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경험담#6] 배덕감이 주는 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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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지 밧줄은 피부에 흔적을 몇 시간씩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노끈은 그러한 흔적 없이, 마치 살결 위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녀와 저는 소통을 통해 ‘흔적 없는 고문’에 대해 합의하였고, 따뜻한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눈 후 한 곳의 SM 클럽—일명 ‘고문 호텔’이라 불리는 장소로 향하였습니다. 그곳은 도르레와 십자형틀, 삼각목마 등 중세의 숨결이 깃든 형틀들로 채워져 있었고, 각종 채찍과 밧줄, 노끈, 수갑, 쇠사슬, 그리고 다양한 성적 상징을 지닌 도구들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 맞는 것’에 대한 은밀한 로망을 품고 계셨습니다. 저는 형틀마다 다른 자세로 그녀를 결박하고, 각 도구마다 다른 감각으로 그녀의 부위를 자극하며 흔적은 남기지 않되, 쾌락은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했습니다. 팔이 위로 묶인 채 발가락 끝으로 선 그녀는, 도르레에 매달려 엉덩이와 발에 채찍을 맞으며 자신만의 ‘고문 댄스’를 추듯 몸을 떨었습니다. 그 모습은 묘하게 아름다웠습니다. 십자형틀에 묶여 패들로 타격을 받는 순간에도, 물티슈로 수시로 피부를 닦아내며 흔적이 남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그녀는 거꾸로 매달리는 환상을 갖고 계셨습니다. 발목에 수건을 덧대고 도르레로 천천히 거꾸로 올려드렸을 때, 그녀의 머리카락은 바닥을 스치며 자극적인 정적을 그 공간에 채웠습니다. 거꾸로 매달린 채 채찍이 스치고, 유두에 집게가 채워지고, 클*토리스에 진동기가 닿아 오*가즘을 조율하자 그녀는 절정의 소리를 외쳤습니다. 그것은 쾌락의 극한이었습니다. 저는 새로 준비한 공 모양의 재갈을 그녀의 입에 조심스레 물렸습니다. 침이 흐르고, 신음이 일렁이는 그 모습은 고문실의 정적을 자극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약속한 대로, 그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 모든 자극을 멈추고 재갈을 풀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재갈이 채워진 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흥분을 표현하셨습니다. 선홍빛 패디큐어가 칠해진 맨발은 채찍의 여운 속에서 꿈틀거리며, 묘한 에로티시즘을 그려냈습니다. 저는 그녀의 머리칼을 가볍게 쥐고,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지금 당신은 지하 고문실에 매달려, 학대를 받고 있습니다.” 조명을 살짝 낮추자 그 공간은 마치 연극처럼, 하지만 누구보다 생생한 현실처럼 기묘한 흥분의 기류로 물들었습니다. 그녀의 애액은 이미 거꾸로 매달린 몸 위를 타고 가슴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삼각목마에서도 우리는 그 감각을 반복했습니다. 족쇄를 발목에 채우고 사슬을 매달아 무게를 느끼게 한 뒤, 채찍이 조심스레 내려졌습니다. 그녀는 분명 흥분하고 계셨습니다. 플레이를 마친 후 저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흔적에 그렇게 민감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녀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작은 숨결로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녀는 참한 외모와는 달리, 성적 정체성이 복합적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레즈비언 애인을 둔 여성분이셨습니다. 보수적인 가치관 속에서 동성과의 사랑을 이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의 방식이 자신에게 은근한 죄책감을 안겨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로 인해, ‘벌’이라는 형태의 플레이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의 애인은 에셈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 관계를 해치지 않기 위해 흔적 없는 플레이를 절실히 원하셨던 것입니다. 플레이가 끝난 이후 그녀는 한동안 조용해졌습니다. 정말로, 몇 달 동안은 메신저로 일상적인 인사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그녀는 조심스레 고문을 요청하셨습니다. 저는 어느덧 ‘임시 고문 제공자’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의 심리를 이해했기에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의 고문호텔은 문을 닫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반 모텔에서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고문설비가 없는 공간은 어쩐지 분위기를 잃은 듯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한 순간을 즐겼습니다. 그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이러한 플레이를 요청하셨습니다. 그 주기는 길고, 그만큼 진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메신저를 조용히 삭제하고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녀가 고문 욕망을 극복하신 것인지, 혹은 애인과의 사연이 있었는지— 여러 상상을 남긴 채, 그녀는 제 일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디에스의 따뜻한 향기 속에 묻혀 있다가도 가끔 지하 고문실의 차가운 공기가 불현듯 떠오르면 저는 그녀를 떠올리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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