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another day]
세상은 넓고 사랑은 깊다 6 -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
남프랑스의 그림 같은 풍광과 아름다운 태양이 작열하는 지역 중 Cote d'Azur 라는 곳이 있습니다. 니스, 칸느 등이 그 지역이죠.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 뫼르소가 이유 없이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이고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 사람을 죽였다' 고 하는 그 태양이 작열한 곳이죠... (물론 이방인의 무대는 코트다쥐르가 아니라 바로 옆 마르세이유입니다만... 자동차로 A8 고속도로 달리면 3시간 정도 걸립니다) 교황이 감금되어 있었던 아비뇽이라는 곳도 가깝고, 비제의 아를의 여인과 관련된 아를이라는 지방, 액상프로방스 등도 가까운...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그 중 Cannes 라는 곳이 있습니다. 매년 5월 영화제로 유명한 그 곳 말입니다.
제가 갈 때마다 늘 만나던 어떤 미국회사가 있었고 (사실 회사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큰 영화사입니다) 그 회사 부스 앞에는 언제나 안내를 하는 C라는 이름의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조금 키가 더 크고 몸무게도 비슷한 흑인 여성입니다.
[여기서 잠깐] 미국의 인종차별
미국이라는 나라의 인종차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만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겉으로는 아주 평등한 나라니까요. 뭐 Glass ceiling 이니 뭐니 하지만 그것도 몸으로 겪은 것이 아닌 일반론에 불과하고요.
미국 인종차별은 포르노에서 나타납니다. 지금도 미국 포르노에서 흑인과 백인이 하는 경우는 대개 Interracial이라는 장르로 나뉩니다. 그리고 일부 포르노 여배우 중엔 흑인이랑은 안하려고 하고요. 포르노뿐만 아니라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랑 하는 어떠한 방송작품이든 남부 케이블 방송에는 못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회사에 소속된 백인들은 Cannes의 최고급 호텔, 즉, Majestic, Gray d'Albion, Noga Hilton, Martinez, Carlton, Myramar 에서 자면서 같이 일하는 이 흑인 여성은 뚝 떨어진 곳에 자게 하더군요. 아름다운 칸느해변과 돈이 넘치는 메이저영화사. 이 소용돌이는 모두 백인의 것이고 그녀는 아더왕 궁전의 코넷티컷 양키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심부름을 하며..
어느 피곤한 저녁이었습니다. 이미 그녀와 안지는 꽤 오래 되었고 지중해 너머 떨어져 가는 태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는데 그녀가 가방을 들고 가더군요.
[여기서 잠깐] 파티문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싫어도 파티에는 죽어라 가야 합니다. 파티라는 게 항상 포맷이 있는데, 일단 장소, 시간, 이동방법 등은 초청장에 정확히 명시되고, dress code가 있습니다. 즉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인데 초청장안에 casual 이라고 되어 있다고 해서 정말 청바지 입고 가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보통 양복이 casual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쩌다 한번씩 Lounge suit 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이른바 턱시도 같은 것입니다.
댄스파티라고 해서 막춤을 추는 걸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춤을 못 추면 안 추면 되지만 그래도 속상하니까 그냥댄스파티는 가지마세요^^ 그리고 초청장 아래에는 꼭 RSVP 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불어로 참석하려면 아래 연락처로 확인해라라는 말입니다.
그녀는 흑인이고 데스크 앞 안내원이기 때문에 파티에 있을 리가 없겠죠. 그래서 제가 불렀습니다.
허기진개 : C!
그녀 : 아! 허기진개로구나...
허기진개 : 어디 가니?
그녀 : 응... 그냥 피곤해서 이제 들어가는거야...
허기진개 : 피곤하지? 나도 그래...
그녀 : 응 피곤해... 하지만 어쩌겠니... 그래도 재밌잖아?
허기진개 : 그렇지... 저녁 약속은 있니?
그녀 : 음... 없는데?
허기진개 : 그럼 우리 간단히 저녁 먹고 한잔 빨까?
그녀 : 음... 그러지 뭐... 뭐 좋아?
허기진개 : 내가 사야지... 해산물 식당 갈래?
그녀 : 원더풀이지 뭐...
밥 먹으면서 술 한잔 하는 것이야 필수코스죠.
[여기서 잠깐] 술 한잔의 유혹
독한 위스키 같은 것을 권해서 작업 거는 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주로 하는 수법입니다. 서양여자들은 그렇게 독한 술을 먹지도 않으며, 또 그럴 필요도 없죠. 언제나 머리 안에 있는 명언 있잖습니까. 그녀의 감성코드를 자극하라!
그래서 와인을 건넵니다. 한잔, 두잔, 석잔.. 계속해서 들어갑니다.
지중해의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고 테이블마다 촛불이 밝혀집니다. 사기에 그런 말 있습니다. 여자는 자신을 예뻐해주는 사람을 위해서 얼굴을 꾸미고,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선비가 목숨을 바치던 말던 전 상관 없고 그냥 앞에 있는 C에게 예쁘다는 말만 계속 해 주면 되었죠.
전 늘 마음에 두고 사는 격언이 있습니다. 쪽팔린 건 순간이고 추억은 영원하다!
그래서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허기진개 : 내 방에 가면 좋은 와인 또 있어.
그녀 : 어떤 와인이야?
허기진개 : 응... 보르도산인데... (사실 와인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방에 와인이 있냐구요? 물론 없죠..)
주절주절하고 나서 그녀가 씩 웃으며 일어섭니다.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와인 없죠. 들어가자 마자 음료수를 건네주고 Deep Kiss... 신체적 접촉의 시작입니다.
성감대는 흑인이나 백인이나 동양인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 마무리(후희)가 중요하죠. 사정하고나서도 최소한 3분, 되도록이면 5분 이상 그녀의 몸 속에 머물면서 이런 저런 사랑을 얘기하세요. 다른 감동법은 나중에 말씀 드리죠.
지금까지 허기진개가 만났던 흑인 그녀의 이야기였습니다.
koreandanie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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