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쩨쩨한 로맨스>
나는 직업이 작가다. 작화 쪽에서 활동하는 작가. 그렇다 보니 순수예술보다 상업예술에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싫든 좋든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미뤄둔 채 생계를 위한 예술을 강제 아닌 강제로 하고 있었다. 그 무렵, 문득 떠오른 작업 중 내가 그린 여자에 대해 묘한 감정을 느낀다.
현실의 애정관계에 동반하는 섹스는 성욕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섹스를 해도 ‘망가’처럼 온몸이 정액이나 애액으로 뒤덮이지 않고, 12번 넘게 사정을 할 수도 없고, 가슴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비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없다. 그렇다 보니 이 상업적인 예술이 AV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망가 - 망가는 일본어로 만화라는 뜻이다. 각국의 만화를 그 나라에서의 만화를 뜻하는 고유명사를 통해 지칭하는 구미권과 다르게(코믹스 : 미국 만화, 베데 - 프랑스 만화), '일본 만화' '미국 만화'하는 식으로 지칭하는 한국에서 '망가'라는 단어는 '음란한 표현 위주의 일본성인만화'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위키피디아]
이상적인 얼굴과 체형을 가진 사람과 원하는 상황과 체위로 유토피아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연애는 물론, 사람들은 원나잇이라 해도 자기 성욕에 꼭 맞춘 것을 더 좋아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섹스’라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대를 잇기 위한 목적보다는 쾌락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망가라는 상업예술을 통해 가상의 상대방이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성욕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섹스가 아닌 자위행위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목적이 쾌락이라면 섹스를 실제로 했다 안 했다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이성과 하기 위해서’ 예술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아닌 게 아니라, 상업예술이 아닌 순수예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연의 욕구를 숨기지 않고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순수 그 자체를 그려내는 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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