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항생제>
다단계 하는 J 형이랑 강남에서 놀았을 때 일이다. J 형은 나를 다단계로 끌어들일려고 삽질 중이였다. 나는 속셈을 뻔히 알았기 때문에 대충 비위 맞추면서 술이나 얻어 먹고 있었다. 당연히 그날 이후 연락도 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형이 허세를 떨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자기가 여자 헌팅 잘한다고. 참 나. 나는 그려러니 했다. 괘씸한 마음에 강남 술집 한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기세 좋게 나가는 모습에 순간 '정말 성공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허나 아니나 다를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돌아왔다. J 형은 오늘은 날이 아니라면서 술이나 마시자고 했다. 나는 형을 놀려댔고 빡친 형이 나보고 한바퀴 돌고 오라고 했다. 나는 뭐 질 순 없어서 얼굴에 철판 깔고 한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헌팅이 올 줄 알았는지 쿨하게 거절하고 도도하게 소주잔을 기울였다. 설상가상 마지막 테이블에서는 내 입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그런데 여자들이 자기네들 테이블로 오라는 게 아닌가.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J 형을 데려 왔다. 그런데 J 형은 여자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J 형이 자꾸 시비조로 나오자 여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나는 형을 나무랐다.
다시 불러오자고 밖으로 나갔는데 어디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헌팅했던 여자 중 한명이 남자들에 둘러싸여 싸우고 있었다. 스무 살정도 된 애들이 "풕킹 에솔 고 어웨이" 같은 어설픈 영어 욕을 쓰면서 그 여자애를 한 대 칠 기세로 몰아붙였다. 여자애는 비웃으면서 "영어도 존나 못하는 새끼들"이라고 하면서 영어 욕으로 맞대응 했다.
그러자 남자애들 무리 중 하나가 여자애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쓰고 있던 모자를 집어 던지면서 "군대도 안 갔다온 새끼들이!" 하면서 다가섰다. 남자 애들은 줄행랑을 놓았다. 나도 솔직히 애들이 호구처럼 도망갈지는 예상 못 했다.
나는 여자한테 아까 미안했다고 했다. 여자는 나는 좋은데 내 옆에 있던 형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나는 순간 "우리 둘이 한잔 콜?"이라 했고 여자도 콜을 외쳤다. 바로 앞에 빈 택시가 있길래 여자 집 근처로 가기로 했다. 각자 전화가 울렸다. 나는 J 형 전화였고 여자애는 자기 친구에게서 였다.
우리는 술집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여자애는 자기가 심리학과인데 최면술을 배웠다고 했다. 나는 그려러니하고 해보라고 했다. 눈을 감으라길래 감았다. 지금도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여자 얼굴이 연예인 이민정처럼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여자애 집으로 갔다. 여자애가 내 옷을 벗기더니 화장실로 가서 내 몸을 씻어주었다. 침대 위에 올라가 내게 키스를 하는데 뭔가 머리가 몽롱하고 애무를 할 때마다 쥐가 나는 것 같으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분명 술에 취한 건 맞지만 취한다고 이런 몽롱한 느낌은 안 났다. 의식이 있는 듯 없는 듯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여자애가 상위 체위를 할때 위에서 날 밑으로 보던 시선이다. 미끄러우면서도 쫙쫙 빨아들이면서 부드러운 느낌 이게 최면의 효과였는지 아니면 그 여자의 테크닉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에 사정은 찌릿하게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대로 여자를 끌어 않고 잠들었던 것 같다. 이후 이틀간 연락을 지속했지만 어느 순간 사진을 보니 정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너무 답답해서 아는 픽업아티스트 누나에게 물어보았더니 단단히 최면술에 걸린 것 같다고 하였다. 픽업 기술에도 최면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
나는 아쉬움을 조금 남기고 그 여자와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그 느낌만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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