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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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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싹한 연애]

누가 그랬던가요? 밤과 술이 있는 남녀 사이에는 우정이란 없다고. 글쎄요, 저는 꼭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함께 한 시간이 10여년 가까이 쌓이다 보면 친구는 개뿔... 사람X끼로도 안 보이는 이성이 한 둘정도는 존재하게 됩니다. 그날도 요즘처럼 오락가락하는 장마철 빗소리를 헤드셋으로 차단한 채 모니터 속의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쏴대고 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야 너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 

무릎을 꿇고 친구가 있는 방향으로 세 번 절하고 답장해 마땅한 소개팅 주선 카톡이었지만 그 순간 저는 모니터 속의 사선을 넘나들기에 너무도 바빴습니다. 

‘ㄴㄴ’ 
‘내 친구 ㅇㅇ알지? 담에 같이 술한잔 할래?’ 
‘ㅇㅇ’ 
‘이번 금요일 괜찮냐?’ 
‘ㅇㅇ’ 

친구의 연락은 더이상 오지 않았고 그렇게 그날도 돈독하게 쌓인 온라인 전우애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물론 술 약속 따윈 까맣게 잊어버린 상태였지요. 하루 이틀이 흘러 어느덧 금요일. 점심 무렵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의 친구까지 초대된 카톡방으로요. 

‘어디서 볼래? ㅁㅁ? ㄴㄴ? 둘 다 상관없는데 우린’ 

이게 뭔 소리야? 하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 보니 잡혀있는 술 약속. 여자 하나도 아니고 둘과 함께 술을 마신다는 건 즐겁지만 그게 여자로 안 보이는 친구 하나와 그 친구의 친구라면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사람대접 안 해 주는 친구와 술잔이 오가다 아직 서먹한 사이인 그녀에게 실수라도 할까 걱정되기도 했지요. 그래도 이미 잡힌 약속을 깰 수는 없으니 그나마 익숙한 저희 동네 근처로 그녀들을 불렀습니다. 친구의 친구가 사는 집과 가깝기도 했고요. 셋이서 갈 만한 집을 대충 몇 개 찾아놓은 뒤 해가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어느덧 약속시간 30분 전, 갑자기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야, 미안한데 나 급한 일 생겨서 오늘 좀 늦을 것 같다 둘이서 먼저 봐.’ 

그럼 시간을 좀 미루던지 나중에 보자 라고 하려던 찰나. 

‘그래? 그럼 우리 먼저 보고 있을께.’ 

그녀가 선수를 칩니다. 채 1분의 차이도 없이 연달아 올라오는 카톡. 남자의 육감이고 뭐고 필요 없었습니다. 저도 소싯적에 많이 해 본 거니까요. 네. 저는 작업 당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으나 야속한 운명의 장난이 ‘잠깐’ 올 예정이니 너희 둘 먼저 보고 있으라는 말에 저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동네 마실 나가는 수준의 추리닝에서 그래도 사람꼴은 되어 보이는 옷으로요. 사냥을 하시겠다니 사냥감이 되어 드려야지 어쩌겠습니까. 

“어 여기. 금방 왔네?” 

이미 전에 한 번 지나가다 인사한 적 있는 사이였던 그녀와 저. 하지만 아직 어색한 것은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 역시 전투복을 든든하게 챙겨입고 나온 상태였습니다. 평소에는 한올도 빠짐없이 위로 틀어올린 똥머리를 고수한다던 그녀가 오늘은 컬이 풍성하게 들어간 머리를 어깨 위로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한껏 힘을 준 하이힐과 원피스. 95% 이상의 확률로 친구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의상 그녀에게 물어봅니다. 

“ㅇㅇ이 많이 늦는대? 얼마 안 걸리면 잠깐 커피나 한잔 할까?” 
“아냐. 나보고 먼저 마시고 있으랬어. 가서 자리잡고 어디인지만 알려달래.” 

그러시겠죠. 속이 훤히 보이는 그녀들의 작전에 적극 협조하며 찾아놨던 술집 몇 개를 얘기합니다.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 아님 그거? 뭘 먹는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시끄러운 맥주바와 정감 넘치는 소주 집을 피해 분위기 있는 이자까야를 선택한 그녀와 함께 술집을 향해 걸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친구 욕도 하면서요. 그리고 자리에 앉은 뒤, 술과 음식이 나오자마자 의도한 듯 자연스럽게 친구 얘기는 목구멍 속으로 쏙 사라졌습니다. 

짠. 마주치는 술잔. 일본 소주의 달짝지근한 끝맛을 지우기 위해 안주를 집어먹는 그녀에게 먼저 운을 띄웠습니다. 

“근데 갑자기 난 왜 같이 보자고 한 거야?” 

순식간에 홱 바뀌는 그녀의 눈빛. 눈앞의 술과 안주에 잠시 잊고 있었던 목적이 떠오른 것인지 잠깐 동안 그녀의 얼굴에 여우같은 기운이 홱 스쳐 지나갑니다. 

“왜긴,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지. 왜? 나랑 술 먹기 싫어?” 

이쯤에서 저도 늑대 가면을 살짝 품 속에서 꺼내 들었다 집어넣습니다. 

“아니 너랑 술 먹기 싫은 건 아닌데 예쁜여자랑 술 마시면 술 맛 느낄 새가 별로 없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닭살 한가득 담긴 멘트였지만 지금보다 훨씬 피끓던 시절이기도 했고 술도 임 두어 병 비운 뒤였으니까요. 그렇게 그녀가 한걸음, 제가 한걸음 다가갔다 서로 물러서는 즐거운 탐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는 사람 얘기와 재밌는 근황에 살짝 버무려 툭 던지는 멘트. 대놓고 작업을 걸겠다는 여자와 대놓고 작업을 받아주겠다는 남자의 케미는 생각보다 훌륭했습니다. 어느덧 안주 한 접시가 다 비어가고 새로운 안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타이밍.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는 입술이 지워졌다며 가방 속을 뒤적거려 립스틱을 꺼내들었습니다. 하얀 손가락 사이에서 돋아난 빨간 립스틱. 지금이 바로 타이밍이라고 머릿속 어딘가에서 경고등을 울려대기 시작합니다. 

“앞에 술 마신 남자 두고 입술 바르는 건 대놓고 내 입술 보세요 아니야?” 

강력한 직구를 나이스하게 캐치한 그녀가 역으로 제 쪽으로 직구를 던집니다. 
“왜? 내 입술 보는게 뭐 어때서? 이쁘니까 봐도 돼” 
“그러다 내가 덮치면 어쩌려고?” 
“덮쳐? 키스한다고? 여기서? 에이 하지도 못할거면서 뻥치시네.” 

마침 종업원이 새로 시킨 오뎅탕을 놓고 나타났습니다. 테이블이 준비되는 잠깐의 시간동안 주변을 스캔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기엔 망설일 정도. 하지만 다 먹은 접시를 들고 종업원이 사라지자 벌떡 일어선 저는 그녀 옆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살짝 당황하는 그녀. 

“왜, 왜? 뭐?” 
“못할거래매, 해봐. 니가 립스틱 바르면 내가 바로 키스할테니까.”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요? 그녀의 눈동자와 손가락이 비슷한 주파수로 떨리고 있다는 걸?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제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술로 립스틱을 가져갔습니다. 톡 하고 그녀의 윗입술에 립스틱 끝이 닿는 순간, 저는 그녀의 손을 살짝 밀치고 그녀의 입술로 돌진했습니다. 

그녀는 눈이 참 크더군요. 갑작스레 다가오는 제 모습에 눈이 엄청나게 커지더니 서로의 입술이 닿는 그 순간 꼭 감깁니다. 술 냄새가 살짝 나는 보드라운 입술. 톡 가볍게 건드리고 떨어지니 이게 뭐지? 하는 듯 그녀가 살짝 실눈을 뜹니다. 딋 목을 살짝 잡아 도망갈 곳을 막은 채 다시 그녀의 입술로 향합니다. 너무 짧아서 미처 몰랐는데 보드라울 뿐 아니라 촉촉하기도 하더군요. 케익에 장식된 생크림 끝을 혀로 핥듯이 그녀 안으로 제 혀가 살짝 들어가자 작은 그녀의 혀가 어색하게 받아 줍니다. 들어오지 말라는 듯 혀 끝으로 톡톡 밀어내다가 왜 이제 왔냐는 듯 휘감고 제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오기까지. 그녀는 정말 키스를 잘 했습니다. 

저는 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화려한 혀 움직임에 압도당한 제게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지요. 손 하나가 셔츠 아래로 파고들었습니다. 갑자기 불쑥 들어온 손에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녀의 혀는 저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 테면 해보라는 듯 더 진한 키스가 이어졌지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올라간 손이 브래지어를 밀어올리고 그녀의 아담한 가슴을 잡았습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 사이로 이질적인 단단함. 살짝 솟아 있는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 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자극하자 그제서야 그녀의 혀가 느려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녀가 저를 살짝 밀쳐냈습니다. 보들보들한 가슴도, 살짝 퍼진 알콜 냄새에 달짝 지근함이 더해진 칵테일같던 그녀의 혀도 참 좋았는데. 

“내가 분명히 키스한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이 빨개져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옷 매무새를 바로잡는 그녀. 뭐, 당연히 술집 내의 이목은 저희에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애매한 표정으로 립스틱을 가방 속에 집어넣은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살짝 고개를 돌렸습니다. 

“나가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다닥 가방을 챙겨 나가는 그녀. 한 숟갈도 안 건드린 오뎅탕이 아깝긴 했지만 저 역시 그녀를 따라 일어섰습니다. 주변 테이블 남자들의 ‘짜식. 다 이해한다. 급할 때지.’ 하는 오묘한 눈빛은 덤으로 따라붙더군요. 계산을 마치고 나가니 그녀가 슬그머니 팔짱을 껴 옵니다. 그녀도 저도 말없이 발길을 옮겼습니다. 물론 제 머릿속은 가장 가까운 모텔을 향해 네비게이션이 작동되고 있었지만요. 멈춰서는 신호등마다 빨간 불빛을 받으며 그녀의 빨간 입술을 다시 찾았습니다. 밤하늘을 날아서 대각선 최단거리로 모텔에 입성하고 싶었던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멈춰서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텔 카운터에서 대실과 숙박을 묻는 질문에 그녀를 살짝 쳐다봤습니다. 다시 칠했던 입술은 어느새 깨끗하게 지워져 있더군요. 

“숙박.” 

둘 다 몸이 단 채로 후다닥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신발을 벗자마자 침대로 저를 밀어붙이는 그녀. 아주 잠깐, 넘어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저는 몸 전체로 저를 밀어대는 듯 한 그녀의 공세에 침대 위로 길게 누웠습니다. 달그락거리며 벨트 버클을 푸는 그녀. 보통 반대의 상황이었던 탓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랐지만, 예전의 경험을 살려 잘 대응했습니다. 엉덩이 들어 주는 게 이런 느낌이었군요? 그리고 자주 들었던 익숙한 대사가 이번엔 제 입에서 나옵니다. 

“어 잠깐 나 안 씻었는ㄷ....” 

이미 주니어는 그녀의 입으로 사라진 지 오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열정적으로 빨아오는 그녀는 얼마 전 키스할 때 보여주던 혀놀림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금세 찾아온 입 안에 미래의 씨앗들을 터뜨려버릴 위기에서 간신히 허리를 빼낸 저는 휙 하고 그녀를 침대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타이트한 청바지를 속옷과 함께 발목까지 끌어내리면 좋은 수갑이 됩니다. 침대 위에 눕힌 채 두 다리를 위로 치켜들자 도톰한 그곳이 허벅지 사이에서 귀엽게 빼꼼 얼굴을 내밉니다. 

“아 야 답답해. 다 벗겨줘 얼른.” 

벗겨달라니, 녹음해놓고 두고두고 듣고 싶은 말이었지만 지금은 들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리를 양 손으로 꽉 잡고 드러난 그녀의 계곡 틈 사이로 혀를 갖다댔습니다. 

“안돼, 내 꺼에 함부로 키스한 벌이야.” 

바지에 묶여 딱 달라붙은 허벅지로 빠듯하게 조여진 그녀의 계곡 속을 널름거리며 혀로 간질이자 천천히 바둥대던 그녀의 힘이 빠져갑니다. 저 안쪽에서부터 솟아나온 달콤한 꿀물 맛을 한참이나 본 저는 그제서야 그녀의 바지를 벗겨 줍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저희는 말없이 남은 윗옷을 벗어 던졌습니다. 위에서 하고 싶다는 그녀는 제 위로 올라타더니 눈을 감고 천천히 허리를 돌립니다. 살랑이며 흔들리는 가슴이 너무나 예뻐 손으로 받쳐 주자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그녀. 점점 격해지는 그녀의 운동과 콱 콱 조여오는 그녀의 계곡에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그녀는 주니어를 깊게 넣은 채 자기 포인트를 자극하며 외쳤습니다. 

“안에 싸! 괜찮아 오늘!” 

사정의 움찔거림에 그녀 역시 부르르 떨며 제 위로 무너져 내립니다. 한동안 쌓여있던 탓에 한참 동안이나 울컥거리며 그녀 안에 쏟아내고 있자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합니다. 

“왜?” 
“아니 느낌이 이상해서. 나 안에 해본 건 첨이야.” 

안에 허락한 건 처음이라니. 이런 영광을 주셨는데 쉬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주니어를 움직이지 그녀가 꿈틀합니다. 

“아 야 나 지금 민감해. 건들지마.” 
“응 넌 가만히 있으면 돼.”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밑에서 허리를 쳐올려 그녀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방 안을 다시 채웁니다. 금방 사정한 터라 한동안 사정감이 돌아오지 않자 그녀가 힘들었는지 뒤에서 해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예쁜 그녀의 골반을 잡고 들어선 계곡은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뒤로 한 번. 서로의 흔적으로 엉망이 된 몸을 씻어내다 세면대를 잡고 또 한 번, 피곤한 눈을 잠시 붙였다 선잠에서 깨어나 한 번 더. 이제는 잘 나오지도 않는 마지막 사정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다섯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나 오늘 출근해야되는데 잠을 안 재우냐 나쁜놈아...” 

피곤함에 비척비척 씻으러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니 안쓰럽더군요. 출근해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더 자라는 그녀의 말에도 굳이 바래다 준다며 함께 큰 길로 나온 우리. 택시를 잡아 타기 직전 그녀는 제게 말했습니다. 

“확실히 하자. 내가 너 따먹은 거다.”


글쓴이ㅣADAM
원문보기 http://goo.gl/Abg1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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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p-ba 2017-11-17 11:38:50
맛있엇나보네 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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