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Allegiant]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살은 찌는데 헬스장은 지겹고 혼자 운동하자니 외롭고 스릴 있으면서도 돈이 잘 안 드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암벽등반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등산 동호회처럼 50 ~ 60대 아저씨, 아줌마만 있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도 암벽등반 동호회는 30대 중, 후반 정도의 나이대였다.
나는 거기서 가장 막내였고 동호회 누나, 형들이 잘 챙겨줬는데 그 중 핑크색을 무척 좋아하는 누나(아이디가 오색빛깔)를 알게 되었다. 하얀 피부와 핫핑크는 잘 어울렸지만 물통, 심지어 양말까지 핫핑크로 깔맞춤하는 스타일에 약간 경계했지만 털털한 것을 넘어서 자신의 모든 아니 그 이상을 털어놓는 성격의 누나였다.
당시 누나는 산악대장인 큰 바위 얼굴(닉네임)과 뭔가가 있었고, 눈치 빠르게 큰 바위 얼굴님과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누나는 운동도 하고 따로 보충훈련(?)도 한다고 했다. 보충훈련? 이라고 묻자 살짝 웃으며 팔을 치더니 “왜~ 그거~~”라며 다 알면서 왜 묻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모텔이나 집 말고 혹시 등반하다가 한 적 없냐고 물었는데 누나는 한참 웃으면서 응봉산 바위 위에서 한 게 제일 스릴 넘쳤다고 했다.
응봉산 바위는 초보자도 올라가기 힘든 바위로, 실수라도 해서 떨어진다면 최소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을 수 있는 아찔한 코스였다. 그 바위 위에서 섹스를 했다니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목숨을 담보로 섹스를 할 수 있을까?
때는 바야흐로 쓸쓸한 가을, 누나는 동호회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로, 큰 바위 얼굴만 졸졸 따라다니며 의지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고난이도인 응봉산 바위에 오르려고 로프를 연결한 뒤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못했다고 했다. 큰 바위 얼굴은 억지로라도 끈을 끌어올리는데 누나는 고소공포증까지 있어 발이 도무지 안 움직였다고 했다.
큰 바위 얼굴은 누나가 있는 곳까지 다시 내려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바위의 기운을 느껴보라고 했다. 누나는 햇빛에 따뜻해진 바위를 느끼면서 서서히 긴장이 풀렸는데 아뿔사 바위의 기운만 느꼈어야 했으나 큰 바위 얼굴까지 같이 느껴버렸다.
결국 큰 바위 얼굴에게 입술을 갖다 대고 허벅지에 손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루어지고 큰 바위 얼굴도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응봉산 바위 위에서 애무를 하고 조금씩 바지를 내려 멀리서 보면 티도 안 나게 부드럽게 움직이며 계속 눈을 감은 채 응봉산 바위와 하나가 되었댄다. 누나는 바위의 기운과 함께 오르가즘을 느꼈고 무식하게 크고 딱딱하고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위가 연두부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바위가 정상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눈을 뜨면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고 둘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로프 한 줄 뿐임을 잊은 채 등산복 사이로 손을 넣어 서로를 느끼며 정사를 마쳤다고 했다.
정사를 마치고 한참을 바위 위에서 서로를 안으며 대롱대롱 매달려있을 때 큰 바위 얼굴이 “이제 안 무섭죠?”라는 말을 하자 누나는 그 후로 고소공포증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 후에도 월차나 출장이 잡혔을 때 종종 둘이 바위 위에서 정사를 하였으며 그 바위를 지나가는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아니, 밤나무도 없는 산 바위에서 밤꽃나무냄새가 나네~’라는 이야기가 퍼졌다고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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