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첫 남자, 첫 경험: 아담과 이브>
‘남자’와 ‘첫 경험’, 이 두 단어 사이의 궁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치 기네스 펠트로가 아이언맨을 대신 배트맨 옆에 붙어있는 것처럼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분명 남자에게도 첫 경험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는 첫 경험을 ‘딱지’라고 말한다. 딱히 중요하지 않으며, 빨리 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딱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부터가 안타깝다. 딱지는 상처 위에 생기는 것인데, 그렇다면 모든 남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하루빨리 딱지를 떼고 상처 위에 새살을 돋게 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다는 말일 것이다. 첫 경험이 단지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남자들끼리는 일찍 경험한 사람일수록 당당해하고 늦게 경험한 사람은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어떻게’ ‘왜’ ‘어디서’ 같은 더 중요한 요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항상 ‘언제’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들은 첫 경험을 일종의 임무로 생각한다. 그리고 군대 가기 전까지도 수행하지 못하면 마치 그 이후에는 성 기능이 퇴화되어 버릴 것처럼 조급해하며 발걸음을 업소로 옮긴다. 물론 모든 남자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첫 경험을 안마방과 같은 불법적인 윤락업소를 통해서 치르는 남자들의 숫자는 생각보다 꽤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불타는 주말에 급작스럽게 만난 여성과 첫 경험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자친구를 사귀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사랑이 전제된 섹스를 첫 경험으로 이루는 남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첫 경험이라는 정말 소중한 경험을 길바닥에 쓰레기 버리듯이 툭툭 가볍게 내던지는 많은 남자들. 이 얼마나 씁쓸한 행태인가. 섹스에 대한 가치관은 첫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형성된다. 그래서 첫 경험을 대충 하게 되면 그 이후에 하는 섹스에서도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성’에 대해서 매우 가볍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절대 무겁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성에 대해서 닫혀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혼전순결이 아니다. 단지 남자들도 첫 경험을 조금은 소중히 하자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조차도 아름다운 꽃내음이 나고, 사랑이 넘치는 첫 경험을 경험해 보진 못했다. 그 당시에는 빨리해버려야 할 것으로만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창피할 것도 없었는데 꼭 그렇게 빨리하려고 했어야만 했을까 싶다.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남자들에게 ‘첫사랑’이란 뭔가 아름답고 짠한 기억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첫 경험은 첫사랑과 달리 뭔가 급작스럽고 희화적인 느낌의 단어가 되어버렸는지, 그러한 느낌의 첫 경험을 가지고 있는 본인으로서도 정말 유감스럽다.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자들 중에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대들의 첫 경험을 그냥 막 던지지 마라. 정조대를 차고 다니라는 소리가 아니다. 다만 그냥 툭 버리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첫 경험은 생각보다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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