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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세크리터리' - 내 욕망과 판타지를 실현해 줄 누군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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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세크리터리’ – 내 욕망과 판타지를 실현해 줄 누군가를 만나다
 

2002년작 영화 secretary 포스터
 
우선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사디스트와 메저키스트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사디스트는 사디즘을 가진 사람으로, 사디즘이란 성적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만족을 얻는 것이다. (프랑스와 소설가 사드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메저키스트란 그 반대의 의미로서 피학대자의 입장에 있을 때 성적 만족을 얻는 사람을 말하는데 이 둘의 머리글자를 합쳐 이들을 SM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화 [secretary] – 오른쪽 에드워드 / 왼쪽 리 할로웨이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내면의 상처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육체를 학대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는 리 할로웨이는 변호사 에드워드 그레이의 개인 비서로 취직한다. 어느 날 에드워드는 리가 자신을 학대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사디스트의 기질을 갖고 있던 에드워드와 메저키스트적 기질을 갖고 있는 할로웨이는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할로웨이가 타이핑한 문서에 오타가 나면 에드워드는 그녀를 벌주게 된다. 할로웨이는 벌을 받으면서 쾌감을 느끼고 에드워드는 벌주는 자의 입장이 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 두 사람이 사랑하는 장소는 여느 평범한 연인들과 달리 사무실이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만 가능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면의 저 깊은 곳에는 남들에게 말 할 수 없는, 혹은 드러낼 수 없는 욕망이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감추거나 혹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도덕’ 혹은 ‘정상’ 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것은 좀처럼 용기를 갖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나온다 하더라도 오직 나 혼자 즐기는 은밀한 욕망이 대부분이다. 간혹 이를 밖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변태 혹은 비정상으로 분류한다. 모두들 감추는 욕망, 저마다 갖고 있는 욕망이지만 그것이 드러났을 때 우리는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들과 이미지를 한꺼번에 추락시킬 수도 있다. 얼마 전 타이거 우즈의 내연녀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세상에 밝혀졌을 때 세상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잘 생기고 돈 많고 직업도 좋은 남자가 과연 한 여자, 즉 자신의 와이프만 사랑을 했을까? 혹 우리 역시도 그런 조건이 된다면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을까?
 

영화 [secretary]
 
할로웨이와 에드워드는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다. 그들은 타인에게는 드러내지 못했던 혹은 감추고 싶었던 욕망을 서로에게만큼은 마음껏 표현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뿐 아니라 상대가 자신을 통해 욕망을 충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극도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할로웨이도 에드워드도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욕망 같은 것은 숨긴 채 얼마든지 다른 얼굴로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만나게 되었고 더 이상 감출 것도 감출 이유도 사라진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마침내 그것이 분출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서로를 만났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른바 정상적 혹은 대내외적으로 노멀한 타입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SM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다. 세상 모든 사랑들이 그러하듯 누군가는 원하고 또 누군가는 시간이 가면서 변하게 된다.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 본 적이 있는지. 사실 사람들은 자신의 밑바닥까지 볼 용기가 없다. 어떤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만약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건 할 것이라고. 되도록 정상적으로 멀쩡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숨겨진 욕망, 마음 저 아래에 시커멓게 잠들어 있는 그 무언가를 깨우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일단 그것이 나라는 존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서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못했던 욕망을 읽어내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평범한 감정보다 더 큰 격정을 가지고 올 것이다. 자신에게도 낯설었던 욕망을 누군가가 이해해주고 부끄럽지 않다고 말해 주고 더 나아가 실현의 쾌감까지 안긴다면 우리는 그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지인이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섹스를 하는 와중 그가 자신의 손을 위로 올려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목을 꽉 잡고서는 목덜미며 팔을 꽤 아프게 깨물었는데 그 순간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그 이후 그녀는 늘 섹스를 할 때 상대 파트너에게 그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그 욕망에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것은 단지 쾌락일 뿐. 그 이상은 아니라고 했다.
 

영화 [secretary]
 
허나 욕망이라는 것이 비단 섹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을 읽어내고 누군지 알아봐주는 것. 그것이야 말로 가장 큰 욕망의 충족일 것이다. 사람은, 모두에게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것은 우정이라는 이름 보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만약 이 영화가 단순히 사디스트와 메저키스트의 평범하지 않은 섹스만을 다루었다면 분명 B급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랑이 있다. 그들이 평범하건 혹은 평범하지 않건, 그들은 아무에게도 밝힐 수 없는, 또 누구에게도 충족시켜지지 않던 욕망을 서로를 통해 완성해나간다.
 
인간은 지배당하는 동시에 지배하고픈 욕구를 갖고 있다. 내 모든 걸 맡긴 채 그 사람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은 비록 겉으로 볼 때는 수동적이지만 내면에서는 능동적인 쾌락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역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나 에게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내가 지배당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나에게 명령을 내리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반대로 지배하는 인간 역시 누구에게나 그렇게 지배적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으며 그 욕망을 전혀 거리낌 없이 실현해 줄 누군가에게만 그럴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일 수 있고 또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사랑이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것인지도 모른다. 완전한 이해와 완전한 몰입, 그리고 완전한 쾌락과 행복. 그래서 할로웨이와 에드워드는 결말과 상관없이 행복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그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은 자신의 욕망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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