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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와의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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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눈에 콩깍지]
 
명절 때마다 느끼지만, 동창회 느낌으로 친구들을 만날 때가 있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명절에 본가에 모이다 보니 반가운 얼굴들을 볼 기회가 생깁니다. 저 역시도 친구들과 사우나부터 회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늦게 사우나에서 남자들의 수다를 진행하다가 어르신 분들의 눈총을 피해 초저녁 단골 포장마차로 향합니다. 그리고 1시간쯤 흘렀을 때, 사고뭉치 친구 놈이 움직입니다. 전화를 붙들고 1시간 전부터 거슬리게 하더니 시야에서 어느새 사라졌더군요. 그리고 10분여 만에 돌아올 때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6명의 사내놈 앞에 2명의 여자가 나타났고 저 빼곤 모두 격한 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도해서? 여잘 안 좋아해서? 남자들끼리만 이야기하는 자리에 상의도 없이 여자가 나타나서? 아닙니다. 제가 그녀들을 환영하지 못한 이유는 저와 속속들이 잘 아는 여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A양과 B양이 제 앞에 나타났을 때 전 얼굴의 표정을 가리느라 대충 인사하고 인근 건물의 화장실로 도망치듯 나와버렸죠.
 
A양과 B양을 소개합니다. A양은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B양은 다른 고등학교 동갑내기입니다. 이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B양이 동생이고요. 고교 시절에는 잘 몰랐던 친구들입니다. 30살이 되던 해. 동문회를 제대로 만들자는 친구들의 의견과 설득에 못 이겨 지금까지 전 동문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A양은 부회장. B양은 그녀와 자주 어울리다 보니 알게 되었죠. 사실 A양은 성실하게 동문회를 위해 헌신했고 절 도와주는 범위를 넘어서 실질적인 회장이란 생각도 듭니다.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저보다는 앞장서는 것에 자신감 넘치는 그녀가 더욱 회장에 맞는단 생각도 들었고 그런 이야기를 하던 30살의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녀와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린 서로 이과와 문과로 다른 계열의 수업을 들었기에 서로에 대한 학창시절의 정보나 추억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화제가 학창시절에 '왜 우린 서로 몰랐을까?'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여차여차 그녀와 밤을 보낸 적이 있었죠. 그녀는 현재도 모 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근무 중이고, 제가 만났던 30살의 그녀는 성격과 외모가 상당했습니다. '우리 학교에 이런 애가 있었나? 난 왜 전혀 몰랐지?' 뭐 이런 생각이 그녀를 만날 때마다 순간순간 스칠 정도로 전 그녀에게 반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녀와의 시작이 "사랑해.", "사귀자." 정도의 고백의 애틋함이 아니라 섹스였던 거죠. 그리고 이후에도 그녀의 국제선 근무가 끝나고 비번이 생길 때마다 우린 따뜻함을 넘어 뜨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고민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건넸습니다.
 
"너랑 나.. 이 관계 이상이 필요할 것 같다. 넌 어떠니?"
 
침대 위에서 건넨 제 한마디로 우리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그 당시 화가 났던 부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그녀의 뒷모습 때문인데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사고뭉치 친구 놈이 그녀를 제 앞에 모셔놓았죠.
 
그리고 B양과의 인연은 이렇습니다. 몇 년 전, 가로수길에서 폼 잡는다고 혼자 차를 한잔 마시고 있었습니다. 발코니 정중앙에서 담배도 한 대씩 필 수 있던 좋은 자리를 맡아 연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지나가는 사람구경에 빠져있는데 그녀가 지나갑니다. A양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단 느낌은 있었지만 대답도 듣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뒷모습만 바라보던 제 기억은 이미 그녀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지나가는 그녀에게 다려가 어깨를 잡아챕니다.
 
“시간 잠깐 내라. 얘기 좀 하자"
 
"...."
 
"...."
 
"누구… 세… 요?"
 
"A 아니야? 나야... 뭐 이렇게까지 연기를…?"
 
"하하하하하하"
 
"미쳤냐?"
 
"안녕하세요? 저는 A양 쌍둥이 동생 B에요. 모르셨구나?"
 
"...."
 
언니는 해외 파견 중이라며, 지금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인데 너무 신기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짧고 굵은 수다에서 대강의 A양과 B양의 관계와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B는 제 이름을 듣고는 언니 A에게 들어서 대충 안다며 식사를 함께하자 권했고 전 눈치 있게 그녀의 친구를 슬쩍 보고는 사양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명함을 내게 건네는 그녀에게 명함으로 화답하듯 인사 나누고 우린 서로 갈 길로 갔습니다. 그리고 2시간 뒤.  전화기에 메시지 한 통이 왔습니다.
 
'혼자 거기 앉아서 무슨 폼을 그리 잡고 있남?'
 
주위를 둘러보니 밖에서 날 바라보고 손을 흔드는 그녀. A와 비교해 성취욕, 자존심, 자신감, 당당함 등이 강하진 않았지만 나름 같은 유전자 카테고리에 있었고 A에 비해 모자란 부분을 똘끼와 엉뚱함으로 채워 넣은 듯한 캐릭터가 B입니다. 그렇게 혼자 사람구경이나 하러 간 가로수길에서 전 예상치 못한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어찌어찌 그녀의 오피스텔까지 가게 되었고. 그녀와도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전 그녀의 오피스텔에 도착해서 와인잔을 사이에 두고 A양과의 몇 년 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야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피스텔에 들어가기 전엔 그녀의 얘기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얘길 못했고 더 진행되기 전에 털어놓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그녀… 웃네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미소로 답을 하더니 제게 한마디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남자들은 여자가 강하게 나오면 둘 중 하납니다. 그런 상황이면 중간이 없는 게 사내들이니까요. 수긍하고 꼬리 내리며 대답도 못 하고 쭈뼛거리거나 아니면 더 세게 나가거나. 아마 대부분이 후자일듯한데 저 역시도 그 대부분이었기에 강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너랑 못 잔다고, 와인은 sweet한데... 난 heavy한 게 좋아. 일어나련다."
 
"그러니까 넌 우리 언니랑 안 맞아. 내가 더 heavy 하거든. 그 와인 언니가 준 거야. 비행 갔다 오면서."
 
"...."
 
"나 씻는다. 가기만 해!"
 
"...."
 
그녀 B는 뭐 이딴 식입니다. 그리고 그녀와도 반년 정도 관계를 지속하다가 그녀가 어느 날 제게 고백했습니다. 제가 그녀의 언니인 A에게 했던 그 고백을 A의 동생인 B에게 듣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도 화가 났던 A의 뒷모습을 B에게 보이고 맙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이 상황 역시 알 리 없는 사고뭉치 친구 놈이 그녀까지 제 앞에 모셔놓았죠.
 
초 바늘이 지나가는 것도 느껴지고 바람 소리와 개미가 지나가는 것까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마치 스파이더맨이 처음 탄생할 때처럼 제 주변 모든 감각이 제 솜털 하나하나에 전달되는 기분으로 포장마차에 앉아있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들은 왜 갑자기 말이 없냐며 야유를 주기 시작했고 A의 썩소와 B의 미소가 절 함께 공격했죠. 둘 다 미혼이고 A는 이제 슬슬 지상근무로 전환 중이라고 합니다. B는 건축공부로 2년간 일본에 갔다가 모두 마치고 올해 들어왔고 3월부터 직무로 복귀한답니다. 그냥 친구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답하는 대화 속에 귀는 기울였지만 반대로 못 들은 척도 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자리를 빠져나갈 궁리로 모든 뇌를 가동하고 있는데 슬슬 B가 먼저 말을 겁니다. 요즘 뭐 하냐, 언니랑 네 얘기 많이 했다, 안 보고 싶었냐 등등. 제 친구들은 무슨 영문인지 설명하라고 술자리 분위기를 띄웠고 A양이 입을 엽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친구들에게 전달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B양 역시 가세합니다.
 
그녀들이 제게 시선을 고정한 채 우리 사이의 이야기를 전달한 지 15분 만에 자리는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A와 B가 저를 나무라거나 질책하는 듯한 부정적 표현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애틋한 추억 얘기 하듯 전달되었고 친구들도 비난보단 오히려 그 자리를 있게 한 사고뭉치 친구 놈에게 화살이 돌아갔죠. 저 역시도 제가 죄를 짓거나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진심을 전한 그녀와 진심을 전달받은 그녀에게서 묘한 감정선이 뒤엉키고 있었고 멍 때리는 듯했지만 속은 멘탈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술로 풀자"
 
"그래, 그래."
 
그녀들이 주도합니다.
 
"그래 오늘은 좀 먹어야겠다."
 
저도 답하고 한 두잔 걸칩니다. 전 평소 술을 잘 하지 않습니다. 잘 못 하기도 하고 제 어머니와의 약속도 있고. 년에 1~2번 먹는 술이 과하게 들어갔는지 전 필름이 끊겼고 일어나보니 그녀의 집입니다. 쌍둥이 자매는 절 일으켜 한 명의 방을 내주고 왁스 묻은 머리도 감겨놓았고 세수도 씻겨놓고, 발도 씻겨놓고, 어찌 그랬는지 양치도 해놓은 듯합니다. 몸을 일으켜 다른 방으로 가보니 열린 문틈으로 쌍둥이가 자고 있습니다. 양말도 찾아 신지 않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궁금증 섞인 문자와 전화 속에 그녀들의 연락도 있고, 현재도 답장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 기억 속에 섹스로 맺은 친구들과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는 없습니다. 단 한 번도 말이죠.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제가 고백을 한 것도 A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고백을 받은 것 역시 B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섹스로 맺은 인연이 연인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 문장을 심도 있게 고민하게 한 것도 쌍둥이이고 이 문장을 완성시킨 것도 쌍둥이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관계 속에서 상대를 사랑한 적이 있나요? 여러분은 이런 관계 속에서 상대가 사랑해준 적이 있나요? 전 다른 관계 속에서도 사랑은 주고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연인으로 발전 가능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사랑을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묻고 있고 제 자신 스스로에게도 아직 답을 듣지 못해 묻고 있습니다. 가능과 불가능 속. 아이러니를 말이죠.  

                                                                                                                              
글쓴이ㅣLipplay
원문보기▶ http://goo.gl/Ji7E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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