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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_Article > 섹스앤컬쳐| 발렌타인데이에 커플남에게 처맥여야 하는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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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발렌타인데이는 커플녀가 초콜렛을 선물하고, 커플남은 그걸 감격스럽다는 듯 맛있게 냠냠 처먹어주는 날이다. 가정적인 커플녀는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하루 종일 부엌에 틀어박혀 냄비란 냄비는 다 태워 먹으며 하트 모양의 초콜렛을 만들고, 돈이 튀는 커플녀는 백화점에 가서 북한 어린이 300명이 한 달 동안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여 맛은 별로 인데 비싸긴 오방 비싼 초콜렛을 산다. 커플녀들은 하나같이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초콜렛을 베어 문 그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기습 키스하는 순간을! 그때 그의 빨간 혀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초콜렛의 향기를! (아... 재수 없다. 우리 인간적으로 바닥에 침 한번 뱉어주자. 찍~ ) 우리는 이런 불건전한 애정 행각을 막아야 한다. 명절은 설날과 추석으로 족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배때기에 기름이 올랐다고 커플남녀 애정 행각을 명절로 공인해줘야 하는가? 초콜렛 장사치들의 하루 특수를 위해 왜 우리 가련하고 불쌍한 솔로들이 더욱 비참하고 꿀꿀한 기분으로 하루 종일 숨어 다녀야 하는가? 초콜렛 장사치들에게 경고한다. 매상을 올리고 싶으면 다른 이벤트를 창출하라! 솔로들 눈에서 눈물이 나면 당신들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2월 14일날 치러지는 커플들의 초콜렛 축제는, 그러한 이유로 무효다. 솔로들의 눈물과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가? 어떠한 방법으로 거대 초콜렛 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물든 커플남녀들이 만들어 놓은, 이 비열한 염장의 사슬을 끓을 것인가? 초콜렛 공장에 불을 지를까?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 솔로들과 연대하여 혁명이라도 일으켜야 하나?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 지금 당장 과격한 투쟁을 전개해봤자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 언젠가 나부낄 저 혁명의 피 묻은 깃발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과 연대하여 거대 초콜렛 자본과 신자유주의 커플남녀의 간악한 음모를 폭로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어떤 방법으로 저들의 음모를 폭로할 것인가? 간단하다. 위선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렛을 나눠먹는 행복한 커플남녀라는 도식적인 그림 뒤에 감춰져 있는, 저들의 추악한 욕망을 살짝 드러내기만 해도 대중들은 곧 발렌타인데이를 달력에서 지워버리자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근데 쓰다보니 내용이 자꾸 산으로 간다. 거대 초콜렛 자본에... 신자유주의 커플남녀에... '거대 자본과 신자유주의의 음모'란 표어가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는 터라 나도 한번 따라 해봤다. 근데 별 효과가 없어 보이는 걸? 자 이야기를 다시 본론으로 돌리는 차원에서 심호흡 한번 해보자. (씁씁후후~~ 씁씁후후~~) 진정했으면 다시 발렌타인데이의 커플남녀의 염장질을 분쇄할 방법을 논의해 보자. 발렌타인데이의 하이라이트가 커플녀가 준비한 초콜렛을 커플남이 맛있다는 듯 처먹는 순간이란 사실은 이미 앞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그들의 염장질을 뒤집어 엎을 최고의 순간은 바로 이 지점이 되어야 옳지 않을까? 커플녀가 초콜렛을 커플남의 입 속에 넣어준다. 순간 커플남, 기대와는 달리 오방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안에 들어있는 초콜렛을 뱉어낸다. 그것도 시원치 않아 우엑~ 우엑~ 오바이트까지 한다. 커플남녀에게 이 순간 같은 악몽이 또 있을까?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해야 커플남이 그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한 초콜렛을 먹고 오만상을 찌푸리며 몸 안의 모든 음식물을 게워내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초콜렛 안에 오바이트 유도제라도 넣어야 하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커플남에게 커플녀와 만나기 직전까지 초콜렛과 관계된 음식을 식도까지 가득 찰 정도로 맥여두면 된다. 제 아무리 초콜렛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는 커플남이라고 해도 뱃속 가득 초콜렛과 관계된 음식을 채운 상태에서 또 초콜렛을 처먹으라고 코앞에 들이밀면 어쩔 수 없이 오바이트가 쏠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발렌타인데이 저녁, 거리 곳곳에서 초콜렛을 보자마자 오바이트를 하는 커플남들을 상상해보자. 그런 커플남을 보며 실망에 가득 찬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는 커플녀들을 상상해보자. 짜릿한 쾌감이 밀려오지 않는가? 꼭 실제로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배속에서 기어 나오지 않는가? 자 이제 그런 원한이 서려 있는 솔로분들을 위해 발렌타인데이에 커플남에게 맥여야 하는 음식 목록을 공개토록 하겠다. 1. 초콜렛 듬뿍 사골 우거지 국 ▶ 요리방법 핏물을 뺀 사골을 푹 고은 후 우거지와 갖은 양념을 넣고 다시 한 소금 끓인다. 우거지가 부드럽게 잘 익으면 초콜렛을 잔뜩 넣고 초콜렛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여준다. ▶ 맥이는 방법 어제 술을 과하게 했으니 사골 우거지 국으로 해장을 하자며 커플남을 유인한다. 걸쭉한 사골 우거지 국물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커플남을 뒤에서 살짝 쪼개준다. 커플남이 자리에 앉으면 잽싸게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고개를 뒤로 젖혀 입을 벌린다. 입을 앙 다물고 반항할 경우 코를 막아서 숨을 못 쉬게 한다. 국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시커먼 물체가 뭐냐고 물으면 선지라고 대답한다. 무슨 선지가 이렇게 달콤하냐고 물으면 '닥치고 드셈'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우거지는 물론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떠 맥인다. 바로 오바이트 할 것을 대비하여 다 맥인 후 30분 동안 입에 재갈을 물려둔다. 2. 오곡 사이사이 초콜렛 조각 밥 ▶ 요리방법 솥에 찹쌀, 보리, 붉은팥, 차수수, 강낭콩, 멥쌀을 넣고 소금과 밥물을 넣는다. 밥이 끓어오르면 차조와 조각 낸 초콜렛을 잔뜩 얹고 뜸을 들인다. ▶ 맥이는 방법 맨날 흰쌀밥만 먹기 지겨우니 간만에 오곡밥을 먹자며 커플남을 유인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오곡밥을 보며 기뻐하는 커플남을 뒤에서 실실 비웃어준다. 커플남이 자리에 앉으면 잽싸게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턱을 아래로 당겨 입을 벌린다. 밥 한 숟갈을 입안에 넣고 턱을 뺐다 꼈다를 반복하여 밥을 씹게 만든다. 삼키지 않으려고 반항할 경우 수도로 목젖을 강타하여 꿀꺽 삼키게 만든다. 밥 사이사이에 있는 시커먼 게 뭐냐고 물으면 붉은 팥이라고 대답한다. 무슨 팥이 저렇게 시커멓냐고 물으면 썬그라스를 씌운 후 '자 이제 다 시커멓지?'라고 대답한다. 밥을 다 맥이면 목이 멜 테니 초콜렛 우유를 또 한바가지 맥인다. 3. 오골계 배 안에 초콜렛 가득 탕 ▶ 요리방법 오골계의 내장을 깨끗이 제거한 후 찹쌀, 녹두, 그리고 초콜렛을 가득 채워 둔다. 당귀, 곽향, 천궁 등 40여 가지의 한약재와 초콜렛을 물에 넣은 후 중불에 약 24시간 동안 푹 고아 국물을 만든다. 압력솥에 오골계와 국물을 같이 넣고 오골계의 속이 익을 때까지 삶는다. ▶ 맥이는 방법 발렌타인데이에 여친을 만나면 힘 좀 써야 할 테니 미리 몸보신으로 오골계나 먹자고 커플남을 유인한다. 푸짐한 오골계 탕을 보고 후끈 달아오른 커플남을 뒤에서 마음껏 동정해준다. 커플남이 자리에 앉으면 잽싸게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오골계의 살을 정성껏 발라 초콜렛을 가득 묻혀 입안에 넣어준다. 입을 앙 다물고 반항할 경우 옆구리를 쿡쿡 찔러 입을 벌리게 만든다. 오골계 안에 잔뜩 들어있는 시꺼먼 게 뭐냐고 물으면 몸에 좋은 한약재라고 대답한다. 무슨 한약재가 이리 달달 하냐고 물으면 '원래 몸에 좋은 약이 입에 단 법'이라고 대답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항변하면 다시 옆구리를 쿡쿡 찔러 입안에 초콜렛을 잔뜩 묻힌 오골계 살을 넣어준다. 살을 다 발라먹었으면 국물에 코코아 분말을 잔뜩 넣고 죽을 끓여 맥인다. 4. 초콜렛 잔뜩 먹은 게로 담근 간장 게장 ▶ 요리방법 살아있는 게를 하루동안 굶긴 후 초콜렛을 잔뜩 맥여둔다. (실제로 전라도 어느 지방에서는 게를 굶겨서 소고기를 먹게 한 다음에 게장을 담근다. 이 게장이 워낙에 유명하여 임금에게 진상하였다고 한다. 그게 어느 지방이냐고? 지금 그걸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게가 초콜렛을 잔뜩 먹었으면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후 뾰족한 부분만 가위로 잘라낸다. 간장과 물 그리고 초콜렛을 함께 끓인 후 식으면 꽃게를 담아 놓은 항아리에 붓는다. 이 과정을 하루씩 걸러 3번 정도 반복하여 항아리에 붓는다. ▶ 맥이는 방법 입맛도 없는데 간장 게장으로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자고 커플남을 유인한다. 먹음직스러운 간장 게장을 보고 침을 꼴깍 삼키는 커플남의 엉덩이를 뒤에서 살짝 꼬집어 준다. 커플남이 자리에 앉으면 잽싸게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간장 게장을 반으로 잘라 손으로 쭈욱 짜준다. 살과 함께 초콜렛이 손에 잔뜩 묻으면 그대로 커플남의 입안에 집어넣어 빨아먹게 만든다. 커플남이 입을 앙 다물고 반항할 경우 게의 집게 다리로 커플남의 아랫입술을 집어 입을 벌리게 만든다. 무슨 간장 게장이 이렇게 단 거냐고 항변하면 '원래 싱싱한 게일수록 살맛이 단 법'이라고 대답해준다. 게장을 다 맥이면 껍질을 뜯어 내장과 초콜렛을 버무린 후 삭삭 다 핥아먹게 만든다. 5. 초콜렛 버무린 소갈비찜 ▶ 요리방법 소갈비는 5cm 정도 길이로 토막 내 초콜렛이 잘 배도록 군데군데 깊숙하게 칼집을 넣어준다. 핏물 뺀 갈비를 큼직한 냄비에 담고 잠길 정도로 초콜렛 우유를 부어 한번 끓어오를 때까지 한소끔 삶아 건진다. 삶아낸 갈비에 초콜렛을 고루 섞이도록 뒤적인 다음 육수를 붓고 한소끔 끓인다. 다음에 이를 조리듯 쪄내는데 맛이 들면 찜기에 담고 초콜렛을 얹어 낸다. ▶ 맥이는 방법 오늘 내가 로또에 당첨되었으니 소갈비찜 한턱 쏘겠다고 커플남을 유인한다. 공짜로 소갈비 뜯는다고 좋아라하는 커플남의 뒤통수를 보며 '병신'이라고 조용히 입 모양을 만든다. 커플남이 자리에 앉으면 잽싸게 팔과 다리를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 갈비찜에서 무슨 초콜렛 냄새가 이렇게 심하게 나는 거냐고 물으면 '사실 이것은 갈비찜이 아니라 갈비찜을 가장한 모형 초콜렛'이라고 대답한다. 커플남이 입을 앙 다물고 반항할 경우 갈비뼈 부위로 커플남의 콧잔등을 강하게 가격, 입을 벌리게 만든다. 무슨 소갈비찜에서 초콜렛 맛이 이렇게 많이 나냐고 불평을 늘어놓으면 '물에 빠진 놈 살려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더니 공짜로 갈비 뜯는 주제에 말 되게 많네!'라고 찍소리도 못하게 한다. 고기를 다 먹으면 뼈에 초콜렛을 잔뜩 발라 속을 쪽쪽 빨아먹게 한다. 이렇게 다양한 초콜렛과 관계된 음식을 먹은 커플남이 과연 발렌타인데이라고 커플녀가 들이미는 초콜렛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라고 본다. 십중팔구 초콜렛을 입에 대는 동시에 배속에서 요동치는 초콜렛 및 사골 우거지 국, 오곡밥, 오골계, 간장 게장, 소갈비찜의 압박으로 인해 입안에 넣었던 초콜렛을 뱉어냄과 동시에 배속을 휘젓고 있던 각종 초콜렛 관련 음식을 길바닥 위에 재확인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너무 잔인하다고? 인간적으로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고? 돌이켜 보자. 지난 세월 솔로인 우리들이 발렌타인데이 마다 겪어야 했던 그 멸시와 조롱 그리고 자기 돈으로 산 초콜렛을 씹으며 흘려야 했던 비통한 울음을... 우리는 그 동안 충분히 인내해 왔다. 이제는 일어설 때! 이 땅의 커플들이 다시는 발렌타인데이의 '발'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우리 오늘 하루 분발하여 2월 14일을 그저 365일 중 무감하게 스쳐 지나가는 보통의 날로 되돌려 놓자. 2월 14일에게 2월 14일이란 이름을 돌려주자. 이제 커플남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초콜렛을 실컷 먹여줄 때다! 커플녀들에게 발렌타인데이의 악몽을 선물해 줄 때다! 내 주위를 얼쩡대는 커플남녀부터 시작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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