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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마루 섹스썰 [7탄] 소개팅 녀의 반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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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 안의 코끼리]
 
시작도 못한 이별의 아픔은 언제나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것처럼 항상 우중충하게 하고 다니는 나를 더욱더 움츠러들게 했다. 만남과 이별의 반복은 이제 지겨울 법도 한데 이별, 원나잇이나 섹스 파트너가 목적이 아닌 연애가 목적이었던 나는 나만의 사람을 찾으려고 많은 만남을 가졌던 걸로 기억한다.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길드에 가입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도 해보고 그간 뜸했던 지인들도 만나고 그냥 바쁘게 지냈다.
 
사람의 뇌는 복잡하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에는 당연히 손이 가게 된다. 모든 걸 넋 놓고 오로지 그 애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갑자기 바빠진 내게 가장 친한 친구가 연락와서는 뜬금없는 소개팅 얘기를 한다. 소개팅이라... 한 번도 안 했는데. 처음엔 거절했다. 먼가 인위적으로 만나는 것 같아서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동안 누군가가 소개해줘서 여자를 만나 본 역사가 없기에 더더욱 싫었다. 거절, 부탁, 거절, 부탁, 거절, 부탁. 친구의 부탁은 날 미안하게 했다. 참 이것도 재주다. 사람 미안해지게 만드는 재주.
 
어렵게 소개팅 날짜를 정했고 친구와 술 한 잔하며 그 애의 대한 얘기를 했다. 친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지금 내가 이런 기분 상태인데 너 같으면 소개팅하겠냐?”
 
“그 애 언제 돌아올지도 몰라... 네 맘은 충분히 알겠는데 그녀도 너와 같을까?”
 
물론 나와 같을 거란 확신은 없었다. 다만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바람이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소주를 털어 넣는다. 유난히 쓴 소주... 또 다시 그 애가 생각난다.
 
“야! 내일이 소개팅인데 그만 마시고 일어나자.”
 
“한 병만 더 마시자. 그 애 생각이 나는데 여기서 마시면 그 애가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어휴... 알았다... 천천히 마셔라.”
 
소개팅 당일.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거지같이 보일 수는 없어서 깔끔한 정장을 꺼내 입었다. 남자의 정장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 마술 같은 옷인 것 같다. 약속 장소는 술집이다.
 
‘첫 만남에 술집이라... 애주가인가?’
 
얼마 후 친구와 그녀가 같이 왔다. 인사하려고 일어났는데 그녀.. 키가 나보다 컸다. 170cm가 넘는 훤칠한 키, 쭉 뻗은 각선미, 흰 피부.
 
‘아니… 저런 여자가 뭐가 아쉽다고 소개팅을...?’
 
일단 서로 인사를 하고 어색한 자리가 이어졌다. 친구 놈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얘기도 많이 하고 그녀와의 공통점을 찾아 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자식, 고마웠다. 첫 만남의 장소를 술집으로 정한 건 그녀였다. 술 한잔하며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풀어 보자는 그녀의 센스였다. 친구는 중간에 자리를 피해 주며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게 했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분명 잘 맞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처음엔 말도 잘 못 했던 그녀가 점점 적극적으로 대화에 집중했고 그런 그녀가 고마웠다.
 
“저... 장소 옮길까요? 아니면 여기서 한잔 더?”
 
“장소 옮겨요. 여긴 좀 시끄러워서요.”
 
“제가 아는 치킨 집 있는데 거기로 가요.”
 
“네.”
 
치킨 집에서는 그녀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홍조를 띤 그녀의 얼굴은 귀여워 보였다. 차라리 섹시하다는 단어가 어울릴 법 하지만 내 눈에는 귀여웠다. 웃을 때 눈 모양이 반달이 되는 그녀의 눈웃음. 기분 좋은 미소였다.
 
“OO씨는 제 친구와 어떤 사이세요?”
 
“아~ 직장 선배에요.”
 
“네. OO씨한테 잘 해주나요?”
 
“네, 잘 해주세요. 저기...근데 선배한테 들었는데 요즘 좀 힘드시다고...”
 
“네? 제가요? 아닌데... 친구가 오버한 거에요. 저 힘든 거 없는데요?”
 
“치... 제 눈엔 다 보이는데요?”
 
“아... 저 진짜 괜찮아요...”
 
“거 바요. 괜찮다는 말씀하셨잖아요. 힘들지만 괜찮다는 거잖아요.”
 
‘저 말이 저렇게도 해석이 되는구나...’
 
순간 뜨끔했다. 나는 단점을 숨기다가 들키면 굉장히 당황스러워한다. 그걸 고스란히 그녀에게 보인 것이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이 어린 그녀였지만 정신연령은 나보다 두세 살이 더 많은 듯했다. 그간 있었던 일들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혼자서만 읊조리는 말이 아닌 나의 말에 경청해주며 대화로 이어가는 그녀의 화술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 잘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던데... 직업도 보험인데... 이 여자 뭐지? 계약하나 따려고 하나?’
 
이상하게 자꾸만 불신을 갖고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저... OO씨 말을 참 잘하시네요.”
 
“아. 아니에요. 그냥 느끼는 대로 말하는 거예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일어날까요?”
 
“아... 네... 불편하신 거예요?”
 
“아, 그런 건 절대 아니고요. 늦었잖아요.”
 
“저 집이 여기 근처인데요.”
 
“집이 어디신데요?”
 
“OO 옆에 OO아파트에요. OO씨는요?”
 
“어? 저 OO사는데!”
 
“진짜요?”
 
“네? 근데 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을까요?”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시간도 늦었고, 춥기도 하고, 술도 깰 겸 자리를 마무리하고 그녀와 밖으로 나왔다. 밖은 꽤 추웠다. 입고 있는 코트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 줬는데 그녀는 다시 벗어서 나에게 입혀 고 내 왼쪽 머니에 그녀가 손을 넣었다.
‘뭐지? 이 여자? 진짜 계약 따려고 이러나? 하... ‘
 
“OO씨 아까 해주고 싶었던 얘기가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주제넘지만 제가 OO씨 상처를 치유해 드리고 싶어요... 너무 부담스럽나요...?”
 
“아… 아닙니다. 고마워요...”
 
“내일 시간 있으면 우리 영화 볼래요?

“네, 그러시죠. 밥은 제가 살게요.”
 
“술은 제가 살게요.”
 
유쾌한 그녀. 우리는 그렇게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서 그녀의 집은 진짜 가까웠다. 열나게 뛰면 30초도 안 되는 거리였다. 동내 여동생 한 명 생겼다는 생각에 안주하기로 했다. 악수하며 돌아서는 나에게 그녀가 인사했다.
 
“우리, 잘 지내봐요. 잘 들어가요.”
 
“전화 주시고요.”
 
“네, 안녕히 가세요. 전화드릴게요.”
 
‘그래, 뭐 어찌 됐든 지인 한 명 늘었으니까 계약서 들이밀면 하나 해주지 뭐…’
 
쿨하게 생각하며 그녀와의 애프터를 떠올렸다.
 
 
글쓴이ㅣ베니마루
원문보기▶ https://goo.gl/LNFR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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