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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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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erendipity]

처음 만난 건 집 근처 카페에서였다.

직업상 두꺼운 공책이나 노트북을 펴놓고 밤새 글을 쓰거나 작업할 때가 많았다. 그즈음에는 무슨 마가 꼈는지 바쁜 시즌이어서 거의 매일매일 카페에서 밤을 새며 글을 쓰곤 했다. 그날은 조금 추웠고, 난 긴 코트를 입고 카페 한 켠에 자리잡고 노트북을 켰다. 방금 시킨 커피에서는 향긋한 냄새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내 뺨과 귀, 그리고 코트의 옷깃에서는 겨울 냄새가 나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서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는데, 콘센트가 있는 자리는 다 차있다는 걸 깨달았다. 노트북은 미리 충전시켜두지 않아서 이미 배터리가 간당간당하고 있었다. 아... 어째야 되나, 일어서서 어디 자리가 없나 두리번거렸다.

"여기 쓰세요."

누군가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네?"

돌아보니 키가 작고 긴 생머리에, 눈이 묘하게 풀렸는지 표정이 시크한 여자가 날 보고 있었다.

"여기 와서 콘센트 쓰세요."

"아... 감사합니다."

난 감사의 인사를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와 마주 앉아서 혼자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간히 그녀와 말을 나눴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사실 카페에 자주 오는 내 얼굴을 저번부터 봐서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

"이거 봐도 되요?"

안 될건 없긴 한데... 그녀는 내 작업노트와 일기장을 보고 싶어했다. 사실 작업노트까지야 큰 상관은 없는데 일기장은 좀 프라이버시긴 했다. 왜냐면 일기장은 정말로 솔직하게 썼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숨김없이 모든 감정과 욕망을 내 일기장에 다 풀어내놓곤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인생에 그닥 큰 사건들이 없었기 때문에 일기장은 지금에 비해서 아주 건전한 이야기들로 차 있는 편이었다. 무슨일이 있겠냐 싶어 허락했고, 그녀는 그것들을 읽어내려갔다.

"진짜로 섹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요?"

커피를 뿜을 뻔 했다. 섹스란 이런거 아닐까 싶어서 뭐라 낙서하듯 휘갈겨 놨는데 그걸 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 많은 카페에서 대뜸 섹스라고 입밖에 내다니.

"제 생각에 섹스는요, 그냥 방편이에요. 섹스란 말이죠..."

그녀는 갑자기 주절주절 섹스도 아니고 "쎽쓰" 라고 발음하며 이야기를 했다. 당황해서 목소리를 좀 낮추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그녀의 무심한 표정엔 그닥 변화가 없었다. 조금 민망했지만 그날의 작업은 그렇게 끝이 났다.

새벽이 지나가고 동이 틀 무렵, 그녀와 같이 카페를 나섰다. 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신림으로 간다고 했다. 거기가 집이라고. 새벽을 같이 보낸 그녀가 나는 왠지 재미있었다.

"우리 번호 교환할래요? 가끔 새벽에 만나서 같이 커피마셔요. 전 요즘 거의 매일 밤새거든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흔쾌히 허락했고, 우린 번호를 교환했다. 그녀가 지하철을 타러 가고난 후 10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문자가 왔다.

<나 술먹고 싶어요. 내일 저녁 신림역으로 와요.>

그때만 해도 그냥 뭐지 싶었다.

다음날 신림으로 가니 그녀는 <연출> 이라는 술집 2층으로 나를 데려갔다. 으슥하고, 사람이 별로 없고,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은밀하기까지 했다. 테이블엔 진짜 양초가 켜져 있었다. 소주와 맥주를 시켜서 꽤 많이 먹었고, 소세지를 시켜서 먹었던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냥 서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9년 사귄 남자와 헤어진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 전남친을 짝사랑하던 여자가 자꾸 자기한테 전화온다는 얘기. 그리고 몇 번인가 아이를 지웠던 이야기. 음... 그냥 그랬구나, 그랬군요. 뭐 그런 리액션을 할 수밖에.

"너 나랑 섹스하고싶지?"

또 맥주를 뿜을 뻔 했다. 솔직히 그럴수도 있다는 상상은 했지만 적극적으로 이 여자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뭐 과정이 있어야지 대뜸... 그녀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정말 당황해서 어떻게 얼버무렸던 것 같다. 사실 거기서 긍정적으로 대답해도 좀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아니야, 남자들 나 좋아해. 내 몸 좋아하고. 너 나랑 섹스하고싶지?"

"음... 난 가슴 큰 여자 좋아하는데."

내가 농담이라고 던진 그 말에 그녀는 정색했다.

"나 가슴 커."

그녀는 내 오른손을 잡고는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댔다. 노브라였다. 그녀는 그때 올이 성긴 면 스웨터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그 스웨터의 질감 위로 빨딱 선 유두가 느껴졌다.

아... 오늘 이러다 진짜 큰일 날 것 같은데. 그리고 뭔가 이 상황이 섹시하다기보다는 좀 당황스러웠다.

"어... 크네요. 누나 일단 일어날까요?"

"왜? 어디가게?"

이 여자가 정말... 일부러 그러는 건지 참...

"일단 2차가죠."

나와서 그녀는 마을버스를 타자고 했다. 그 곳 지리를 몰랐으니 따라 탔다. 그런데 마을버스를 탄 그녀는 내릴 생각을 안했다. 그러더니 그 마을버스는 동네 한바퀴를 돌아서 탔던 그자리에 내리는 게 아닌가. 저기요 누나?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골목을 돌았다. 그리고 거기엔 모텔이 있었다.

그때부턴 나도 에라 모르겠다 싶었다. 사실 그전부터 발기해있었다. 너무 하고 싶었다. 자꾸 스웨터 위로 만져지던 유두의 감촉이 떠올랐다.

방에 들어서서 거칠게 키스하고 서로 안고 온 몸을 더듬거렸다. 누나 머리에선 특이하게 비누냄새가 났다. 그때부터였을까, 비누냄새가 나는 여자에게 이상하게 섹시함을 느낀다.

정신없이 애무하고 스웨터를 반만 들어올려 젖꼭지를 빨았다. 아... 아까부터 얼마나 이게 먹고 싶었는지. 팬티 안으로 손을 넣자 이미 젖을대로 젖어있었다. 그녀의 팬티를 내리고 커닐링구스를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신음소리를 크게 냈다.

"아... 넌 여자들한테 다 이렇게 하니?"

아마 그녀는 오럴섹스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 얘기를 들으니 더 흥분됐다. 클리를 찾아서 혀로 핥고 빨고 입술로 물어 쪽쪽 빨고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점점 야릇하고 커졌다.

"아... 씨발 넣으면서 해줘."

얼마나 흥분했는지 갑자기 욕도 섞어서 얘기하는 그녀. 손가락을 넣고 그녀의 안을 탐색했다. 따뜻하고 축축하고... 거의 용광로 같았다.

"손가락 더 깊게 넣어줘. 더 쑤셔줘 더."

빨면서 손가락을 놀리다보니 그녀가 얘기했다.

"아, 거기야 거기. 거기. 거기."

내 머리카락 깊숙히 넣은 그녀의 열 손가락이 점점 강하게 내 머리카락을 잡는 게 느껴졌다. 아, 여기구나. 점점 질 안이 조여오고 따뜻함은 뜨거움으로 바뀌고 애액은 넘칠만큼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자의 오르가즘을 직접 보고 느낀 건 사실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녀는 그저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쉰 후, 온몸을 긴장시켰다 이완시킨 후 얕게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치골은 살짝 떨리고 있었고 치골 사이를 잇는 아랫배는 호흡에 따라 오르락거리며 부드럽게 떨리고 있었다. 여자의 오르가즘을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당황하기도 했다. 음... 이젠 어째야 하지?

"누나 좋았어요?"

조심스레 물어보자 그녀는 눈을 뜨더니 갑자기 날 침대에 말 그대로 던져버렸다. 그녀는 내 위로 올라타서 귀, 입술, 턱, 목, 어깨, 가슴, 배꼽을 따라 미친듯이 핥고 빨며 입술과 혀를 밑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쿠퍼액으로 범벅된 발기된 내 성기를 입에 넣었을 때, 질 안 만큼이나 용광로같은 뜨거움과 축축함이 내 그것을 감쌌다.

자동으로 비명같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 펠라는 왜 또 그렇게 잘하는지. 9년 사귄 남친한테 이렇게 해준건가? 별 생각이 다들었다. 그녀의 펠라치오가 기억에 남는 건 그녀는 입과 손을 동시에 사용했다. 입이 항상 귀두에 머무는 것도 아니었다. 부랄부터 기둥, 귀두, 귀두의 앞뒤양옆 구석구석까지. 남는 부분은 손으로, 손이 안가는 부분엔 혀와 입술이. 이런 게 농락당하는 기분인건가. 묘했다.

"아... 쌀 것 같아 누나."

도저히 못참고 이 말이 튀어나왔을 때 그녀는 번개처럼 내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의 뜨겁고, 축축한, 그곳으로 내 성기가 점점 감싸여 들어갔다. 방금 미칠듯이 느껴졌던 사정감은 오히려 그 거짓말같은 황홀함에 잠시 잊혀졌다.

"아... 움직여봐 씨발. 움직이라고 씨발."

그녀가 욕을 하며 나를 재촉했을 때, 그걸 거부할 수 있는 힘 따윈 없었다. 채찍질 당하는 노예처럼 아래에서 위로 거칠게 박아올렸다. 그녀는 로데오하듯이 나를 타고선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야성적인 포즈로 허리와 엉덩이로 나를 감싸왔다.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과 전투적으로 빨딱 솟은 유두, 그 유두를 보자 아까 술집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 진짜 쌀 것 같아."

그 말을 듣자 그녀는 더 격렬하게 방아를 찧듯 움직였다. 난 그녀의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입에 물고 거의 깨물듯이 빨았다. 둘다 비명을 지르면서 사정했다. 번개같은 게 머리부터 성기를 관통해서 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한숨을 쉬고 누워있자니 그녀는 다시 죽은 내 성기를 입에 물었다. 그때까진 섹스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었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내 현자타임은 펠라치오와 함께 거의 사라져버린다는 걸.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둥처럼 솟은 성기는 거의 아프기까지 했다. 그녀가 입에 쿠퍼액과 침을 잔뜩 머금고 내게 키스해왔을 때, 다시 비누냄새가 났다.

밤새 그 비누냄새를 맡으며 앞으로, 그리고 뒤로, 다시 그녀가 올라타서, 몇 번이고 해댔다. 거의 횟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겨울 내내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고, 하루가 멀다하고 섹스했다. 집에 가서 누우면 비누냄새가 어른거려서 잠을 자기가 어려웠다. 계절이 지나가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은 후에 서로 감정도 상하고 만남도 뜸해졌다. 지금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신림동을 지나갈 때면, 그 어두운 골목 술집 2층 테이블을 떠올리면, 그녀가 생각난다. 그날 밤의 섹스도.


글쓴이ㅣanim4u
원문보기 http://goo.gl/fKhp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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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곰돌이 2018-02-19 20:26:41
신림동. 옛날 내긴 살던 동네. 많은 추억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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