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흔히 동물의 섹스는 오로지 종족 번식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한 마리 동물 입장에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저 쾌락을 즐기는 게 아닐까? 물론 발정기가 있어서 인간처럼 일년 내내 섹스 생각만 하는 건 아니지만.
1941년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미 중앙정보국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최전선에 배치된 병력에게 `섹스폭탄`을 투하한 것이다. 섹스폭탄?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 이 무기(?)는 마릴린 먼로를 필두로, 젖가슴과 엉덩이가 풍만하고 육감적인 여배우들의 누드가 인쇄된 포스터였다.
영화 <람보2>
효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수십, 수백장의 섹스폭탄이 전선에 투하됐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까딱하면 목숨을 잃는 전쟁터에서 장병들은 섹스폭탄 덕분에 공포를 잊고 전쟁에 임했다. 제국주의 일본이 어린 소녀들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전쟁터로 몰아 넣어 병사들의 성 노리개로 희생시킨 것에 비하면 훨씬 도덕적인 방법이었다.
저 멀리 창공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누드 포스터는 철모 속에, 주머니 속에, 수첩 갈피에 고이 모셔졌다. 포스터 속 섹시한 여자와 함께 하고 있다는 달콤한 상상은 공포를 이기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덕분인지 전투도 승리로 끝났다. 이처럼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섹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영화 <썸씸스 갓 투 기브>
미국의 주간지 `월드위클리뉴스`는 존스홉킨스의대 마취전문의 피터 스태츠 박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 “통증을 극복하는 데는 섹스와 같이 몰입할 수 있는 긍정적 사고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스태츠 박사는 연구원 40여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손을 얼음물에 담그고 각각 다른 생각을 하면서 통증을 참는 실험을 했다.
스태츠 박사는 “이번 실험은 사람의 고통 전환과 생각 몰두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이라면서 “섹스 행위 자체가 치유법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사람이 한 곳에 몰두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데는 섹스가 최고”라고 말했다.또한 적당한 섹스는 통증 해소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한 섹스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보면 섹스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동기부여를 하기도 하고 삶을 망치기도 하는 것 같다. 교수형에 처해지는 사형수들이 마지막 순간에 사정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혹자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쾌락의 극한 상태라와 유사하다고 한다. 역으로도 말할 수는 없을까? 쾌락의 극한 상태야 말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장 친밀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자, 부담 없는 놀이요, 진지한 존경의 의식이다. 섹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면서도 진지하게 접근할 때, 인생의 맛과 멋을 더하는 삶의 요소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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