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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왔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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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evolutionary Road]

만화 <심야식당> 에피소드를 보면 AV 배우인 청년이 여자 배우와 진짜 사랑에 빠져서 좋아하게 된 바람에 그 앞에서 발기가 안 되거나 펑펑 울었다거나 하는 내용이 나온다. 내 경우는 반대였다.

살면서 연애를 1년 넘게 한 적이 딱 한 번, 결혼을 생각했던 적도 딱 한 번. 그녀와는 연애가 아니라 섹스가 먼저였다. 섹스를 먼저 하다가 좋아져서 연애로 발전하게 된 케이스. 속궁합도 좋았고, 그녀와 자는 걸 상상하면 발기가 풀리지 않을 정도였고, 이미 삽입 전부터 달아 오를 대로 달아오른 자지를 넣는 순간 '삭- 녹아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뭔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녀와 내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당시. 그녀가 좋아졌단 걸 몸으로 마음으로 강하게 느끼고 있던 차였는데, 이게 조루같이 바로 느낌이 오는 것이 아닌가. 처음 시작은 그녀가 출근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날이었다. 워낙 바쁜 직장인이라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개판(...)인 그녀의 집. 나는 그녀의 방을 청소하는 걸 좋아했다. 빨래를 돌리고, 밀린 설거지를 깔끔하게 해놓고, 냄새 나는 화장실 수체 구멍을 뚫고, 냉동실에 터져 나갈 것처럼 쌓여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바닥의 먼지와 머리카락을 온통 훔쳐내고, 닦아내고, 그러다 보니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더러워 보여서 수세미로 닦고, 결국 화장실까지 대청소를 하면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을 때.. 하필 또 빨래가 다 돼서 그걸 개려고 또 씻고... 그녀의 빨래를 널고, 그녀의 집 침대에 누워서 어제 했던 섹스와 그녀의 손길을 떠올리며 하루종일 푹 빠져 있었다.

그러다 깜빡 잠들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녀였다. 무척 깨끗해진 집에 그녀는 감동하고 꽤나 날 기특해 했는지 그녀는 날 침대로 던져 바지와 팬티만 쑥 내리고 입에 자지를 물었다. 짜릿한 느낌.
 
그녀는 날 애태우는 걸 너무 좋아했다. 한번은 가고 싶은데 왜 못 가게 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직전의 느낌이 가장 좋은 거 아니냐며 그 상태에 날 계속 머무르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역시 한참을 애태우던 그녀의 손길에 안 그래도 아침부터 침대에 밴 냄새를 맡으며 망상에 빠졌기에 급속도로 달아올랐고, 그녀는 출근 복장 그대로 팬티만 벗은 채 콘돔을 끼우고 내 위에 올라타 삽입을 했다.


그녀가 위에서 딱 세 번 움직이기도 전에 사정해버렸다. 당황했다. 그렇게 빨리 사정한 건 첫 섹스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누워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민망해 했고, 부끄러워했다. 아, 이게 아닌데. 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데. 그녀가 채 즐기기도 전에 내가 가버리다니... 이런 느낌. 그녀는 한참을 웃으며 재밌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제가 2주간 계속되어 섹스가 불가능했다. 어떤 체위든 어떤 방식으로든 넣고 나서 5초 이내에 사정해버리는 것이었다. 나중엔 그녀도 좀 당황스러운지 웃기까지 했다. 이건 뭐... 병원을 가야하나 별 생각까지 했으니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그녀와 섹스하기 전 자위를 해서 사정을 두 번 정도 했더니 어느 순간 일반적인 시간대의 섹스가 가능했다. 그 이후로도 쭉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때의 조루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사실 싫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자기가 좋고 느낌이 좋았던 것 아니냐며. 계속 그랬다면 좀 힘들었겠지만 어쨌든 극복도 했고. 강아지처럼 넣자마자 가버리는 게 귀엽기도 했다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랑하고 좋아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나 싶다. 하루 종일 그녀 생각에 달아올라 있었으니 사실 난 그녀가 없는 시간 내내 그녀의 생각과 기억으로 온몸을 애무 받고 있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사소한 접촉에도 사정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가끔 강아지처럼 날 쓰다듬고 달래던 그녀의 손과, 그녀의 체취와, 그녀의 기억과 생각이, 그리운 밤이다.


글쓴이 anim4u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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