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간 영화관에는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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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 어제 레드홀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를 추천받는다는 글을 짧게 남기고는 몇 시간 후에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조선의 명탐정이 이번엔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하면서 표를 구매하고 자리로 갔습니다. 상영관 들어가서 자리 찾는데 뭐 15초면 끝날 정도의 작은 상영관인데 제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었습니다. 혼자 온 것도 살짝 창피한데 자리도 못 찾나 싶어서 다시 꼼꼼하게 표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제 자리가 맞더라고요. 눈치를 줘도 꼼짝도 안 하고 당당하게 앉아있더라고요. ‘저기요! 이거 뭐 하는 겁니까? 눈이 없나 글자를 모르나 이 냥반이’라고 하려는데 예뻤습니다. 그리고 어렸습니다. 조용히 말했죠. "실례합니다." 그리고는 제 자리를 지나가서 빈자리에 앉았습니다. 너무 옆에 앉긴 뭐해서 의자 하나를 두고 떨어져 앉았죠. 몇 분 후 제가 앉은 자리의 주인들이 나타나서 그녀 바로 옆자리는 옮기는 것으로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었죠. 그리고 영화 시작 전 광고가 나오는데 그녀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죄송해요. 근데 왜 아까 말을 안 했어요?’ “네, 괜찮아요. 영화 시작하네요.’ “진짜 왜 말 안 하셨어요?” “그냥 빈자리 있으니까요.” “이거 드세요.” 혼자 온 그녀는 본인이 마시려고 사온 따뜻한 커피를 건넸습니다. “아니에요. 드세요.” “네... 저 때문에… 뭐 드릴 건 없고...” “근데 왜 혼자에요?’ “네? 그냥이요. 혼자 왔어요?” “보시다시피. ㅎㅎ”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조용히 좀 해주실래요.” “....” 주변의 아우성이 조금 있고 난 뒤 우린 입을 다물었죠. 입은 다물었지만 서로 키득키득 웃으며 영화를 즐겼습니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1편과 연결된 부분을 이야기했더니 정말이냐며 대화가 이어집니다. 장면마다 얘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영화를 보았고 자연스레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가 있는 지하까지 대화하면서 이동했습니다. “차도 같은데 주차했나 봐요.” “차도 바로 옆이면 대박인데. ㅋㅋ” “설마요. ㅋㅋㅋ” “차도 옆에 있으면 너무 무섭기도 하겠다. ㅋㅋ” 반말을 섞은 농담으로 친근함을 강조하며 차 쪽으로 걷는데 2칸 정도 떨어진 곳에 서로 주차했더군요. 게다가 같은 브랜드의 차종이었고, 여자는 잘 타지 않는 종류였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성별에 의한 선입견이란 게 있어서 남녀가 느끼는 반전 매력 같은 거요. 예를 들어 피아노 치는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처럼요. 전형적인 선입견을 벗어나 기타 치는 여자, SUV 차를 여자, 포켓볼이 아닌 4구나 3구를 치는 여장 같은 거요. 요즘은 이런 여성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지는 않았어요. 아무튼, 그녀에게 반전매력을 느꼈습니다. “차 멋지네요. 와우” “님도요. ㅎㅎ” “제 이름은 OOO에요.” “아, 네. ㅎㅎ 전 OOO요.” “어디가요 근데?” “치맥하러 갈 거에요.” “혼자?” “아니요. 같이 갈 사람 생긴 거 같은데?” “아.. 하하하” 그녀가 따라오라네요. 잘 아는 치킨집이 있다고. 뒤를 열심히 쫓아가는데 운전이 터프합니다. 역시 매력 있습니다. 주차하고 도착한 곳은 테이블이 3개뿐인 작은 치킨집이었고 그녀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나갑니다. 전 우선 맥주로 목이나 축이려고 주문을 했습니다. “500 한잔 먼저 주세요.” “포장 아니세요? 여자분이 포장해달라고 하셨는데요.” “네?” 그녀가 돌아와서 닭은 맛있는데 꼰대 아저씨들이 많이 와서 거기서 먹긴 싫고 집에 맥주가 있답니다.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냉장고가 따로 있을 정도니 믿고 오라네요. 그리곤 그녀의 오피스텔로 갔습니다. 투룸 오피스텔로 닭집과는 같은 건물의 주상복합 건물이던군요. 저희 집과도 가까운 이곳에 그녀가 살고 있습니다. 너무 일이 쉽게 풀리면 우린 ‘의심’이란 걸 하죠. 사람인지라 그리고 세상이 그러하니. 소파에 풀썩 앉아 누워버립니다. 소파 앞바닥에 앉아 안주와 맥주를 셋팅하고 있는 그녀가 웃습니다. “소파 어때?” “좋네. ㅎㅎ 말 놔?” “응.” “왜 데리고 왔어?” “맥주랑... 치킨!” “난 네가 예뻐서 따라왔는데.” ‘하하하” “정말이야. 네가 예뻐서 아까 영화관에서 내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아무 말 안 한 거야.” “남자들이란...” “남자답단 말로 들을게. ㅋ” “하하하” 그리고 정말 맛있는 치킨이었습니다.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버드와이저 그리고 그녀. 한 병을 다 마셨습니다. “대리운전 부르긴 어이없는 거리다.” “가?” “우리 집 여기서 걸어서 10분? 15분?” “아… ㅎㅎ” “차 지하에 놓고 걸어갈래. 더 마시기 전에 주차해놓고 올게.” “...” “담배도 한 대 피우고 오려고.” “여기서 피워. 베란다 있어.” “아니야. 주차도 해야 하고.” “멍충아.” 손을 잡아챕니다. 그녀가 제 손을. 발코니에 함께 나갔고 자기도 한 대 달랍니다. 그리고 불을 붙이고 한 호흡에 꽤 많은 양을 들이마시더니 공중에 내뱉습니다. “자고 가라. 오빠…” “풉…” 담배 피우다 사레들려서 죽을뻔했지만 바로 시작된 그녀의 키스 덕분에 기사회생했습니다. 우린 닭도 맥주도 필요 없었고 씻지도 않았습니다. 9살 어린 여우한테 홀려서 엄청난 시간의 섹스를 격정적으로 하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일어나보니 아침 7시. 전 오늘 그곳에서 출근했습니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메모지에 적힌 그녀의 연락처. 제 운세는 '유관순 열사가 독립 만세를 외치던 3.1운동의 그 날' 결정된 것 같습니다. 글쓴이ㅣLipplay 원문보기▶ http://goo.gl/0ajE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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