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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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형수님 집에 아이들과 아내가 굶주리고 있습니다. 쌀 한 바가지 라도 얻을 수 없겠습니까?” 놀부 부인은 한 겹으로 겨우 몸만 여민 흥부의 몸을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탄탄하게 다져진 몸매는 그 동안 흥부가 생계를 유지하려 산에서 나무를 하면서 얻은 훈장 같은 것이었다. 탄탄한 가슴 근육은 여인의 가슴과 같이 봉긋하게 솟아 올라 있었고, 소매를 걷어 올린 팔뚝에 얇은 물줄기처럼 갈라져 있었다. 천이 모자라 꽉 끼는 바지에 드러나는 하반신은 마치 말의 그것을 연상하게 하게 했다. 얇은 천이 그 탄탄한 몸매를 가려줄 순 없는데도 벗고 다닐 수는 없기에 입은 옷 한 겹 위로 드러난 그의 근육 라인이 벗은 몸을 보는 것보다 더 야릇한 감정을 끌어올리게 했다. 흥부의 얼굴은 동그란 눈과 칼날 같은 콧등, 둥글둥글한 콧망울 밑으로 보이는 얇은 입술은 홍조를 띈 채였다. 흥부 얼굴은 그의 몸매와는 다르게 귀여운 개의 상을 하고 있었다. 흥부는 부인의 음흉한 시선에 불쾌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여기서 하찮은 자존심 따위를 버린다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끼 밥은 먹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수치심에 빨개진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쥔 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너네 식구에게 줄 밥은 없다! 썩 꺼지거라!” 부인은 방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을 놀부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당장이라도 흥부가 탐스러운 몸으로 으스러 질 듯 나의 몸을 껴안아 줬으면 하는 욕망이 솟구쳤지만 안에서 나의 호통을 기다리며 즐거워할 놀부의 귀를 만족시켜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부인은 마루에서 천천히 발을 떼고 흥부에게로 다가갔다.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슬금슬금 피하는 것 같은 흥부의 움직임이 묘하게 부인을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는 흥부의 앞으로 가 찬찬히 그의 귀 근처로 얼굴을 옮겼다. 흥부는 귓가에 들려오는 부인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고 그 내용에 깜짝 놀라 소스라쳤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저 옆 물레방앗간에서 기다릴 터이니 그쪽으로 오시게. 내 쌀 한 바가지는 넘치게 넘겨줄 터이니...” 귓속으로 들려오는 달콤한 제안, 그리고 그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챈 흥부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부인은 그런 흥부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흥부는 몸을 계속 훑으며 유린하고 있는 시선이 마치 뱀 수십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느꼈다. 자신의 말만 남기고 돌아서 방으로 가는 부인의 뒷모습에 흥부는 치를 떨었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당장 부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굶고 있는 아이들과 부인이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서방님 아니 되어요. 아무리 우리가 굶고 힘들어도 그렇지 어찌 그 제안에 속아 간다는 말입니까? 부디 가지 마세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말하는 부인의 반응은 흥부의 예상대로였다. 누구라도 그럴 것 이다. 자신의 남편이 그 뻔한 수작에 넘어가 몸을 파는 행위를 한다는데 말리지 않을 부인이 누가 있겠는가. “부인. 이번 한번만이오. 이번 한번만... 이렇게만 한다면 우리 가족이 며칠은 먹을 수 있을게요. 못난 날 용서하시오.” 더 이상 부인과 이야기 하면 겨우 굳힌 마음이 돌아설 것 같아 흥부는 말을 끝내고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이 슨 문이 흥부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았다. 흥부는 뒤돌아 보면 갈 수 없을 것 같았고, 나약함을 이기려 서둘러 다 헤진 짚신을 신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금방 돌아오겠소 부인... 미안하오.’ 라는 말과 함께 물레방앗간으로 뛰기 시작했다. 흥부 부인은 그런 서방의 뒷모습을 보면서 신세를 한탄했다. 목놓아 우는 부인의 울음 소리에, 흥부는 멈칫 하고 발걸음을 멈췄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자신의 신세를, 제안을 받아버린 자신을 원망하며 이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물레방앗간에 도착한 흥부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안으로 들어갔다. 컴컴한 어둠 속에 창문으로 간신히 들어온 달빛이 물레방앗간 안을 조금이나마 밝히고 있었다.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짚들 사이로 보이는 다리가 얇은 달빛을 받아 더 야들야들하게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리고 있었네. 내 옆으로 오시게” 놀부 부인의 목소리였다. 왠지 모르게 떨리는 음성이 그녀가 지금 이 상황을 즐기며 황홀에 젖어 떨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흥부는 그녀의 음성이 들리자 다시 한 번 후회가 밀려왔다. 자식과 부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놀부 형님에게 간신히 쓰러져가는 집 하나만 얻고 쫓겨나 지난 몇 년간 생계를 유지하려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이제야 좀 안정된 삶을 살아가나 했더니 하늘님도 무심하시지 왜 이런 시련을 내게 내린다는 말인가... 절망했다. ‘지금 눈 딱 감고 한번만 응하면 된다…’ 마음은 그대로 몸을 돌려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이 부인에게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 2▶ http://goo.gl/Sd1yj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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