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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을 봐도 발기하지 않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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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스카이폴> 권태기.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마치 감기처럼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고들 한다. 한때는 알몸을 감추려는 아내의 몸을 애써 보기 위해 일부러 불을 환하게 밝히기도 했다. 부끄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에 흥분해서 하룻밤에 여러 차례 섹스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몇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 알몸은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다. 팬티를 벗겨 은밀한 부위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성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절망적인 현상은 어느 특정 부부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의 많은 부부들이 경험하고 있는 극히 보편적인 일이다. 그래서 그들이 소개하는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남편의 두뇌를 흥분시키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남편이 섹스를 기피하는 것은 아내의 성적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화장도 하고 몸매를 가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의 다이어트 열풍은 거의 살인적이다. 무조건 굶기도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한다. 비참하리 만치 살을 빼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야한 잠옷을 입고 남편을 유혹한다. 스타킹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기능을 가진 속옷을 입은 마돈나처럼 가터벨트 차림에 하이힐까지 신고 늘씬한 다리의 곡선미로 남편을 유혹한다. 물론 외국의 경우다. 우리 나라에서 이렇게 한다면 아마 뭐 하는 짓이냐고 남편의 핀잔만 들을 게 뻔하다. 아내가 남편을 유혹하기 위해 낯뜨겁다고 할 정도의 속옷을 입는 것은 신체의 일부를 가려서 신비감을 되살려 보기 위한 것이다. 남편이 그런 모습을 보면 감추어진 곳에 대한 성적 호기심이 발동하여 흥분할 거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아내가 두 개의 가는 끈으로 된 팬티를 입었다면 팬티도 벗기지 않은 채 그 끈 사이로 삽입을 하면 분명 새로운 자극이다. 그리고 팬티를 벗기지 않고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금세 시들해진다. 남편과 포르노를 함께 보거나 후미진 곳으로 차를 몰고 나가 색다른 성 경험을 해본다. 이런 시도를 하는 부부라면 한동안 빈번한 섹스를 할 수는 있다. 부부가 육체적인 애정 표현이 과감해지면 서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조차 오래 가지 못한다. 남편의 섹스가 뜸해진 이유는 아내와의 섹스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각적 자극이나 독특한 분위기로 남편의 성욕이 살아날 거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남편의 눈을 자극하면 잠시 성욕이 살아날지 몰라도 이미 싫증난 아내의 육체에 계속적으로 성적 충동이 일어날 리 없다. 남자들은 아내와의 섹스가 시들해진 이유를 매번 똑같은 패턴의 섹스, 항상 경험하는 그렇고 그런 쾌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섹스를 하고 나면 왠지 힘만 들고 미진한 구석이 남는다. 그러면서 뭔가 색다른 것을 찾는다. 물론 그 색다른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그러다 보니 좀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자신들의 섹스 장면을 캠코더에 담아 함께 보기도 한다. 마치 다른 부부의 섹스를 엿보고 있거나 누군가 자신들의 섹스를 엿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흥분한다. 그런 흥분이 발기하게 만들고 다시금 아내와 섹스를 하게 만든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스와핑도 바로 이런 의도의 연장으로 보아야 한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자신이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것을 아내가 지켜본다면 캠코더에 찍힌 자신들의 섹스 장면보다 훨씬 더 자극적일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남자는 아내와의 관계가 시큰둥해지면 외도로 그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래서 신비감이 사라진 부부에게 남자의 외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만큼 남자의 외도는 화제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와핑을 문제로 삼는 것은 왜 남자만 외도를 하지 않고 부부가 함께 외도를 하는가를 문제삼는 것과 같다. 이미 우리 사회는 남자만 외도를 하지 않는다. 여자도 남편과의 관계가 시큰둥해지면 외도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스와핑은 부부가 서로 속여가면서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같은 장소에서 함께 외도를 한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와핑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은 감추지 않는다. 권태기를 극복하려는 이와 같은 방법들은 두뇌만을 자극해서 남편의 발기를 유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남편의 발기가 목적이라면 직접 오럴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그런데도 굳이 두뇌를 자극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억지로 발기를 시켜보았자 남편이 섹스를 즐겁게 생각하지 않으면 계속적인 성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남편은 아내와의 섹스를 즐겁게 생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남자가 사정만 하면 오르가즘을 느꼈으니 당연히 만족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정만으로는 남자가 만족할 수 없다. 사랑하는 여자와 섹스를 했을 때하고 사창가에서 섹스를 했을 때의 쾌감이 다르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랑 없는 섹스가 재미없다고들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사정이 곧 오르가즘이 아니며 만족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섹스에서 무엇이 남자를 즐겁게 만드는 것일까? 남자가 사랑하게 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지고 페닐에틸아민과 엔돌핀 그리고 옥시토신이 만들어진다. 바로 남자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 흥분과 발기를 시키고 황홀하게 만들어서 행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부간의 친밀감이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할 때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은 3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서 사랑의 감정을 좌우하는 화학물질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남자는 새로운 성적 쾌감을 찾기 위해 다른 여자를 찾게 된다. 남녀간에 사랑이 싹트면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들뜨게 만드는 것이 바로 대뇌에 만들어지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적인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두뇌가 육체적인 자극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두뇌가 사랑의 감정을 가지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서 기분을 좋게 하고 성욕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자극에 의해 성적 쾌감이 상승하면 그 자체가 대뇌를 자극하여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섹스를 즐기면 자연스럽게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한다. 바로 남자의 성기를 발기시키는 힘인 남성 호르몬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는 하면 할수록 더 원하게 된다. 그리고 성적 즐거움을 경험하면 옥시토신이라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져서 부부간에 친밀감과 사랑이 돈독해진다. 더구나 오르가즘을 경험하면 엔돌핀이 만들어져서 섹스가 황홀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를 즐길 줄 아는 부부는 그 사랑도 오래간다. 문제는 이런 천연 화학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섹스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단지 사정만을 위해 섹스를 하다보니 화학물질이 미처 만들어지기도 전에 끝나 버린다. 결국 섹스가 재미없어지고 싫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삽입위주의 섹스가 아니라 서로의 육체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오르가즘을 늦추기도 하고 삽입을 하지 않고도 섹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몸을 즐겁게 하면 두뇌도 즐거워지면서 화학물질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놀라운 물질이 피부조직 속을 흐르면 꿈결같은 육감적인 섹스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은 부부의 사랑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남편의 성기는 아내 생각만으로도 힘차게 발기하는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육체를 사랑하는 일에 어색하다. 단순히 남편이 원하면 마지못해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삽입 위주의 섹스에는 익숙해 있어도 서로의 몸을 애무하는 일에는 서툴다. 남편을 유혹할 때도 육체적인 자극보다 이미 시들어버린 정신적인 자극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두뇌를 자극하기 위해 점점 강한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사랑이라는 천연화학물질을 만드는 공장과 같다. 그 공장을 가동시켜 하나 하나의 공정을 거치면서 화학물질을 만들어낼 줄 알면 사랑이라는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 천연화학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게 공장만 가동시켜라. 권태기라는 말도 이미 옛말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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