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창꼬]
새로 사귄 친구는 이미 내 몸은 물론이고 마음에도 쏙 들어버렸고, 그런 친구의 언니는 내가 그리워 마지않던 전 여친인 J라니. 언제나 그랬듯이 생각이 많은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 뒤에는 멍청한 용기? 오기에 가까운 것들이 블루베리 풍선껌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어제 받은 G의 번호를 몇 분정도 바라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지야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고 컬러링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유행하는 여자 래퍼의 보컬곡 같았다. 그걸 따라서 30초 정도 흥얼거리고 있는데, 노래가 끊겼다.
“죽겠어........”
전화를 받은 그녀의 첫마디였다.
“토했어?”
“아니-이. 난 절대 토하지 않아. 비싼 술.......”
그녀의 기운 없고 허스키한 목소리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8시에 볼래?”
가슴속으로 ‘가볍고 친근하게, 할 수 있다.’를 수십 번도 외치며 던진 한마디였다.
“술?!”
G가 물었다. 마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듯 기운찬 물음이었다.
“응. 회 좋아해?”
“회!? 회에 소주?”
“응. 소주든 맥주든.”
“아 근데 어제 너무 마셨어~. 죽겠다니까.......”
“아, 그럼 나중에 보지 뭐.”
“.........9시.”
그렇게 약속이 잡히고 술자리로 향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시시콜콜하고 어찌되든 좋은 이야기들을. 그리고 결과는 똑같았다. 만취가 되어버린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었다.
“어휴 이 호구! 쫄보!”
나는 애꿎은 바닥을 치며 좌절했다.
사실 나는 많이 쫄보다. 개쫄보다. 그 때까지 원나잇이라던지, 섹스가 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돌려서 표현하며 이른바 작업? 같은 것을 전혀 못했다. 실패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할 때에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부터가 두려웠다. 그 때의 나와 같은 또래는 다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정신승리를 해보지만.
아무튼 결과는 처참했다. 쫄보인 탓에 나는 몇 달을 호구짓을 하며 지냈다. 한 달에 반은 그녀와 밤새 술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날 보았던 달처럼 맑은 그녀의 피부를 떠올리며 집으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운명 같은 날이 찾아왔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녀와 술을 마시기로 했다. 결과는 빤하기에 한껏 토라져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에 이끌려 동네 포장마차로 향했다.
“오늘은 누나가 쏜다.”
웬일로 G가 돈을 내겠다고 했다. 그녀가 구두쇠 같은 건 아니었지만, 얻어먹는 걸 좋아하긴 했다.
“얼마 있는데?”
“2만원♡”
“병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이제는 그녀가 무척 편해졌다. 섹스 같은 건, 포기를 넘어서 우정으로 포장을 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또 시시한 이야기로 자리를 메우다보니 술병은 오히려 한 병 두 병씩 비워지다 빈 병이 여섯 개가 되었다. 그녀가 슬슬 익숙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볼이 붉어지고 작은 눈은 더욱 작아졌으며 내 질문에 대답을 할 때마다 히죽거리며 비스듬히 힐끗 쳐다보았다.
“그만 갈까? 취한 것 같은데.”
“그래야 되겠지?”
그녀는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 동의를 하고는 그저 앉아서 창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왜 취하는 걸까.......” 라고 말하다 눈물을 흘렸다.
“참 예쁘게 지내야 할 나이인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순간 나는 당황해서 포장마차 기둥에 걸린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에 갖다 대었다. 통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어느 형태든 진심이 되어 버린 나 또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녀를 말없이 껴안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그녀의 하얗고 둥근 커다란 가슴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10분 정도가 흘러 밖으로 나왔다. 그 근처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음료수와 과자를 먹었다.
“야 이거 대박 맛있다 허니 거시기!”
그녀는 다시 웃으며 과자를 입에 한가득 집어넣고 말했다. 나도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쥐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자 5시야 벌써.”
“그러지 말고 OO장 모텔에 술 가지고 들어가서 더 먹자.”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모텔에 가자고? 무슨 생각이지? 날 남자로 안 봐서 그런가?” 라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천사는 없고 왠 악마 둘이와서 “땡큐 땡큐! 이따다키마스!”를 외쳐댔다.
“그래!”
라고 호기롭게 대답하고 술을 한 아름 가지고 모텔을 향했다. 모텔에 도착하고 결제를 한 뒤 어두운 푸른 조명의 복도를 가로질러 303호로 들어갔다.
“나 씻는다?”
“어? 왜? 왜, 왜 씻어.”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욕실로 달려가며 말했고,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그러나 들리지 않았나보다. 나는 붉은색 실크가 박힌 하얀색 침대에 앉아 티비를 틀었다. 한손에는 맥주를 들고 별 관심도 없는 야구만을 보았다.
목과 손이 계속 마르다 못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리모콘을 쥔 엄지손가락은 벌벌벌 떨기까지 했다.
잠시 후 그녀가 반짝이는 가운을 입고 연기처럼 자욱한 습기와 함께 나타났다.
“야구 좋아했었나?”
그녀는 맥주하나를 들어 따며 물었다.
“아니.”
나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내 앞에 서서 내 표정을 이러 저리 살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입을 맞췄다. 분명 바래왔던 순간임에도 나는 초식동물처럼 손을 모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입을 가려 웃고는 내가 든 맥주를 뺏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를 밀쳐 눕혔다.
그 뒤에는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겨 그녀를 리드했다. 그녀의 하얀 피부를 구석구석 물고 핥고 빨았다. 그 뒤에 그녀는 내 피가 쏠린 그것을 촉촉하게 빨아주었고 미리 가지고 있던 콘돔을 끼우고 곧바로 삽입을 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내 팔을 있는 힘껏 쥐었다.
그러다 내가 움직이니 높은 신음을 내며 내 목을 손톱으로 할퀴기 시작했다. 목이 너무 아파 피하듯이 자세를 바꿨는데 계속해서 등 엉덩이 등을 꽉 부여잡고 할퀴었다. 그래도 상상 그 이상의 쾌락이었다. 그 후 아침을 대충 먹고는 그녀와 헤어졌다.
그 뒤로 용기가 생겨서 그녀에게 고백했는데 차였다. 심지어 기가 막히게도 차이는 순간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고, 나는 처량하게 집에 와서 자위를 했다. 근데 그마저도 계속 죽어서 “후에이잉~!” 소리와 함께 눈물이 났다.
시도들이 모여, 성공이 되긴 하였으나. 그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지는 않았다. 내가 둔감 한 걸까, 그녀의 언니가 무슨 말을 전했던 걸까, 그저 하룻밤의 만족으로 끝냈어야 될 일을 크게 만든 걸까? 아직까지 의문이다.
그녀는 나를 찰 때 “쌩까자.” 라고 했다. 아직까지 그런 그녀에게 연락할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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