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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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조회수 : 1212 좋아요 : 2 클리핑 : 0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아직 준비가 되질 않아서.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려고 다가가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나는 그냥 용기가 없는 것뿐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비극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사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을 안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핑계를 만들어 내고 만다.

핑계는 나를 버틸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끝없이 비참하게 만드는 완벽한 방패다. 보기엔 그럴듯한 이유를 하루고 한 달이고 끝없이 만들어 내는 나를 보면서 나는 안도감과 부끄러움을 반복해서 느낀다.

전쟁통 속에서도 사람들은 연애를 했고 사랑을 나누었으며 가정을 이루었다. 그 사람들이 넉넉하고 여유로워서 사랑을 한 게 아닐텐데. 내게 부족한 건 시간도 아니고 돈도 아니며, 체력이나 인맥도 아니다.

나는 그냥 넘어지더라도 달려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없는 것뿐이다.
난기류
같이 얘기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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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2020-03-26 11:51:59
무섭죠, 넘어진다는 거. 넘어졌을 때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도 어렵고요. 또 다시 스스로 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가요. 그래도 살면서 넘어져도 보고, 내가 딛고 있던 땅은 생각보다 그리 척박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촉촉한 흙밭 위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에 맺힌 이슬에 기특함도 느껴보고, 살랑이며 부는 바람 혹은 쏟아져내리는 폭우, 내리쬐는 뙤약볕... 이런저런 것들을 피부로, 코로 귀로 눈으로 온몸으로 느껴보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힘껏 재기한 나는 넘어지기 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있지 않을까요?
많이 아팠던 상처든,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서 흉 조차도 남지 않은 것이든, 결국에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꼰대스럽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도 저에게 거짓말 꽤 자주 하는 사람이라서요, 스스로가 만든 구실과 핑계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꽤 약은 사람이라서 어쩐지 동질감을 느끼거든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나를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게 충만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한참이지만... 같이 노력해요, 우리!

가끔 써주시는 일기 같은 글이 저는 참 좋아요. 아마 난기류님은 부끄러워하실 것 같지만, 그런 모습 조차 저는 인간적이라고 느껴져요. 분명히 어느 한 구석이 불편한 글들이지만 읽고 나서는 꼭 전부 게워낸 듯 편안해져요.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하지 못한 말들이 담겨 있어서 그런 걸까요 ㅎㅎ 고맙습니다.
난기류/ 막 퇴근을 해서 댓글을 답니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드려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제 글들이 대부분 밝거나 희망찬 주제의 내용이 아니라서 보시기에 따라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해요. 어떨 때는 저라는 사람은 참 쓸데없이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구나 싶기도 하고요. 612님의 댓글을 보니 속을 훤히 내보인 것 같아서 부끄러운 기분이에요. 말씀하신대로 저는 스스로를 참 많이 속이고 감춰요. 혼자 벽을 세우고 또 무너뜨리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척 하죠. 사실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내려놓은 적도 없으면서. 한번 사는 삶인데 뭐가 이리 재고 생각하는 게 많을까, 단순하게 살아보자 마음을 먹어보려고 애쓰지만 쉽지가 않네요.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답답함에 문득문득 드는 생각을 종종 익명을 빌려 이렇게 글을 쓰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음까지 무겁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바라건대 제 글에서 편안함만 얻어가시고 괜히 분위기 가라앉게 하는 우울함까지는 가져가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612/ 저는 우울함을 즐기는 편이에요- 한다면 마음이 조금 놓이실까요 ㅎㅎ 스스로를 얼마나 어디까지 속이시는지까지야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글에서만큼은 난기류님의 솔직함이 곳곳에 자리해 있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개운하다고 느껴요. 난기류님도 평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우주를줄께 2020-03-26 01:09:18
가능성의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
난기류/ 어렵네요...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저는 어떤 길을 택해야 옳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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