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불1/2
0
|
||||||||
|
||||||||
매일 보던 아파트로 내가 탄 어린이집 버스가 들어선다. 늘 같은 속도로 같은 주차장의 아파트 주차장을 돌며 버스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승합차 문을 열었다. 매일 보던 아동의 어머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늙고 작은 개 한 마리를 팔에 걸친 커다란 남자가 내가 혼란스러워 하는 틈에 다른 한 팔로 아동을 잡고 목례를 하며 틈도 주지 않고 가버렸다. 마치 이화 속 도깨비처럼 커다란 등을 하고서 헐렁한 반바지를 펄럭이며 양손에 개와 아이를 쥔 채. 너털너털 걸어가는 그는 아이의 어머니가 보여주던 등을 남자가 대신했다. 아이의 평온한 표정과 커다란 등 하나만을 믿고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승합차 문을 닫았다. 원장인 아버지께 물었더니 아동의 부모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셨다. 아이는 부모의 나이차가 많은 조카에게 맡겨졌다고 했다. “한마디 말씀도 없이.......” 불평 섞인 목소리완 달리 손톱을 물고 눈을 굴려 봐도 지어지는 웃음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 다음날도 남자가 나왔다. 낮은 높이에 계단처럼 열린 승합차 아래로, 아이를 받으려 벌린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구를 애꿎은 치마를 쥐어가며 억눌렀다. 화장한 이마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거울을 한 번만 살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아동의 알림장을 내밀었다. 번호를 적어주셔야 한다며. 기사님이 주는 눈치도 애써 무시하고 머리를 귀 뒤로 한 번 넘기고 차에서 내려와 그에게 펜을 주었다. 그만 부끄러움도 모르고 웃음만 새어나왔다. 그는 조금 놀란 얼굴로 이미 여동생의 번호를 적어 준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잠깐이라도 아이의 보호자인 사람의 번호가 모두 있어야 한다며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둘러댔다. 억지를 부려 받아낸 번호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수수한 색에 옷을 벗어 던지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그가 나를 보고 있는 상상을 했다. 거울 속 나를 뒤에서 안아주는 생각을 하며 점점 빠져들다가 그 라고 느껴지는 내 손으로 나를 만졌다. 부족해 보여도 강렬한 그가 남긴 손자국 끝에 축축한 빛이 흘러내렸다. 몸에 가득했던 열기가 나가고 정신이 들어왔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