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된 회음부의 아픔이 아련하게 가시지 않아 뜸했던 떡 생활이, 출산 후 약 5개월이 지날 무렵부터 다시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회음부의 아픔이 잦아들기 시작하니 슬슬 임신의 공포가 몰려왔다. 가게에서 나눠주던 콘돔을 한 무데기 들고와서 장착하길 두서너덧(?) 차례... 결혼 3년 전 부터 결혼 후 1년 될 때 까지 계속 루프하고, 그 후론 임신을 원하던 기간이라 ... 실로 오랜만에 써 보는 콘돔이 아닐 수 없었다. 대의적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콘돔사용을 장려해야 하는 판에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살 맛! 이 그리웠다.
"둘째 가질 계획은 추호도 없으니, 그냥 정관수술을 하지!" 라고 적극 권유하려다, 미레나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노선을 선회했다.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데 왜 나 한테 물어보는 지 모르지만, 요즘 한창 미레나에 대한 질문과 문의 메일이 쇄도하기도 하던 차였다.
집 가까운데서 할 껄... 하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촬영과 정보 제공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부랴부랴 서초동까지 가서 시술을 받았다.
시술 전, 피임경험이나 출산, 생리주기 등에 관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간단한 체크를 하고 미레나에 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 때 다 물어보시면 된다.
미레나의 피임 효과는 5년간 지속된다. 우리가 루프라고 부르는 자궁내 피임장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제품으로서, 미량의 리보게스테롤 (여성호르몬)을 방출하여 난자의 배출을 막고 자궁 내막의 증식을 억제하여 생리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호사 님이 시술 준비를 하는 동안, 다리를 벌리고 누워 의사 선생님을 기다린다. 모든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난 이 순간이 정말 싫다. 쪽팔리기도 하고 긴장 되기도 하고...
시술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기구들...
상황에 따라 의사 선생님이 손을 넣어 내진을 해 주시는데 안 하고 바로 시술하는 곳도 많다. 이 병원은 질 성형, 소음순 성형도 많이 하는 곳이고 의사 선생님이 화통하신 편이라 별 말씀을 다 해주신다. 아직까지 봐 온 수 많은 여성들의 성기와 비교해 성기의 색이나, 음순의 늘어짐 정도, 질 내부의 탄력성 등을 체크해 알려주시는데.... 이 때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할 수 있다.
여자들이라면 항상 같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컴플렉스를 자극하고 수술을 권유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어 본인들의 신중한 판단이 주의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소독할 때나 질 내의 상태를 확인할 때, 피임기구를 삽입할 때 .... 암튼, 산부인과에 가면 거의 대부분 차갑고 둔탁한 질경을 삽입할 일이 생긴다. 난 이 때 마다 항상 딜도를 벤치마킹한 질경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큰 맘 먹고 공개하는 나의 질 내부! 사진을 쓸까 하다가 자궁 경부를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수 많은 여성들의 확실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한다.
위에 보시는 바와 같이 질 경은 질 안으로 쑤욱 삽입되어 자궁 경부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궁에 장치를 잘 넣기 위한 상태로 자리잡는다. 위의 화살표가 표시 된 곳이 자궁입구로서 이 곳에 미레나를 밀어 넣게 된다.
자궁내부에 T자 모양의 미레나를 세팅한다. 사인펜으로 그려놓은 T 자 모양의 설명선이 미레나가 위치하는 곳이다. 실제 사이즈도 딱 저 정도이고 삽입되는 순간엔 T 자가 구부러지므로 미레나가 들어가는 순간의 통증은 별로 없다. 앞 서 말했듯이, 질경을 꽂는 순간이 가장 괴롭다면 괴롭다.
시술 후의 잔해들.... 시술 직 후 부터 출혈이 시작되는데 빠르면 3일, 길면 한 달 까지 출혈이 계속 되기도 한다. 본인의 경우엔 약 2주 동안 팬티에 약간 묻을 정도의 경미한 출혈이 있었다. 이 때를 최초 생리라고 보고, 한 달 후에 다시 생리가 시작되는데 이 때 생리의 양이나 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여기서 잠깐, 있을 수 있는 부작용과 그에 따른 대처방안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내 경우엔, 시술 후 출혈 기간을 제외하고 다음 생리 때 생리혈의 양은 현저히 줄어들었었다. 하도 양이 적어서 탐폰을 쓰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그런 식의 찔끔 거리는 생리가 20일 정도나 계속 지속되더라는 점! 그냥 팬티를 조금 더럽힐 생각을 하면 패드를 안 해도 될만큼의 양이라 좋아했는데, 그런 식의 출혈이 그칠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니,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런 식의 미량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하길래 좀 더 참아보자 생각하고 두 달을 버텼다. 20일 생리. 10일 휴식기간. 또 20일 생리. 10일 휴식기간. 덕분에 팬티의 피딱지는 마를 날이 없었고, 떡 생활은 오히려 엉망이 되었다.
그냥 빼자니 돈이 아깝고, 버티자니 언제 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걱정스럽고.
시술한 병원에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그런 부작용으로 상담하는 사례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변변한 답변도 오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만 더 버텨보고 정 안 되겠으면 빼려고 마음 먹었다.
시술 후 세 달째.... 생리 기간이 10일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네 달째인 지금 5일 정도로 다시 조금 줄어들었다. 양도 워낙 적은데다 생리대 하는 게 몸에 좋을 것도 없는 것 같고 해서 생리 기간 동안 패드를 안 하고 (둘 째 날 정도는 탐폰을 쓰기도 하지만) 그냥 팬티만 자주 갈아입는 방법을 썼더니, 생리 전 후 속을 썩이던 악취 또한 사라졌다.
다른 여성들의 사례를 보니, 생리가 아예 없어졌다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양이 엄청 늘었다는 사람도 있고, 생리통이 없어졌다는 사람도 있고, 생리통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미레나의 이상 반응은 천차 만별이니 일단 3개월 정도만 지켜 보시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그냥 빼는 게 낫겠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부작용 때문에 다시 제거하기를 원하는 경우 친절하고 양심적인 병원의 경우 시술비 100%, 보통의 경우 30~50% 정도는 환불 해 주기도 한다고 한다. 물론, 절대 안 된다고 안 받아 주는 병원도 있으니 이 부분은 시술 전에 꼭 확인을 하고 확인서를 받아 놓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경우, 질에 삽입했던 건데 설마 환불이 되려구? 하고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부작용으로 제거한 미레나는 병원에서 반품하면 제조 업체인 한국 쉐링에서 환불 해 준다고 하니 미안해 할 것도 없다. 돈이 얼만가?
시술을 마쳤으면 다시 상담실로 와서 앞으로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 나중에 빼기 편하도록 미레나에 달려있는 실이 자궁 경부 앞쪽으로 삐져나와 있는데 수분이 부족한 경우 이게 섹스 중에 걸려서 꼬추가 아플 수 있으니 항상 애액이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그래도 자꾸 걸리면 다시 병원에 가서 끝을 좀 더 짧게 잘라달라고 해야 한다. 또, 자궁 경부가 좀 크거나 늘어진 경우엔, 과격한 운동이나 자위를 삼가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2주 동안 탕에 들어가는 목욕이나 섹스도 피해야 한다.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크지만 보통 28만원에서 35만원 사이다. 내가 간 병원은 좀 단가가 쎈 편이라 원래 32만원이라고 한다. 본인은 특별히 2만원 깎아줘서 30만원에 했는데... 나중에 20만원대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다소 억울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효과나 편리함 측면에서는 만족이다. 적응력이 좋아서 그런지 몸이 호르몬에 둔감한 건지는 모르지만 속이 울렁거리거나 두통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어떤 피임 방법이든지, 부작용은 있는 법이고 자연스럽지 못 한 것은 사실이니 적극 권장하진 못하겠지만 별다른 피임 없는 우발적인 섹스로 하루 하루 불안감에 시달리시는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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