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섹스판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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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aranoia] Blue 터지는 글임을 알면서도, 자다 깨서 적어놓는게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보다 덜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도 직업병이겠지. 지난 벙개에서 사람들과 한바탕 놀고 난 다음, 잠시 서로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서로가 돌아가면서 자신의 섹스판타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섹스에 대해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 섹스 판타지는, 쓰리썸도 갱뱅도, 하다못해 무인도에서의 나체 라이프도 아니었다. (사실 다 해봤거든) 수년동안 생각만 해보고 한번도 하지못했던 말을 털어 놓았다. "제 섹스판타지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는 것입니다." 우리아파트 개구멍 and 산책로 스물 일곱 이후 10년동안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해왔다. (아니, 사실은 하나하나 세어 놓았다. 그녀들과의 섹스도 기록해 놓았고, 썰을 풀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것을 다시 적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8년전 마지막 연애 이후 나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없었다. 단지, 넘치는 애정결핍을 담아.. 매번 섹스하는 상대를 미친듯이 사랑했을 뿐이었다.
상대와 헤어지고 난 후, 혼자 집에 가는 길은 차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조용했고, 나는 어떤 음악도 틀지 않은채로 말없이 현관문을 열곤 했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 똑같은 시간이 시작되었고, 나는 다음섹스의 순간까지 또다른 마음의 평온을 찾아갔다. 그렇게 8년을 보냈다. 어느날 오래 알고 지냈던 한 사람을 마치 동화처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하게 되고 나니 더이상 그녀와 아무렇지 않게 섹스할 수가 없었다.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손을 잡고 다니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었던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때 유심히 지켜보던 친구가 조심스레 했던 말처럼, 서로에게 가진 마음의 크기가 달랐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지와는 별개로 나의 짧은 사랑은 14일만에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렇게 마음이 먹먹해진적이 없었기에, 어떤 외로움보다 더한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처음 그녀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정리했던 파트너들은 보란듯이 날 비웃었다. 어쩔 수 없는거라고,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연애를 하려했던 나의 과욕이었다며,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럼 오늘부터 1일이라며 퉁명스럽게, 하지만 웃으며 말을 하던 사람은 이제 곁에 없고, 나도 마치 쉬지 않았던 것처럼 섹스를 하게 되었다. 마음이 입은 어떤 종류의 상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무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착각이었을 뿐, 나는 그제서야 내가 두 번 다시 사랑을 시작할 마음조차 잃어버렸다는 것을 어느날 새벽에 문득 눈을 뜨고 깨달았다. 그게 어쩌면 마지막 연애였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밀려들었다. 나는 왜 더 사랑하지 못했을까, 남들처럼 구질구질하게, 아니면 서로 미친듯이 싸우지 못했던걸까. 왜 난 연애를 연애답게 하려고만 했던걸까. 물론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달이 지난 후, 나는 사랑에 대한 이론이라면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회의적이 되어갔다. 지금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것을 내가 못한다고 해서 딱히 우울해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을이 되니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더라. 바뀐건 밤이 내린 후 기온의 변화만은 아니었던걸 그제서야 알았다. 앞으로 난 얼마나 더 이런 계절을 보내야 하는걸까. 또 얼마나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하고 돌아봐야 하는것일까. 얼마나 더 미친듯이 섹스에 빠져 허전함을 채울 수 있을까. 적당히 섹스하다가 어느 순간에 연애를 하게 된다면, 그땐 꼭 두손으로 잡길 바란다. 한쪽 손목에 몇바퀴 감고 놓치면 죽을듯한 기세로 말이지. 그래야 이런 글로 새벽을 열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울해지는게 요즘 가을날 아침이니까. 다시 자야지. 오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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