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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기름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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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oonlight] 너는 달 밝은 밤마다 날 찾아와 몰래 문을 두드린다. 아니, 두드릴 필요는 없겠다. 이미 나는 버선발로 마중을 나와있으니.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해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는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사랑을 모르긴 몰라도 지금만큼은 사랑이라 명명하고 싶다. 나는 퍼붓는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래, 너 역시 퍼붓는다. 네가 나에게로 퍼붓는다. 현관에 다다르기도 전에 나는 너에 흠뻑 젖어버린다. “비밀번호 보지 마.” “응. 너 보고 있는데.” 높다란 시선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때. 윗공기는 좀 맑아? 솥뚜껑만한 손 두 개가 뒤에서 나타나 내 가슴을 움켜쥔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한 데로 치우더니 목덜미를 물어삼킨다. 다리가 풀리고 허리가 휘청. 아, 미칠 것 같아. 그만. 잠깐. 잠시만. 아니야, 괜찮아. 더 해줘. 내 몸이 뒤로 기운다. 네게 기대는 형상이 된다. 신발을 벗기도 전에 너는 내 티셔츠를 위로 확 들춘다. 내 젖꼭지에 대고 보고 싶었다며 입을 맞추는 너는 개구쟁이라는 단어가 퍽 잘 어울리겠다. 나는 맘에 없는 말을 할수록 쾌감의 농도가 진해지는 타입이라. 안 되겠어. 안 할래. 샐쭉거리는 내 입술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너의 모습이 무척이나 먹음직스럽다. 쩝.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너어무 아쉽지만 네 뜻을 존중할게. 아니야, 나는 네가 나를 몹시도 아쉬워해서 내 의사를 꺾어버리길 바라. 줄 없이 침대로 번지. 덜컹. 헤헤. 여기 옆에 누워. (너 땜에 젖어서 축축해) 또 덜컹. 네가 싫다니 그럼 그냥 누워만 있을게. 아무렴요, 우리가 과연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은 자알 알겠습니다요. 눈썹 만져도 돼? 눈꺼풀은? 코 만져볼래 뺨도 귀는? 아 귀는 싫어? 그럼 턱은 만져도 돼? 목 만져볼래 /이제 귀 만져봐도 돼 정말? 살살 만질게 키스해도 돼? 아깐 물어봤나? 숨을 죽이(지 못한 채 헐떡이)고 응답을 미루는데 너는 내 귀를 잘근잘근 씹는다. 너무 감질나서 죽을 것 같아. 미칠 것 같아. 밤마다 얼굴에 자꾸 열이 오른다. 몸에 땀이 밴다. 갱년기일까. 성감대가 아닌 곳이 어디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정말로 내가 숨을 참고 있어볼게 아무데나 만져봐 내 숨이 터지지 않는 그곳이 성감대가 아닌 곳이겠지 여기를 만지면 하이톤의 신음이 터져나오고, 저기를 만지면 발가락이 꼬부라진다. 또 어디는 네 머리칼을 힘주어 쥐게 만들고, 허리를 들썩이게 되는 곳도 있었다. 백 번 양보해서 잘 참노라면 엄청난 콧김이 씨익씨익. 그럼 여긴 어떨까? 눈 깜짝할 새에 내 손가락은 네 입 속으로 홀라당 빠져버려. 따뜻하고 뭉근하고 축축하고 말랑하고... 그만. 그만. 왜, 힘들어? /손가락으로 사정할 거 같아 조금만 더 해볼게 도저히 못 참겠으면 말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나를 너는 동정 하나 없이 웃으며 바라본다. 뭐야 너, 엄청 쉽네. 이거 보여?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손가락. 끊이지 않고 늘어나는 액체. 네가 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일 때마다 나는 숨을 쉬이 쉬기가 어려워진다. 심호흡을 하려 할수록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 아아 싫어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 싫다고? 몸이 이러는데도 싫다고? 정말 싫다고? 그럼 네 말이 정말인지 확인해보자. 하면서 너는 내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와 네가 섞이고 뒤엉키게 되면 너는 그제서야 그만두겠지. 내가 넌지 네가 난지 모를 그 지경이 되어서야. 있지, 사실은 싫다는 거 모두 거짓이야. 내 의사를 무시해버린 네가 대견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호시탐탐. 고마워. 격렬하고 거칠고 또 웅장하고 정교하게. 나를 무너뜨리지 마. 망가뜨리지 마. 막 다루지 마. 나를 꺾지 마. 만신창이로 만들지 마. 날 울리지 마. 아프게 하지 마. 나를 흔들지 마. 뒤돌아서면 항상 아쉬웠다. 그게 아쉬워 하루에 세 명의 남자와 각각 섹스한 적도 있었다. 개개인의 자지가 아쉬운 것이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것이, 먹어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줄 모르는 내 뇌가 아쉬웠다. 저 밝은 달이 내일 밤에도 뜨겁길 바라. 그럼 난 또 널 떠올리며 자위를 할 테지. 글쓴이 익명 원문보기(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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