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T팬티를 입어보거나 가지고 있는가?
이 글을 쓰려고 이 질문을 여기저기 해봤으나, 남녀노소 얼굴을 붉히며 '아니지!', 할 뿐이었다. 본 적 없다는 사람도 꽤 많았다. 그렇게 자료수집에 실패했고, 내 T팬티와 관련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약 15년 전까지 되돌아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1살 차이 나는 남동생과 항상 같이 목욕을 하고, 목욕이 끝나면 엄마가 팬티만 입혀서 방에 같이 넣어 놓았다. 그럼 우리는 팬티만 입고 같이 장난을 치다가, 서로의 팬티의 엉덩이를 덮는 부분을 엉덩이 골 사이로 넣어가지고 막 올리면서 빵 터져서는 소리지르며 깔깔 웃고 그랬다.
그때는 엄마아빠 어깨너머로 훔쳐본 영화 같은 데서 여자배우들이 T팬티를 입고 나온걸 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억지 T팬티를 만들어서 놀면서 “외국엔 이런 팬티도 있대~”하면서 그 팬티에 대해 조롱 아닌 조롱을 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남자와 술을 일찍 접해본 한 친구가 술을 먹으러 갔다가 모 맥주를 시켰더니 행사중이라며 선물을 줘서 열어보니 T팬티더라고 얘기를 한 적 있었다. 우리는 다들 경악하면서 보고 싶다고(한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기에)했더니, 다음 날 정말 T팬티를 우리 눈앞에 대령했다.ㅋㅋㅋ
그렇게 신성한? 교실에서 처음 마주한 T팬티의 비주얼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니 정말 이 씹다 뱉은 것 같은 천 쪼가리로 가릴 부분을 다 가릴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T팬티를 꺼내보고는 이거 누가 가질래? 누가 가질래? 하면서 서로에게 던지고 피하고 하다가 내가 손들며 “내가 가질게!!!!!!!!”하고 받아 왔었다. 가져와서 서랍 깊숙이 숨겨놓고 엄마가 볼까봐 조마조마 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후인 얼마 전, 나는 생애 첫 T팬티를 구매했다. T팬티를 성인용품쇼핑몰이나 명품속옷 샵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애 첫 T팬티를 구입한 곳은 세계적인 SPA브랜드의 속옷 코너였다. 3개에 만원 정도 세트로 ‘괜히 돈 주고 쓰레기 사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접고 충동구매하기에 적당한 가격이었다.
암튼 그렇게 사가서 집에 가자마자 입어봤는데 뭔가 많이 허전~~~하고 뒤에서 봤을 때 뭔가 '음...스모선수들이 스모할 때 입는 샅바 같은 느낌인데?'했다. 그래서 남친한테 "T팬티를 샀는데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다음에 만날 때 입고오라고 해서 다음에 입고 갔다. 그리고 그 날 남친네 집에서 자려고 씻고 누웠는데 그래도 뭔가 막상 보여주기 창피하기도 해서 벗어놓고 맨몸으로 침대로 갔다.
남친은 "T팬티 샀다며~ 입고 와봐~ 한번 보자~"하길래 쭈뼛쭈뼛하며 다시 T팬티를 입고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남친이 이불을 젖히고 불을 켰다. 그런데 어유, 잠시 내 엉덩이를 응시하던 남친은 말없이 거사를 시작했다.
T팬티는 팬티를 벗기지 않고 (찢젖박언니 말처럼) 젖박. 젖히고 박기에 딱이었다. 앞으로 할 때도, 젖히고 하기에 시각적인 비주얼이 아주 좋고zzzzzzzzz
뒤로 할 때는 더 심각하게 좋단다. 남친이 일을 다 치르고 말하길, 사정 안 할려고 했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너무 섹시하다고. 내 남자의 이런 반응을 보니 안 입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는 T팬티를 입으면 왠지 엉덩이 라인이 더 강조되는 것 같고 더 섹시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남친이 좋아하는데 ‘왜 T팬티를 입기는 커녕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적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다들 T팬티가 도발적이고 쎈 아이템같은 부담스러움에 살 엄두를 못 내는 거겠지. 뭔가 내 돈 내고 사서 입어 보기엔 돈 아까운 그 찝찝함 느낌 때문이 대다수 아닐까 싶다.하지만 일단 한번 입어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반응도 그렇고, 본인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아니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친한 친구나 여자친구, 혹은 아내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전과는 다른 섹시한 속옷을 입은 내 여자친구, 아내의 모습에도 요지부동일 남자가 있을까? 따로 말은 안 하더라도 분명 눈알에 피가 사악-돌고, 내 여자의 엉덩이에 시선을 고정할게 분명하다. 지겨워진 내 애인과의 잠자리에 딱히 코스튬을 거창하게 차려 입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T팬티로 부담 없이 가볍게 그 시작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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