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청춘> 중
어느 잔뜩 흐린 가을날...
욕실에 샤워기 수전이 고장 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고쳐주러 40분 거리의 처제네 집을 방문했다.
인테리어 기술자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박서방은 한 달에 집에 있는 시간이 고작 5일이 채 되지 않았고, 처제는 학습지 방문교사 일을 하며, 8살짜리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형편이다. 이따금씩 밑반찬이며, 조카와 처제에게 전달할 물건들이 있으면 출장업무가 많은 나는 지나는 길에 들러 전달해 주고는 바로 돌아오는 많이 있었다. 그날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샤워기는 물이 나오게 조절하는 장치가 완전 망가져서 물이 줄줄 새고 있는 상황이었다. 빨리 교체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 재빨리 근처 상가에 가서 샤워기뭉치를 사왔다. 몇 가지 연장을 꺼내 들고는 샤워기를 교체하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어떤 부속을 돌리자 마자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나와 처제는 당황한 채 수건으로 일단 물이 튀는걸 살짝 가리고, 재빠르게 고장 난 샤워기를 새것으로 교체하기에 애를 썼다. 한참을 헤매다가 어느덧 일을 마쳤을 때 나는 흠뻑 젖어 있었고, 처제 또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머리며 옷이며, 온통 몸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멋 적은 웃음을 지으며 다 되었다고 한 뒤 연장을 주섬주섬 담고는 일어 서려는데, "옷이 많이 젖었으니 잠깐 말리고 가세요"라고 친절하게 처제가 말을 했다.
거래처에 수금할 시간도 여유가 있었고, 옷도 젖은 상태였기 때문에 커피나 한잔 하고 가자 하고 식탁에 앉았다. 처제는 커피를 끓이기 위해 전기포트에 물을 담고 있었고, 얇은 블라우스와 면바지 넘어로 물에 젖어 살짝 보이는 그녀의 바디라인 실루엣이 내 눈에 들어 왔다. 나는 바로 뒤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순간 움찔했지만, 마음을 다 잡고, 어색한 몸짓으로 수건을 젖은 머리와 옷에 대고 쓸어내고 있기만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싱크대 선반을 거꾸로 달아놔서 불편하다는 처제의 말에 그럼 시간이 있으니 내가 다시 달아주마 했다. 처제는 그럼 내가 싱크대 선반을 달 동안 간단히 씻어야겠다며 일어나더니 욕실로 향했다.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향하던 그녀가 힐끔 나를 바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연장을 드는 척 고개를 들었을 때 서로 눈이 마주쳤다. 둘이 눈이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시선을 빠르게 피 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녀는 욕실로 들어갔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복잡미묘하게 서로의 가슴속으로 스며 들고 있었음을 느꼈다.
나사못 몇 개를 간단히 풀고 다시 조립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잔뜩 흐린 가을날 몸엔 물벼락을 맞은 채 처제네 집에서 따뜻한 커피한잔을 하고 있었다. 나른하고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욕실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샤워기 물소리 때문이었으리라...지난 10년 넘게 그녀를 봐오면서 때로는 편한 오빠처럼 때로는 엄한 형부로써 가족끼리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오늘처럼 이런 야릇한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자꾸만 그녀가 뿌연 김 서림이 가득한 욕실에서 젖어 있는 상상을 하게 되니 아랫도리에 힘이 들며 미칠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던 물소리가 그쳤다. 아마도 수건으로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몸을 이리저리 닦고 있겠지..?
나도 모르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야릇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몇 번의 부스럭 소리가 있은 뒤 딸깍하고 욕실 문을 열고는 젖은 머리에 가슴이 많이 파인 긴 티셔츠를 입고 허리를 숙이며 발을 닦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아래로 처지면서 가슴 골이 적나라라 하게 보였다. 미칠듯한 욕정이 솟아 났지만,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무거운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 안아 말아 올린 처제는 나와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
서로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이 야릇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색하기 그지 없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말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이미 머리 속은 그녀와 격렬한 섹스를 하는 상상으로 가득했다. 멍한 표정으로 점점 머리 속이 하얗게 되고 식은 땀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야......ㅎㅎ 그냥 좀 젖은 게 마르려는지 좀 으스스 하네. 괜찮아. 금방 마르겠지.."
바보 같은 대답을 하고는 얼굴이 달아오름을 애써 감추려고 태연 한 척 노력했다.
"드라이기로 머리나 살짝 말려 보실래요?" 라고 말하며 처제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
나도 모르게 그녀를 뒤에서 거칠게 와락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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