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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조선남녀상열지사, 스캔들 - 요부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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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때는 조선시대, 어려서부터 유달리 총명함과 미모를 자랑했던 조씨 부인(이미숙). 겉으로는 사대부의 안주인으로 예의와 범절을 지키며 사는척하지만 실제의 조씨 부인은 그와 정 반대이다. 남자를 농락하기를 즐기며 어느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학식과 예술에 두루 능하며 미적 감각은 가히 조선시대 최고의 여성이라 하겠다. 그런 그녀에게는 오래 전부터 그녀를 흠모해온 사촌 조원(배용준)이 있다. 조원 또한 능히 벼슬을 할 만큼 시, 서, 화에 능하나 답답한 시대의 틀에 맞춰 사는 것 보다는 조씨 부인과 마찬가지로 여자 희롱하기를 즐긴다. 두 사람은 사랑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천하의 요부이자 바람둥이였던 것이다.

어느 날 조씨 부인은 조원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남편의 애첩으로 들어온 어린 소옥을 범해 줄 것을 제안한다. 조원은 흔쾌히 수락하지만, 우연히 조선 최대의 정절녀이자 9년 수절 끝에 열녀문까지 하사 받은 조신한 과부 숙부인을 본 순간 게임은 더욱 더 다차원적으로 진화한다. 조원은 소옥을 범하는 동시에 숙부인에게 지치지도 않고 작업을 걸고, 그런 조원을 바라보는 조씨 부인의 심경은 복잡해진다. 한편 천 번을 찍어도 절대 넘어갈 것 같지 않던 숙부인은 드디어 조원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한번 정복한 여자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던 조원은 어느덧 자신이 숙부인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조원은 조씨 부인의 질투에 숙부인이 희생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를 배신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했던 숙부인은 그만 목숨을 끊어버린다. 이 일로 조원은 숙부인의 시동생에게 죽임을 당한다. 한편 조씨 부인은 그 동안 자신의 애정행각이 모두 탄로 나서 가문에서 쫓겨나 멀리 도망을 가게 된다.
 

영화 [위험한 관계]

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스캔들은 다들 잘 알다시피 프랑스의 고전소설 ‘위험한 관계’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소설 위험한 관계는 영화로도 리메이크 되었는데, 존 말코비치의 위험한 관계, 발몽,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그리고 스캔들이 있다.) 그러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통설을 깨고 스캔들은, 원작에서 기본 뼈대만 빌려오고 기존의 리메이크 영화들과는 달리 새로운 스타일을 가미하여 원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웰메이드 영화이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이 영화는 한 남자인 조원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먼저 그를 사랑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은 조씨 부인. 그리고 그가 단순한 게임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된 숙부인. 같은 성향을 지닌 조원은 숙부인이 아닌 조씨 부인에게 끌려야 마땅했으나 결국에는 그도 숙부인을 선택한다. 이것은 어쩌면 바람둥이의 이중적인 잣대를 드러내주는 한 예인지도 모른다. 바람둥이들은 자신은 비록 여러 여자를 탐할지라도 자신이 탐하는 여자는, 오직 자신만을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조원이 조씨 부인이 아닌 숙부인을 선택했던 것은 어쩌면 예견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천하의 바람둥이도 언젠가는 한 여자에게 안착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가 안착하고 싶은 여자는 당연한 예기지만 자신과 오십보백보인 과거를 지닌 여자가 아닌 눈처럼 희고 깨끗한 여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요부에겐 진심이란 존재하지 않는가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인물은 조씨 부인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핵심은 그녀가 틀어쥐고 있으며, 결국 그녀로 인해 두 사람이 목숨을 버리거나 잃게 된다. 이런 조씨 부인은 과연 진정한 팜므파탈인가? 그리고 만약 팜므파탈 이라면, 그 팜므파탈 에게는 진심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 버린 숙부인.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진실 되고 고결해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조씨부인은 사랑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딱 한 장면 그녀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몸종과 함께 도망을 가는 뱃길 안에서 그녀는 언젠가 조원이 건넨 꽃송이를 말려 비단보에 조심스럽게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서 그 꽃잎은 날아가 버리고 조씨 부인은 마치 그것이 조원이라도 되는 양 안타깝게 바라본다. 어쩌면 사랑의 진심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겉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건, 혹은 의도해서 보여주건 그의 진심은 그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어떤 남자에게도 소유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리고 남자 탐하는 것을 마치 식탐처럼 가볍게 해치우는 조씨 부인에게도 진심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정절녀의 사랑과 요부의 진심. 과연 어떤 것이 더 무게가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절녀의 사랑이야말로 진짜라고 말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숙부인이 목숨을 버린 것은 사랑을 잃은 탓이 가장 크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은 열녀문을 하사 받은 수절녀라는 타이틀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아마 그녀의 처지는 죽을 만큼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천하의 바람둥이에게 평생 동안 지킨 (영화에서 그녀는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남편이 죽은 것으로 설정되어 실제로는 무늬만 부인일 뿐 처녀에 가깝다.) 정절을 받쳤는데 그 남자는 역시나 소문대로, 그저 자신을 한번 정복하고는 무참하게 차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조원을 잃는다는 것은 사랑만 잃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절망적인 현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조원에게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알리고,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며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가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어떤 유명한 카사노바가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다만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여러 명을 사랑한다고, 그렇지만 그 수가 많다고 해서 그 사랑의 하나 하나가 다 진실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은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것과 여러 사람을 사랑할지언정 그 순간만큼은 진실한 것. 그 중에서 우위를 가려낼 수 있을까?

물론 오래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만큼 더 아름답게 보인다. 오래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좋고 행복한 순간만 함께 하겠다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그 곁을 지키겠다는 의리까지 포함 한 말이다. 그래서 그 사랑은 더 힘들다. 그러나 단지 사랑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짧은 시간에 한 사랑이 가볍다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왜냐면 사랑은 마라톤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누가 더 길게 가는가의 차원에서만 볼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물론 바람둥이들은 헤어지면서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같은, 누가 들어도 믿기지 않을 소리를 남기고 떠나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게 진실이라면?

좋은 모습만 기억하게 해 주고 싶고, 행복한 시간만 함께 하고 싶은 것. 그건 어쩌면 옆에 남아서 길게 버텨주는 것 보다 더 좋은 기억만 남겨주고 싶어서 일 수 도 있다. 물론 모든 바람둥이와 모든 요부들이 다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에게도 어쩌면 있을지 모르는 그 진심의 한 조각을 우리가 단지 겉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휴지조각 취급을 해도 좋은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바람에 날아가는 꽃잎을 안타까이 바라보던 조씨 부인은 진심으로 조원을 사랑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조원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같은 바람둥이는 자신과 같은 요부의 곁에 끝내 남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마 그녀가 자신을 허락했더라면 조원은 늘 그러했듯 즐길 만큼 즐기고 곧 다른 여자로 옮겨갔을 것이다. 그래서 조씨 부인은 그에게 차라리 만만하지 않은 상대로나마, 또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여자로나마 영원히 기억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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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쭈걸 2016-10-31 22:30:20
아 좋다
Lok/ 저도요
쭈쭈걸/ 조씨부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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