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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res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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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인 금주를 언제까지 했느냐면, 아마 너를 만나기 직전까지 했던 것 같다. 딱 한 명, 걔는 술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내가 술을 안 마시면 본인도 안 마시는 터라 조금은 달래야 했다. 걔를 달래고 싶기도 했고, 그새 달궈진 내 보지도 달래고 싶었지. 응, 사실 후자의 이유가 훨씬 컸다. 억지였던 적은 없었으니까 혹여라도 걱정일랑 넣어두었으면. 걔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금주했어요.”를 항상 비기처럼 꺼내들었다. 술 없이 해가 뜰 때까지, 8인의 성인이 홍대에서 놀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해이기도 했다. 즐거웠다.
사실은 걔 이외에 다른 내 친구들도 그랬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를 앞에 두고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안함이라고 하던데,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그들을 저지하게 되는 상황이 나는 더 미안할 뿐이었다.
걔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느냐고? 글쎄, 걔랑 하는 섹스는 한 번도 빠짐없이 좋았고 또 한 번도 빠짐없이 아쉬웠다. 그렇게나 선명한 자지는 처음이었거든. 그 생김새를 눈으로 직접 보지 않더라도, 빼곡하게 안에 가득 들어차서는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또렷한 감각이 곳곳에 아로새겨지는 기분이었다. 음, 특별한 사람이었느냐고? 글쎄, 섹스를 차치하더라도 만났던 사람들 중 특별하지 않았던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 테지만, 그 정도를 두고 생각한다면-


너는 한 번도 술을 강요한 적도, 권한 적도 없다. 모두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셨던 거지. 나는 독주는 좋아하는데 대중이 없어서 그 깊이가 되게 얕았다. 금주 전 마지막으로 맛있게 마셨던 술은 빠이주였다. 52도 농향형. 너는 중국술은 잘 모른다고 했다. 나라고 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나도 잘 몰라.”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한 번도 너는 아는 체를 한 적이 없었다.
“다음에 사 올게.”했던 것이 이제야 기억났다.

슬슬 퇴근길이 어둡지 않게 됐고, 곳곳에 꽃이 피기 시작했던 때였던 것 같다. 정각에 퇴근하는 것 외에 또 뭐가 그렇게나 재밌었을까. 퇴근 시각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너는, 종종 내 퇴근을 물어 왔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입꼬리를 씰룩거렸던 것 같다.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그랬다. 아주아주 조금요. 길을 묻는 줄 알았다. 나에게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는 생면부지의 인간에게 너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 사람은 내가 웃고 있었다고 했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고 그랬다. 그 길로 싱글벙글, 다음에 사오겠다던 빠이주 두 병. 그 길로 두어 시간을 조금 못 되게 걸었다. 아마 너는 여전히 일하는 중이었을 너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냈다. 하나는 투다리, 다른 하나는 꽃. 예년보다 늦었다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때가 일렀다. 너도, 나도, 꽃을 같이 보러 가자는 얘기는 없었다.





주말 오후까지 늑장부리면서 잠을 몰아 자는 것이 그리웠다. 아침 일찍부터 뭘 했더라, 운동하러 갔다가 집에 와 씻었다. 예측한 시각에 잘 도착했다고 생각헸는데 씻으면서 조금 늑장을 피웠나. 손목시계를 집어들면서 계산해 보니 화장을 하지 않고 나가더라도 도무지 병원에 제 시각에 도착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택시 기사님들은 더 힘들어질까.

‘여섯 시 십 분쯤 해서 도착하면 되겠다’
‘응’
빠이주와 약봉투가 두둑하게 든 가방이 든든하다고 느껴졌다. 네가 일러 준 시각에 도착하긴 했는데, 사무실로 가는 것이 선뜻 두려웠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을 마주하면 또 다시 얼 것 같았다. 그래서 내 선택은,
“라즈베리바스크치즈케익 하나 포장으로 부탁드릴게요.”였다.
“포크는 몇 개 필요하세요?”
“두 개요. 아, 딸기라떼도 하나 같이 부탁드려요.”
그리고 메뉴가 준비되는 동안 카페 벽에 붙어 있던 엽서들을 찍어서 너에게 전송했다.
‘뭐 마실래?’
‘괜찮아
거기 다 맛있어
뭐 샀어?’
‘라즈베리바치케랑 딸기우유
올라가도 돼?’
너는 언제나처럼 열중하고 있었다. 네 앞으로 성큼 걸어 간 내 엉덩이를 토닥토닥, 그리고는 다시 모니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면 나는 현관 앞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테이블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있고.


“술 챙겨 왔어.”
“궁금하다. 만석이면 어쩌지.”
“음.”
“자리 있으면 좋겠다.”
“없으면 다른 데 가서 기다리고 있자.”
만석이었다. 이미 우리 말고도 그 앞에 2팀이 대기하는 중이었다. 너도 나만큼이나 악필이었다. 너는 자칫 ‘0’처럼 보일 수 있는 ‘9’ 아래에 꼬리를 하나 굵게 그려넣고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맥주 안 마신댔지?”
“IPA는 마셔.”
네 손에 이끌려 가면서 잠시 인적이 드물어졌을 때 너는 내 가슴을 내려다 봤다. 음흉한 얼굴이었다.
“엄청 음흉해.”
“오늘따라 단단해 보여.”
“나도 노골적으로 쳐다 볼래.”
네 다리 사이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 나를 보고 너는 크게 웃었다. 내가 입은 것과 같은 색의 청바지였다. 바람이 찼다.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고 목줄 없이 뛰어 오는 강아지인 줄 착각했다. 너는 내 어깨를 감쌌다.

네 경유지에 다다랐을 때, 창 안에서 우리를 향해 눈으로 인사하는 사람을 보면서 한 번,
“어, 여기 너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서 본 곳이지.”
기시감이 들었을 때 또 한 번, 형언할 수 없는 고마움이 일었다. 오래 좋아하는 것을 함께 향유하는 일은 언제나처럼 기쁜 일이었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를 집어둔 집게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너를 보고는
“음흉해.” 했다.
“메모 말고 다른 걸 집어야 하는데.”
코스터가 귀여웠다. 하나는 녹색, 다른 하나는 밤색이었다. 각각 내 외투와 네 외투의 색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전화 수신 중인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는데, 왜 기쁜 표정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는지 나는 네가 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해했다.
“자리 났대.”
두 번째 전화는 다소 신경질적이었나 보더라. 전화를 끊은 네가 나에게 묻기를,
“엄청 맛있는데 불친절한 직원이 있는 식당이랑 맛은 그냥저냥인데 친절한 직원이 있는 곳.”
“음.”
너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자주 먹을 수 있는 메뉴면 후자, 특색 있는 메뉴면 전자.”
“불친절하면 자주 안 가게 돼.”
“응.”

밖은 더 추워져 있었다.
“내일 헬스장 같이 갈까? 한 한 시간 정도.”
“한 시간만 하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근데 나 장비가 하나도 없어.”
“음.”
“신발도.”
신고 있던 부츠가 또각거렸다.
“아, 그렇네. 신발.”
“맨발로 해도 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네가 좋다고 말해주는 것을 항상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나는 이제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목구멍을 천천히 축이는 너를 보면서 나는 분명하게 기대했던 것 같다.
“맛있다.” 좋았다.
네가 좋아한다며 데려 간 중국집은 아주 북적였다. 네 말대로 대화하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다른 의미로는 대화하기 좋았다. 마주앉아 있어도 입모양을 보지 않고서는 “못 들었어.” 또는 “응?”하고 되묻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내내 네 표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로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공용 화장실임에도 너는 하나도 안 음흉했다. 차라리 아까 나란히 걸을 때에 나를 내려다보던 눈빛이라면 몰라도.
하나도 안 음흉한 눈을 하고는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내 등 뒤에 온몸을 밀착했다. 네가 등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으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힘이 빠졌다. 다리가 풀려서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너한테 기대 누웠다. 좌변기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너한테 눈을 흘겼던 것 같기도.
언제가 됐든 누가 됐든 창피했다. 용변 보는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매번 창피했다. 너는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타입은 아니었다. 바깥에서 가만히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까와 같이 하나도 안 음흉한 눈을 하고는 이제 상의를 걷어올리는 타입이었지.
“안 돼, 사람 와.”
“언제?”
“…….”
내 앙탈은 언제나 부서지는 것이었다. 이제 너는 내 브래지어를 내리고는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구석으로 몰리다가 어떤 차가운 벽에 등이 닿았는데, 그게 화장실 문이라는 것은 네가 내 젖꼭지에 혀를 대기 직전에야 알게 됐다.
“진짜 사람 와.”
“너가 못 오게 문 막고 있잖아.”
너는 나를 애타게 하는 일을 좋아했다. 한 손으로는 가슴을 움키고 반대편 가슴 앞에 얼굴을 마주하고는 나를 올려다 볼 때면, 네가 턱을 괴고 내 수다를 경청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너를 쓰다듬고 싶어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 으-”
네 입 안으로 내 젖꼭지가 사라지게 되면 나는 곧장 맞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서 고개를 하늘로 쳐든다는 것 정도. 네가 이로 막 잘근거리기 시작했을 때, 네 휴대폰으로 또 전화가 왔다. 옷을 막 수습하려는데 너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나를 저지했다.
“네.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나요? 다음주 중에 가능해요.”하고 답하더라. 외려 내가 가빴다. 그리고 짓궂고 싶어졌다. 주섬주섬 네 바지를 벗기려는데 너는 큰 힘을 들이지도 않고 철통으로 방어했다. 그럴수록 심통이 나서는 입 안에 한가득 더 넣고 싶어졌다. 네가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나는 겨우 옷 매무새를 정돈할 수 있었다. 근데 너는 간도 크지, 화장실에서 벗어난 후에야 알게 된 것은 주말 늦은 저녁,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이 네 담당 수사관이었다는 것. 너는 별 거 아닌 듯 말했다.


두 시간의 식사 제한이 우리에게는 어떤 게임 같았다. 만석이었던 홀에서 한 테이블, 대기 중인 곳이 생기면 눈으로 안도감을 주고 받았다가, 다시 만석이 되면 다소 빨라진 수저를 보면서 키득거렸다. 주문했던 딱 음식을 다 먹었을 때에, 챙겨 간 술이 한 10% 정도 찰랑거릴 때에 종업원이 다가와서 식사 제한 시간이 다 되었다며 일러 주었다. 너랑 나는 순조롭게 미션을 완수한 사람들이었다.

“취하면 더 배고파. 아빠가 이거 숙취래.”
“햄버거 사 가자.”
“치즈스틱도.”
“좋아.”
운이 좋았던 거겠지만 아직 살면서 “안 돼, 살 쪄.”라고 저지당한 적은 없었다. 너는 내 죄책감을 “내일 공복운동할 거니까.”로 사하여 주었다.
우리가 사 간 건 햄버거와 치즈스틱뿐이 아니었다. ‘한강 라면’이라고 프린트 된 기계 앞에서 나는 서성거렸고, 너는 모짜렐라 치즈를 집어들고 와서는
“치즈라면 맛있어.”했더랬다.
“나 한 번도 한강 라면 안 먹어 봤어.”
“오늘 먹으면 되겠다.”
“내일 얼굴 땡땡 붓겠다.”
“운동하면 되지.”

MSG냄새가 진동하는 섹스였다. 내가 술에 가득하게 취하면 보이는 습관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
“침 뱉어 줘.”

그리고 퉁퉁 불은 한강 치즈 라면.
“벌써 한 시야!”
“맥도날드 갔던 게 열 시였는데.”
술을 마시는 날마다 너는 내 새끼손톱보다 큰 알약과 생수를 자기 전에 꼭 쥐어 주었다. 쥐어 주면서 매번을 무슨 영양제라고 알려 줬는데 음, 뭐였더라. 간에 좋은 거랬는데.


새벽에 중간중간, 너는 외딴 섬 같았다. 너무 큰 침대의 끝과 끝에서 서로 바깥을 향해 웅크리고 있었다. 조금만 돌아 누워서 팔을 뻗어도 됐는데, 나는 그걸 못 했다. 누구든 이것을 변명으로 읽겠지만 내 염려는 그거였다.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귀찮음의 대상이 되는 게 겁이 났다.
내키지 않는 팔베개, 내키지 않는 메뉴 선정, 내키지 않는 음주, 내키지 않는 섹스와 커닐링구스, 내키지 않는 포옹, 내키지 않는 배웅, 내키지 않는 만남. 내키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는 항상의 걱정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나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를 바랐다.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야만 하는 대상’에 내가 포함되는 일을 나는 끔찍이도 끔찍하게 생각했다.

‘걔는 참 눈치도 없어. 이 정도 했으면 알아서 눈치껏, 응? 좋다고 말한다고 다 좋은 줄 아나 봐. ’
또 운이 좋았던 거겠지, 이런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은. 이런 흉을 나에게 직접 건네는 사람도 아직은 없었다. 다만 살다 보면 이런 상황의 목격자가 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찌른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혼자 찔려 죽었다. 어쩌면 내가 나를.
너의 마음을 직접 건네 듣는 것이 겁이 난 나머지, 나는 항상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네가 먼저 손을 건네지 않으면 잡지 않았고 네가 먼저 만나자고 해야지만이 스케줄러를 확인하는, 굉장히 수고롭고 피곤한 유형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끊임없이 갈구하고 확인하려고 하는. 증명이 없이는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술 마신 다음날은 대체로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느즈막히 아침을 시작하는 편이었다. 그 날도 그랬다. 미루고 미뤄서 시작한 아침이었다. 훤히 밝은 아침이 눈부셨다.
네 일정을 모르지 않았다. 빅스비에게 몇 시인지를 묻는 네 잠긴 목소리가 좋았다. 정오가 가까워 왔다. 너는 나를 껴안고 얼마간이고 일어날 생각을 않았다. 잠에서 막 깨어난 네 목덜미 냄새가 달큰하고 축축했다. 아마 나였다면 어제 한 얘기는 모르는 척하면서 더 뒹굴거렸을 것 같다.

“지금 출발하면 딱 1시간 할 수 있겠다.”
네가 서두르는 것을 처음 본 날이었다.

사물함에 있어 다행이라며 너는 노란색 스니커즈와 벨트를 건네 줬다. 신발은 덜그럭거렸고, 평상시에 내가 사용하던 벨트보다도 훨씬 야들했다. 그리고 든든했다. 랙 하나를 같이 사용하면서 한참 낮은 내 랙높이와 중량에 맞춰 주는 것처럼, 혹여라도 다칠까 뒤에서 스파팅을 해 주는 것처럼, 내가 운동 영상을 찍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앞에서 개수를 세어 주는 것처럼이나 든든한 신발과 벨트였다.
“푸시업 내기 할래? 근데 나는 무릎 대고.”
“그래.”
나는 필사적이었고 너도 웃기는 했어도 미간을 찌푸렸으니까 최선을 다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1개 차이로 내가 이겼다. 뭘 내걸진 않았지만 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사실 그냥 같이 놀았다는 것부터 나는 좋았다.
스쿼트와 푸시업 말고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기구들은 많았다. 그 중에서 풀업바.
“맨몸 풀업 올해에는 해 봐야지.”하고 내가 풀업바에 대롱 매달리자 너는,
“잡아 줄게. 올라가 봐.”
“악! 무서워.”
네가 내 무릎을 조금만 밀어 주니까 당기는 게 어렵지 않았다. 1시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다. 마치 찜질방에서처럼 너는 탈의실 앞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겨 줬었다. 바디워시랑 샴푸랑 물이랑 그리고 또 뭐였지.


“포케 포장해 가자.”
“맞다, 바치케! 어제 안 먹었다.”
“후식도 있네.”
“사무실에 있어?”
“응.”
연어와 오징어를 넣은 포케 두 그릇. 그리고 라즈베리바스크치즈케이크 한 조각.

“바비 콜드웰 백인인 거 알고 있었어?”
“헐. 처음 알았어.”
“나도 최근에 알았어.”
“지하철 타고 가?”
“음, 조금 빠듯해서 택시 타려고. 너는 사무실 지켜야 하지?”
“잠깐 산책하는 건 괜찮아. 밥 먹고 10분 정도 걸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걸 막아 준대.”
바람이 거셌다. 너는 내 옆을 지켰다. 바람의 방향대로 날아다니는 네 머리카락이 귀여웠다.
“여기 길 이름이 ‘벚꽃로’래. 전부 벚나무라서 봄 되면 엄청 예뻐.”
“오, 산책하기 딱이겠다.”
“택시 저거 아니야?”
너는 내가 만류할 틈도 없이 8차선을 가로질렀다. 다행이었지만, 아찔했다. 너는 내가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너는 동안에 조수석의 열린 창문을 통해 무어라 대화를 주고받는 듯했다.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지도, 내가 탑승한 택시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든든했다.

‘The last resort - eagles’
너는 이 곡을 들으면 졸리다고 했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다음에는 너랑 있을 때 불러달래’
‘궁금하다’
응, 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곡의 제목처럼.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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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4-04-15 00:39:01
사실 레홀에 올라올만한 글은 아닌거같아요
님이 금주한거 운동 내기한거 눈치없는거 금태먹은거
이런거 다 사족 아니예요. ?
그냥 일기 어플에 쓰셔도 될거같은데
서로 일기 공유하는 어플 많아요
익명 / 추천해 주실 만한 어플이 있을까요?
익명 / 그 사족도 보고 만족하는사람 있습니다 그냥 일기어플에 쓸거 여기다 써주세요
익명 / 레홀에 올릴만한 글이란게 뭔데요. 정해져있나요? 재밌게 보고있는사람도 있는데. 쓴이 사족도 좋으니 계속써주세요. 재밌어요.
익명 / 아니 ㅅㅂ 레홀에 올라와야 할 글의 기준이 뭐길래 이 글에 이딴 댓글이 달리는 거지?ㅋㅋ 금태먹은거 이 ㅈㄹ 진짜 역겹네 ㅅㅂ눈뽈대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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