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목소리 그리고,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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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목소리를 열심히 들어주는 여인네가 있습니다. 사실, 제 목소리가 듣기에 좋은 목소리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목소리 듣고 싶어' 라는 말 때문에 좀 더 많은 말을 하려 노력하고,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 노력하곤 하는 것을 보면, 어쩔 땐 우숩기도 하고, 어쩔 땐 바보 같기도 하고 하네요. 익숙해지는 것일까요? 처음엔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꾸미며 혹은 준비하고 무언가를 이야기 하기보다는 그냥 내 것을 꺼내놓고 보여주기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좋은 방향의 익숙해짐이겠지요. ... ... ... 같이 듣곤 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어떨땐 그녀가 틀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틀기도 하고, 노래에 맞추어 같이 부르기도 하고... 사실 20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가 거의 매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 참 우숩기도 하고,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노래를 듣고, 부르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기도 합니다. 달콤한 꿈을 꾸면서... 바다에서 태어난 해, 외침, 말리꽃 그리고, 이승철의 그냥 그렇게를 듣다가 그녀가 잠들었나 봅니다. 조용히 듣던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조용히 들려왔습니다. 새근새근 아기처럼 숨소리를 내뱉는 것을 귀로 느낍니다. 소근소근 칭얼대는 것처럼 들리는 숨소리는 조금 더 커져갑니다. 중간 중간 한 숨처럼 마치 칭얼 거림 같은 것도 들려옵니다. 이 글을 마무리 할 때즈음, 전화를 끊을까 합니다. 이제는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너의 목소리와 숨소리를 듣는 것이 더 즐겁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잠들기 전에, 피천득 수필집 인연(因緣)이나 좀 들춰보다 자야겠습니다. de Dumb squ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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