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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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별 다를바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똑같은 시간, 똑같은 길로 출근길에 나섰지. 채 속도를 내기전에 차는 벌써 신호에 걸려 섰고 뉴스라도 들을까 볼륨을 키우느데 갑자기 보조석 문이 열리며 빨간색 힐이 들어 서는거야. 그 바알간 색이 뚝뚝 떨어는 힐 위로 미끈하게 반짝이며 이어지는 커피색 스타킹을 따라가던 내 시선은 립스틱도 빨간 아가씨의 눈과 맞닿고서야 흔들리기 시작했지. 심장이 떨리는 난 눈으로 물어 볼 수 밖에 없었어. 누구? 여기는 왜...
그녀는 내 눈빛에 답을 했지. 그 빨간 입술이 지긋이 열리며. 아저씨. 잠시만요. 저 잠시만 이라고 있을께요. 그녀는 차 시트에 몸을 숨기듯 묻으며 두 무릎을 들어 가슴쪽으로 끌어당겨 감쌌지. 아. 하... 짧은 스커트를 입은 그녀였어. 무슨 느낌인지 알겠는거야? 앞 창에 비친 그녀의 포갠 무릎은 출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되려 감사하게 만들더군. 생각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맞아.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차를 몰았어. 이봐. 난 이쪽으로 가야하는데. 그냥 가도 되겠어? 어디서 내려야 한다면 얘기 해. 세워줄께. 그녀는 미동도 없었지. 그러고는 담배 있어요? 묻더군. 아니. 나 담배 끊은지 오래야. 껌이라도 괜찮다면 거기 있을지 몰라. 난 보조석 글로브 박스를 가리켰지. 그러자 그녀는 그 빨갛고 긴 몸매의 힐을 벗고 발을 뻗어 발가락으로 박스를 여는 것이 아니겠어! 아. 파란 신호가 아니었으면 내 코로 빨간 신호를 냈을뻔 했어. 그래. 코피 빵. 응? 껌이 안보이네. 됐어. 무릎으로 박스를 밀어올려 닫고도 말려 올라온 스커트 따위는 신경 안쓰는 그녀. 고개를 무릎에 묻고는 그런다. 아저씨. 나 봄바다 보고 싶어. 지금 어디냐구? 오른쪽 창가로 봄바다를 끼고 그녀의 무릎에 얹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다네. 그녀의 이름도 알아냈어. 우절. 비 우에 절기 절. 비의 계절이라는군. 자, 모처럼 좋은 하루를 이렇게 혼자 보내서 미안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 아니겠어? 지금이라도 나와~ 운전하라고~ 가고 싶은 곳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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