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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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기캠퍼스>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여유를 즐기며 아침에 큰일도 없겠다 싶어 여유롭게 스마트폰을 켰다. 한 사이트에 가끔씩 즐기는 나의 오일마사지 체험담을 올렸다. 익명이 보장된 사이트다 보니 약간 야하고 선정적 필체로 글을 올려 많은 사람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쪽지가 왔다. 오일마사지를 받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되겠냐는 한 줄짜리 짧은 쪽지였다. 나는 간단한 답변과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몇 분 후에 연락이 왔다. 그 날은 월요일이었고, 비가 간간이 내렸던 날이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반소매를 입고 놀기 딱 좋은 날. 땀도 나지 않고, 에어컨을 틀면 약간 춥고, 끄면 약간 아쉬운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월요일이 되면 오늘처럼 그녀가 생각 난다. 여자: 아, 네... 안녕하세요. 오일마사지를 받고 싶어서요. 나: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여자: 어떤 식으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나요? 나: 이렇게 메신저로 이야기하시면서 시간과 장소 정해서 만나면 됩니다. 그리고 개인 연락처는 서로를 위해서 주고받지 않아요^^. 양해 부탁해요. 여자: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사지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비용은요? 나: 비용은 없고요. 저도 마사지하면서 즐기는 타입이라 받으시면 돼요. 하지만, 모텔이나 이런 곳에서 올 탈의하신 상태에서 받으시는 거세요. 여자: 혹시 장소는 어디신가요? 그리고 언제 가능하세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속담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그날, 월요일이 외근 중이라 4시부터 자체 퇴근모드로 들어가버리고, 오늘 된다고 5시에 중간쯤에서 보자고 답장을 보냈다. 나: 오늘 시간 되고요, 어디신가요? 여자: 여긴 강남이고요. 지하철역은 XX입니다. 나: 그럼 5시나 5시 30분에 영등포에서 보는 건 어때요? 여자: 지금요? 나: 네, 오늘 외근 중이라 오늘이 딱 좋은 시간이에요. 여자: 네 그럼 갈게요. 지금 출발할게요. 그리고 그녀는 서둘러 출발했고, 오면서 우리는 계속 채팅으로 이야기했다. 오면서 그녀는 많이 떨렸다고 했다. 이유는 처음 보는 사람,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이전에 만남을 하면서 늘 접했던 loadblock이었다. 상대 여성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모텔에서 둘만의 장소에서 몸을 맡긴다는 것은 퍽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졌던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연락했고, 몇 시 이후에는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녀의 상상 속의 나는 중국 장기매매자까지 생각했었고, 이야기하는 내내 두려움을 느끼며 의심을 버리지 않고 긴장한 상태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무서운 내색은 전혀 없이 우린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 제가 마사지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섹스보다 마사지만 더 하게 되고, 원치 않으시면 섹스까지 않고 그냥 오일마사지만 하고 마칩니다. 여자: 아... 네.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근데 하셔도 되세요. 오늘은요. 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여자: 아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다. 그냥 하셔도 돼요. 나: 아...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상황 보면서 할게요. 그리고 마사지를 좋아하시나 봐요? 여: 마사지를 좋아해서 자주 받는 편인데요. 그냥 일반 마사지에요. 성감 마사지는 한 번도 받은 적은 없어요. 마사지를 받고 나면 너무 흥분돼서 집에 와서 자위할 때도 많아요. 남: 아... 그러시군요. 제 글 보고 흥분이 많이 되셨겠네요. 여: 오늘도 잠시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참고로 학생은 아님) 자위하고 싶은 걸 참고 이렇게 문의드린 거에요. 남: 네... 오시면 잘해드릴게요. 어디쯤 오셨나요? 여자: 지금 시청이에요. 좀 늦을 듯하네요. 열차가 늦게 와서요. 남: 그럼 저는 영등포 어디에 있는 XX모텔로 가서 기다릴까요? 여자: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지도에서 찾았던 모텔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으로 갔지만, 낭패였다. 이유는 영등포 그쪽 골목이 너무 좁고 모텔도 허름하고 무엇보다 주차공간이 없어서 나는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만 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모텔이 아니고 신축 호텔이 있었다. 지도에도 없는 신축 호텔이고 호텔의 구색을 갖췄으나, 모텔보다는 훨씬 좋은 곳이었다. 가격도 약간 더 비싸고. 일단 나는 그곳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채팅을 이어갔다. 나: 죄송한데요. 원래 예약했던 곳에 자리가 없어서 좀 더 올라오시면 XX호텔이 있습니다. 그곳에 방을 잡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 네, 알겠습니다. 빨리 갈게요.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의 한 시간 정도를 늦게 오게 되어서 무척 미안해한다고 연신 답변을 주었다. 중간중간 위치 좌표도 찍어줬고, 나는 점점 기대와 긴장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두려워했고, 급기야 거의 다 와 가는데 장소까지 바뀌어서 죽음을 각오하고 오게 되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상황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고,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고 있는데, 문제는 막판에 장소까지 바뀌었으니, 더 크게 의심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에 또 발생했다. 여자: 이제 거의 다 와가요. 205호죠? 나: 네, 들어오세요. 여자: 엘리베이터 타고 갑니다. 문 열어주세요. 나: 네, 문 열렸고요. 들어오세요.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낚인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 205호 도착했는데요. 아무도 안 계신데요? 나: 네? 저 여기 복도 앞에 있는데요. 안 오셔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자: 잠시만요. 나: XX호텔이고요, 검은색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205호입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가신 것 아닌가요? 여자: 죄송한데, 로비로 나와주실래요? 나: 네, 알겠습니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서둘러 로비로 나갔다. 하지만 로비에는 어느 커플이 정답게 들어오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프런트의 언니와 눈이 마주쳐서 당황하고 있을 때쯤,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채팅을 다시 시작했다. 나: 로비에 있고 지금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자: 저도 로비에 있는데 아무도 안 계시네요. 나: 당황스럽네요. 지금 아무도 안 보이시는데요. 여자: 저도 지금 나왔는데, 아... 잘못 들어갔네요. 그렇다. 그녀는 바로 옆 건물에 들어갔고, 그 건물은 지금 모텔을 짓고 이제 장사를 시작하려고 했던 빈 건물이었다. 그리고 들어갔을 때는 모두 불이 꺼져있었고, 모든 방의 문이 열려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아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직감했다고 했다. 후에 만나서 같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여자: 저 지금 XX호텔 로비에요. 나: 네, 저도 지금 들어갈게요. 그리고 난 로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채팅에서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그녀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의 여자였다. 내가 생각했던 그녀는 아주 색기 어리고, 진한 화장에 옷도 야하게 입고, 서구적 미인으로, 그런 사람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고, 웃는 얼굴이 너무 순수하고 어여쁜 아가씨였다. 20대 후반의 동안의 아가씨. 그냥 부잣집 딸로 태어나 귀여움과 사랑도 많이 받고, 섹스라는 말, 자위라는 말은 딴 나라 사람이 하는 극단적인 언어로 치부할 만한 비주얼을 가진 아주 순수한 외모의 아가씨였다. 나는 그 비주얼로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웃을 때 눈이 바나나처럼 반원이 되어서 그 눈에 눈물이 흘리면 당황해버리고 뭐라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듯한 웃음. 본능을 자극하기보다는 감싸주고 지켜주고 싶은 그녀였다. 여자: 아... 안녕하세요. 나: 네... 안녕하세요.(작은 목소리로) 처음 봬요. (크게 하면 로비의 그녀가 이상하게 볼까 봐.) 우리는 로비에서 처음 보자마자 인사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의심과 죽음의 그늘에서 해방되었다고 고백해주었다. 그리고 오면서 그 동안 있었던 무서움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방어막까지 쳐버렸던 일화까지도... 다행히 적어도 내 얼굴이 중국 장기매매처럼 보이지 않고 마사지 잘해줄 것처럼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방에 들어갔다. 글쓴이ㅣ 오일마사지 원문보기▶ http://goo.gl/NcQWj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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