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편지. 면도날에 베인 상처를 모른척 하는 남자에게.  
0
아저씨펌 조회수 : 3116 좋아요 : 3 클리핑 : 0
우리에게 허락된 조용한 하루는 감사할만 했나요.

이제 막 운동을 끝냈어요.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길래 좀 더 강하게 몸을 움직였네요. 아직 아프긴 일러. 다독이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마음이 허물어지고 비었을 때 그냥 몸을 마구 쓰다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마음이 움직이며 변하려고 하잖아요. 말하자면 행위를 뒤따라 오는 정신력 같은 것. 이를 악물면 입술도 꼭 다물어지고 눈꼬리도 솟구치며 전지를 막 갈아 넣은 후레쉬처럼 눈빛도 강렬해집니다. 가슴은 증기기관차의 굴뚝처럼 열기를 마구 토해내구요.
몸이 뜨거워지면 비로서 그 열이 마음도 데웁니다. 올바른 마음만이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정직한 몸이 마음을, 그 마음가짐을 곧추세울 때가 많음입니다.

실은.
면도를 하다가 그 작은 칼날에 베었습니다.
내가 지닌 작은 칼로도 나를 해하는데
아니라고 몰랐다고
내게 당신을 해할만한 칼날은 없다고 소리치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또 당신에게 냈던 것일까요.
거울 속에 벌거벗은 나는 그렇게 나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나는 그에게 들어가 내가 됩니다.

이렇게 데워진 내 마음이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들리시나요.
종일 조용한 당신을 보면서 당신 마음에 들어가 그 마음을 어루만졌더랬어요.
내게서 입은 상처와 내게서 알게된 아픔과 나로 인해 견뎌야 했던 적막한! 우주같은 시간들을.
어루만지고 싶었습니다.
당신 뒷모습을 꼬옥 안고만 싶었습니다.

여즉 남은 밤이 길어요.
당신은 별빛처럼 아른한 장미의 향기에 물들어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조용한 사랑을 말합니다.
나의 알 수 없는 미열은
내 마음의 미열은
당신의 입맞춤으로만
제자리로 돌릴 수 있겠기에.

침묵도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기를.
아저씨펌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오늘부터레드 2016-05-18 23:13:11
가끔은 종잇날에 베기도 하죠~
아저씨펌/ 네, 그렇지요, 그런데 종잇날로 면도는 안되요~ ^^
레드홀릭스 2016-05-16 10:44:23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중간의중요성 2016-05-15 09:49:15
시인이세요?ㅎ
아저씨펌/ 진실은 진실을 알아본다는 시인은 누구시더라요~~
중간의중요성/ ㅋㅋㅋㅋㅋ글잘읽었습니다~
1


Total : 36016 (1/180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콘텐츠 협력 브랜드를 찾습니다. 레드홀릭스 2019-07-29 48790
[공지] 카카오 오픈 단톡방 운영을 시작합니다. (22년2월25일 업데이.. [430] 레드홀릭스 2017-11-05 216379
[공지] (공지) 레드홀릭스 이용 가이드라인 (2021.12.20 업데이트).. [352] 섹시고니 2015-01-16 326605
36013 저같은 분 계신가요? [1] new 램요진의주인님 2024-05-15 463
36012 생존신고~ new 알타리무 2024-05-14 325
36011 바다 멍 [21] new spell 2024-05-14 999
36010 오늘부터 친구먹자!!! [5] new 사랑은아아 2024-05-14 626
36009 맞다이로 들어와 [2] new pornochic 2024-05-13 624
36008 낮시간 공원_부제, 동네사람친구 구인 ㅎ [30] new ddalgi 2024-05-13 1811
36007 수원 광교 상현 가능하신분! [5] new 퐁퐁리 2024-05-13 1273
36006 소개서를 쓰고 나서. [2] 아뿔싸 2024-05-13 708
36005 개취 벤츄 2024-05-12 897
36004 드뎌 봉인해제 [15] 365일 2024-05-12 2028
36003 비온 뒤 개인 날씨 [2] 리스n년차 2024-05-12 597
36002 정욕 [4] 으뜨뜨 2024-05-12 886
36001 FA feat. 연애는 아직인가봐 [3] K1NG 2024-05-11 806
36000 주말은 티비와 함께 [4] 365일 2024-05-11 569
35999 (네토)사랑과 질투 그리고 신뢰 [7] 네토여친 2024-05-11 976
35998 모솔 아다는 언제 해볼련지 ㅜㅜ [2] 해보고싶엉 2024-05-11 606
35997 충분해 [23] spell 2024-05-10 2042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