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금기의 외줄타기] 6. 합의를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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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이츠]
성생활에 있어서 합의의 유일한 방법은 대화입니다. 인간에게 합의의 방법이 꼭 대화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생활에 있어서는 대화가 유일한 방법일겝니다. 섹스란 남녀 공히 자신의 몸을 상대방의 손에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로 맡기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섹스 도중에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하여 자신의 몸이 유린당하지 않기 위해 상호간 의사소통을 해야 하고, 실제로 사람들은 스스로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쉴 새 없이 그러한 의사소통을 하며 성생활을 즐깁니다. 이것은 마치 문 앞에서 누군가 노크를 하면 안에서 그 문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크를 할 때 누군가 두드린다는 행위가 반드시 선행하는 것처럼, 대화도 말을 거는 행위가 선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하기 전에 반드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냥 문이 내 앞에 있으니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어가고 싶은 방을 정하고, 그 방에 들어가 무엇을 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노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문을 열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도 알아야 하고, 문을 열지 않으려 한다면 왜 열지 않는 것인지 그 원인도 파악해야 합니다. 마치 논객들이 토론장에 나서기 위해 각종 자료를 준비하는 것처럼, 성생활을 위한 대화도 자신의 성적 취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각종 전략과 근거를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대화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입니다. 섹스를 할 때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상대방이 어떻게 해 주었으면 싶은 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참 섹스를 하는 도중에 상대방이 “너는 어떻게 섹스하는 게 좋아?” 라고 물으면 멍 때리지 말고, 그 대답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안 좋은 대답은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라는 대답입니다. 상대방은 ‘어떻게’ 라는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데, 이런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점원에게 ‘아무거나 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네가 펠라치오를 해줄 때, 나와 눈을 맞춰줘~”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자신을 알아야 남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 다시 말해 성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내가 상대방과 어떤 부분이 같고, 어떤 부분이 다른 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학창시절 우리가 시험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학생은 시험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선생님은 시험을 통해 자신의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를 파악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더 가르쳐야 하는 지를 파악하게 됩니다. 결국, 상대방도 나 자신도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파악하면, 다음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이 가려운 데 손이 닿지를 않아서 상대방에게 긁어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등 어디 언저리에 손을 올리고 “어디?” 라고 묻습니다. 그럼 나는 “네가 긁고 싶은 데를 긁어.” 라고 하지 않습니다. “거기… 조금 위에… 조금 왼쪽…” 이런 식으로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으로 위치를 알려줍니다. 그러면 비로소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몸이 아픈데 아픈 부위가 자신의 은밀한 부위라 의사에게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병원에서 환부를 보이지 않으면 치료가 되겠습니까? 이처럼 성생활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맞춰주는 것은 없습니다. 생각과 마음은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으니까요. 다만, 맞춰 주는 것도 있고 맞춰 주지 않는 것은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에는 양보가 필요한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데, 상대방이 그 요구를 들어주기 싫어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일 것입니다. 그 이유를 대화를 통해서 일단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절대 안되는 이유 또는 특정 원인을 제거하기 전에는 안되는 이유 등이 나올 것입니다. 절대 안되는 이유가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양보하십시오. 금기란 한번에 깨는 것이 아니라,조금씩,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옷이 가랑비에 젖듯 조금씩 조금씩 절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그 절충안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자신도 무언가를 희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누군가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키려면 반드시 그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하물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금기를 깨는 데 그만한 댓가가 없을 리 없습니다. 그 댓가는 두 사람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도출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로의 차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형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맘처럼 그리 쉽지 않다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저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시도해 보십시오. 지레 포기하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단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가능성은 절대 제로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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