이거든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희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똑같잖아요. 자기 몸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이 있는데 그걸 풀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이 꼭 찾아올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오픈한 뒤 계속 방문자가 늘고 있어요. 방문객 대부분이 섹스토이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 하나하나 다 보여드리고 만져보게 해드려요. 저희는 정말 안 사셔도 괜찮거든요. -거짓말. 어쨌든 팔아야 하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정말 수익만 목적이었다면 물건들을 빽빽하게 많이 갖다놨을 거에요. 저희도 물론 수익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몸에 써도 괜찮은 무해한 제품들을 가져다 놓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드리면. 지금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도 분명히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방문객들은 보통 어떻게 알고 오세요? =SNS가 압도적이에요. 플레져랩 공식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트위터로 오시는 분이 80%, 나머지는 트위터를 보고 온 친구가 다시 소개를 해줬거나, 물론 제 지인들도 있고요. -먹고 살만 해요? 아직은 적자일 것 같은데. =일단 초기 비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2주 지났는데 많이 벌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이런 추세로만 간다면 괜찮습니다. -상품을 선정하는 원칙이 있나요? =여성에게 기쁨을 주는 제품이면서 세련되고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는 상품을 골라요. 그리고 사람의 몸과 사람의 욕구를 생각하는 철학이 느껴지는 제품을 선택하려고 해요. 물론 건강에 해를 주지 않는 것들로만요. -그럼 미적으로 좀 떨어지더라도 저렴하고 기능이 좋은 제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요. 저희한테는 안 맞아요.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가져올 수 없어요. 저희는 무조건 아름다워야 해요.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인테리어에 올인하지 않았을 거에요. -정말. 인테리어가 너무 고급스러운 거 아니에요? =저희가 직영으로 다 했어요. 저희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각자 적금 깨서 전세금 빼서.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성인용품은 음습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는 명품 쇼룸 수준으로 아름답게 보여주자. 멋진 LED 조명 아래에 있는 섹스토이를 봤을 때 불쾌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일단은 아름답게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로 어떤 제품군을 취급하세요? =바이브형 딜도, 애널형 딜도, 듀얼 딜도 등 일반적인 제품들은 다 다뤄요. 다만 크 카테고리를 채우는 제품 하나하나들이 직접 저희가 다 살펴보고 괜찮다고 합의가 된 제품만 가져다 놓죠. 그리고 저희가 도매업체와 거래를 많이 하지만, 동시에 해외를 많이 다니면서 미국 동부와 서부, 싱가폴, 대만 샵들을 다 봤거든요.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국내에서는 한 군데에서도 들여오지 않은 제품을 가져왔어요. -그런 게 있어요? =예를 들면 '아슬란'이라는 BDSM 가죽 전문 브랜드에요.. 캐나다에 있는데 전화를 하니까 사장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시더라고요. 한 땀 한 땀 만든 수제품들이에요. 수갑이든 안대든, 레즈비언 섹스를 할 때 입는 하네스든 인조 가죽을 쓰면 쓸릴 수밖에 없잖아요. 사타구니가 얼마나 예민한지 아시죠?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통각부터 느끼면 안되잖아요. 'BS아틀리에'라는 스페인의 딜도 브랜드도 있는데 주문을 넣으면 딜도 장인이 3주에 걸쳐 만들어요. 보시면 팝아트처럼 디자인도 굉장히 훌륭하죠. -좋긴 한데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그럼 그만큼 많이 매출이 나야 하는데. 출장도 가야하고. =주로 전화로 해결하고요. 저는 미국에서 쭉 살았기 때문에 그때 경험한 것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남로당, 팍시러브부터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이제 미혼 남녀가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온 것 같아요. 그런데 남자 연예인 같은 경우에는 포르노를 본 경험, 자위 경험에 대해서 편하게 얘기하는데, 여성 중에는 자기 자위 경험을 얘기하거나 자기 성욕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대중문화가 보여주는 성 인식 자체가 남성의 입장에서만 섹스가 다뤄졌기 때문에 플래져랩 같은 운동이 여성도 성 주체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81-64 홈페이지 http://pleasurelab.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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