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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의 자취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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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험한 상견례] 때는 작년. 한 반년 정도 전의 일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조금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 당시 알게 된 연하남이 이었다. 생각보다 꽤 어른스러워서 종종 댓글로만 대화를 나눴던 사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난 커뮤니티에서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내일 휴일인데, 광화문이나 가야겠다~! 책 보러 갑니다!" 댓글엔 비슷한 부류의 글들이 참 많았다. 찾아보겠다, 찾으러 간다 등 어차피 그네들은 내 얼굴을 모르니 날 찾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그 와중에 연하남이 자기도 종로에 갈 일이 있어서 그런데 겸사겸사 광화문 가서 찾으면 커피 한잔 같이 마셔주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찾아보라고 하고는 만나기로 약속했다. 광화문에 대략적인 약속 시간을 잡아 두고 나는 먼저 가서 책을 보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런 힌트도 없이 광화문, 교보문고라는 키워드만 갖고 찾아오는 것이니 설마 찾을까 싶었다. 그 서점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곳이다 보니 얼굴이나 특징을 모르는 이상 찾는 것이란 건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나는 조금 성의를 보여서 운동화, 바지 같은 일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전송했고, 그 녀석도 자신이 입은 옷을 전송했다. 나는 여유롭게 추리소설 코너에 가서 책을 읽고 있었고 수십 여분 뒤 한 남자가 나를 툭툭 건드렸다.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나는 그제야 그 녀석인 줄 알고 인사를 했다. 광화문을 바로 나와서 조금 걸으면 보이는 폴 바셋으로 들어가 그 녀석이 추천한 음료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한 번에 날 찾았어요? 옷이라고 해도 평범해서 거의 비슷할 텐데." "게시판에 종종 책 읽는 거 보여 줬었잖아요. 어느 코너에 있을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사실 그 녀석의 외모는 그렇게 내 취향이라고 볼 순 없었다. 여기서 따지고 들어가야 할 건 내 외모가 너무 괜찮아서 상대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닌, 그냥 객관적으로 나의 스타일이란 게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 기준에서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고 삼청동에 무슨 맛집을 안다고 가자고 해서 가는 길에 그 녀석이 아는 커피숍에 한번 더 들렀고, 미술관을 걸었고, 그리고 삼청동 거리를 걸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제가 '섹스'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만난 그 녀석과는 마치 소개팅을 나온 것처럼 그렇게 걸었다. 삼청동 카페로 가던 중, 프리마켓처럼 주말에 나와서 판매하는 상인들이 파는 안개꽃을 무심코 흘깃거리며 쳐다보고 지났는데, 그 녀석이 날 불러 세우더니 꽃을 사서 내밀었다. "엥? 이건 왜?" "계속 쳐다봤잖아요. 하나 주고 싶어요."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남자한테 꽃을 받아본 게 언젠지 까마득했다. 오랫동안 만났던 남자친구가 200일이랍시고 꽃 선물을 했던 게 있었지만, 그것도 20살 때 일이다. 아무튼, 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또다시 걸었다. 그리고 다시 삼청동 카페에 가서 또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 녀석이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첫눈에 반해서 만나면 오래 못 만나겠죠?" 나는 어느 정도 수긍하며 답했다. "그렇겠죠. 외모만 보고 판단했단 소리니까요." "조금 더 알 시간을 줄래요?" "네?" 나는 그 말의 의중이 뭔지 몰라 다시 반문했고, 그 녀석은 슬슬 배가 고프다며 삼청동에 있는 맛집으로 가자고 이끌었다. 어슴푸레하게 저녁이 내려앉고 선선할 때 즈음, 도착한 스파게티 집은 프랑스 느낌이 나는 가정식 스파게티를 하는 집이었는데 상당히 맛이 좋았다. 그러면서 먹고 나와서 또 삼청동을 걸었고,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공연을 보고 있을 즈음, 그 녀석이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차도로 걸어가면 어깨를 살짝 밀어서 나를 인도 쪽으로 걸을 수 있게 했다. 그 녀석과의 첫 만남 감상이 그날 나의 일기에 담겨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꽃 선물, 맛있는 음식, 카페, 커피, 그리고 비눗방울. 삼청동의 밤거리에서 들리는 음악과 밤공기, 바람 냄새 그 느낌.'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날의 감상은 그랬다. 글쓴이ㅣ라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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