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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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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9▶ http://goo.gl/pOnUxB


영화 <더 스토리: 세상에 숭겨진 사랑>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란 책에서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으며 결국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글쓰기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야설도 글쓰기다. 그러나 조금 성격이 다르다. 거창한 글쓰기와는 달리 애초에 바라지도 말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
 
Q. 모바일 야설을 쓰면 유명해 질 수 있을까?
A. 불가능하다. 모바일 상에서 서비스 될 때 이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Q. 모바일 야설을 쓰면 데이트 상대를 구할 수 있을까?
A. A4 10장 정도 분량을 남녀간의 섹스 묘사로만 가득 채우는 행위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데이트 상대로 선호하는 여자가 있을까? 있다면 연락주기 바란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Q. 모바일 야설을 쓰면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기 쉬울까?
A.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거의 일년 정도 모바일 야설을 써 왔지만 모바일 야설을 쓴다는 이유로 잠자리 파트너가 생긴 적은 없다. 다른 야설 작가들의 경우도 나와 비슷할 거라고 백프로 확신 장담할 수 있다.
 
Q. 모바일 야설을 쓰면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을까?
A. 잘 모르겠다만 조금의 돈은 생긴다.
 
Q. 모바일 야설은 왜 쓰는가?
A.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것이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밥 먹고 샤워하고 티비 보다가 게임한 후 하염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별 의미도 없는 가쉽성 인터넷 기사 꺼리를 클릭해대는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벌고 싶다면 모바일 야설은 꽤 괜찮은 대안이다. 모바일 야설을 써서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 부자가 됐다는 사람도 못 봤다. 하지만 다음 달 핸드폰 통화료를 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 정도는 만들어 줄 것이다. 믿어도 좋다. 핸드폰 통화료를 모바일 야설 써서 번 돈으로 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건당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열심히만 일하면 핸드폰 값 내고 조금 남기도 한다.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성인 싸이트 돌아다니며 남이 써 둔 야설을 읽다 보면 솔직히 남는 거 아무 것도 없다. 가끔 축축하게 젖은 휴지 뭉치가 남을 때는 있다. 허무할 뿐이다. 후회도 된다. 하지만 직접 야설을 쓴다면...? 다음 달에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다. 허무하지 않다.
 
자, 이제 여러분은 돈 좀 벌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프로페셔널 야설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클릭하지 않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었다. 모니터에는 새하얀 '빈문서1' 이 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 사이트에 새로 올라왔을 셀프 누드가 궁금하고 포탈 싸이트에서 이슈가 된 뉴스가 궁금하다. 한글 창을 최소화 시키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클릭하면 모든 궁금증이 풀리고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될 자극거리가 넘실 거릴 것이다. 마음 한 구석에는 그깟 푼돈에 목매지 말고 그냥 웹서핑이나 하자는 유혹이 불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포기할 사람은 지금 단계에서 포기하는 게 좋다.
 
모바일 야설은 야한 소설의 줄임말이다. 어찌되었건 소설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한다. 작가의 인생은 고독한 것이다. 이 작업을 선택한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팽팽하고 끊임 없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홀로 견뎌 내야만 한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유혹조차 이겨낼 수 없다면 훌륭한 모바일 야설 작가가 될 수 없다.
 
정신 차리고 어금니 꽉 물고 다시 하얀 빈문서1을 계속해서 노려보자. 아예 인터넷 선을 컴퓨터에서 빼 두는 것도 때론 도움이 된다. 이제 글을 쓸 차례다. 그런데 막막하다. 뭘 써야 할 것인가? 일반적인 소설 작법 책에서는 작가가 쓰고 싶은 것을 뭐든지 쓰라고 한다. 일단 자기 이야기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모바일 야설의 세계에선 뭘 써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소재와 장르는 야설 업계에서 다 정해 두었다. 그 기준을 보자.
 
유부녀/아줌마, 누나/처녀, 여대생/가정교사, 체험/첫경험, 오피스/사무실, 일본/해외
 
뭘 써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다. 위에 나열한 것 중 취향대로 하나를 골라 잡자.
 
근데 뭔가 이상한 게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성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친상간, 수간, 강간, 로리타, 미성년자 따위가 없다. 지난 주 체험 수기 9편을 보면 알겠지만 그런 패륜적인 소재는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소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야설 제조업은 언뜻 생각하면 불법이나 음지에 속하는 사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합법의 세계에서 세금도 꼬박 꼬박 내는 양지의 사업이다. 대한민국 민법, 형법에 저촉되는 내용은 대부분 쓰면 안 된다고 보면 맞다. 예외가 있긴 한데 유부녀의 바람 즉 간통은 무슨 이유에선지 합법적인 모바일 야설의 소재로 허용되어 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
 

이런 책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작가의 취향대로 마음에 드는 소재를 골라 잡았다면 이젠 쓰기만 하면 된다. 업체마다 원하는 분량이 그 때 그 때 다르기는 한데 대부분 30화 정도의 장편 야설을 원할 것이다. A4 10장 정도 된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10장을 빽빽하게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써 본 경험이 있다거나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는 않은 분량이지만 말 그대로 소설 따위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람이 돈 한번 벌어보겠다고 야설을 쓰려고 한다면 소설을 쓰기 전에 대강의 줄거리 플롯 정도는 써 두는 편이 좋다.
 
가끔 등장인물 하나만 잘 설정해두면 그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기만 하면 소설 한편이 완성된다고 한다. 물론 가능하다. 스티븐 킹도 창작론에서 플롯 따위는 없다고 했다. 야설 집필을 하는 도중에 등장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나 소설 속에서 알아서 섹스 파트너를 만들어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줄거리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것이 작업하기에 편할 것이다. 그래도 계획서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쓰면 된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되는데 또 걸리는 게 있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시점의 문제다. 다들 알겠다만 소설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시점에는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 등등의 시점이 있다.
 
여러 가지 시점 중에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 그나마 만만하고 친근하긴 하다. 특히 초보 야설 작가라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여자 등장 인물과 섹스를 하는 과정을 마음 내키는 대로 쓰기만 하면 되니까 제일 쉬울 것 같다. 게다가 독자의 공감을 얻기도 쉽다. 야설을 읽고 자위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특히나 주인공과 쉽게 일체감을 갖을 수 있기 때문에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야설을 선호한다.
 
하지만 초보 야설 작가라면 일인칭 주인공 시점을 선택했을 시 10장을 채우기 벅찬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특성상 한 명의 심리 상태만 쭉 따라가야 되는데 이대로라면 다채로운 상황 묘사나 다른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기도 힘들어진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은 제일 만만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 가장 큰 내공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반면에 삼인칭 시점을 선택한다면 독자와 주인공 사이에 조금 거리가 생기긴 하지만 여러 사람의 심리 상태를 번갈아가며 묘사할 수가 있기 때문에 쓰는 사람 입장에선 분량을 채우기가 비교적 수월해 진다.
 
야설의 장르적 특성상 여러 등장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삼인칭에서 자유 자재로 묘사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메리트다.
 
이제는 진짜로 한번 써 보자. 소재를 선택했고 대강의 줄거리를 끄적였고 시점도 정했다. 그런데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현재 모바일 야설 업체에서 통용되는 형식으로 샘플 야설을 써 보았다.
 
실제 야설 집필 시에는 금지 단어가 제법 많은데 그런 단어들은 체험수기 9편에 첨부한 야설 검수 기준에 다 올려 놓았다. 야설 집필하기 전에 한번 읽고 참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일종의 게임의 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샘플 야설 <누나 친구 팬티 냄새>
 
1화 나이보다 성숙한 몸
 
지난 주부터 우리 집에는 누나 친구가 와서 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수연. 대학 졸업하자 마자 시집갔다가 남편의 바람기에 질려 이혼 후 우리 집에 와서 신세를 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던 터라 나와도 친했는데 거의 친누나와 다름 없는 사이였다. 예전부터 그녀는 나를 친동생처럼 생각했지만 나는 발칙하게도 나이보다 성숙하게 잘 여문 그녀의 몸에 관심이 많았고 거의 밤마다 손빨래를 했었다. 물론 요즘도 자주 하고 있다. 그녀는 아직도 나를 꼬맹이 취급을 하지만 이제는 나도 20살 어엿한 성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꼬맹이 취급을 해 주는 편이 더 좋은게 집 안을 돌아다닐 때 부모님이 안 계시면 덥다는 이유로 누나와 함께 거의 팬티와 브라만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전혀 모른다는 뜻일 게다. 나는 수연 누나가 일보러 집에서 나갈 때면 몰래 그녀의 방에 들어가 팬티 냄새를 맡고 자위도 하곤 했는데 의외로 털털한 수연 누나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팬티에 하얀 흔적을 남겨놔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3화 음탕한 누나 친구
 
정숙하고 도도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수연 누나는 사실 털털해도 보통 털털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몇 날 몇일을 수연 누나 생각만 하면서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내 쇼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수연 누나가 샤워 중에 샤워기를 가랑이 사이에 대고 자위를 하는 게 아닌가. 성욕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청순한 얼굴로 음탕한 표정을 하고는 딱딱한 샤워기를 그곳에 대고 마찰을 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쌀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나는 그녀가 자위의 절정에 오르는 광경을 쭉 지켜보다 그녀가 일을 마칠 때 쯤 타이밍을 맞춰 내 방으로 돌아와 그녀 생각을 하며 밤새도록 자위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 이불에 하얀 액체가 끈덕지게 남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수연 누나를 접수하기로 결심했다. 분명 수연 누나도 남자가 그리웠을 것 같았다. 친누나가 일찍 회사로 출근한 어느 날 그녀가 자고 있는 방 앞으로 몰래 다가갔다. 살짝 문을 열어 보니 수연 누나가 팬티와 브라만 입고 몸을 옆으로 누인 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확 들어가서 올라타고 싶었다만 쪽팔리게도 용기가 나질 않았다.
 
7화 빵빵한 엉덩이 실룩실룩
 
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 집으로 가려는데 멀리서 하늘 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는 수연 누나를 볼 수가 있었다. 뒤에서 보니 빵빵한 엉덩이를 실룩이며 걸어가는 자태가 꽤나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술에 취한 듯 위태위태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도 블럭 난간에 부딪혀 넘어려 버렸다. 나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누나에게 달려갔다. '누나 괜찮아요?' '네...괜찮아요. 이게 누구야? 우리 이쁜 동생 아니야?' '발 이리 줘 봐요. 잘 보고 걷지 그랬어요?' 수연은 친구 동생 앞이어선지 경계심을 풀고 순순히 작고 어여쁜 발을 내밀었다. 발목이 뭐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멀쩡해 보였다만 왠지 스킨쉽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이리 저리 돌려 보았다. '우리 이쁜 동생이 만져주니까 아픈 게 다 없어지는 것 같은데?' '그래요? 지금 걸으면 더 나빠질 수 있으니까 일단 나한테 업히세요.' 난 얼굴에 철판을 깔고는 누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나?' 잠시 후 누나는 풍만한 가슴과 부드러운 뱃살을 내 등에 바짝 밀착시키고 안겨왔다.
 
 
보면 알겠지만 한 회는 열두줄 정도 분량이고 문단별로 뛰어쓰기는 없다. 일반 소설과는 달리 대화 내용도 그냥 쭉 이어 붙여 쓴다. 이런 식으로 30화를 쓰면 모바일 장편 야설 한편이 완성되는 것이다. 토탈 열 장 정도 될 것이고 야설 작업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 편 쓰는데 최소한 대 여섯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이렇게 완성한 야설을 모바일 야설 작가를 구하는 업체에 이메일로 보내고 업체 쪽에서 오케이 하면 다음 달 중순 쯤에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아주 적다고는 볼 수 없는 돈이 입금될 것이다. 보낸 원고가 바로 서비스 되는 것은 아니고 업체의 사정에 따라 시기가 정해질 것이다. 업체마다 원고료가 다르므로 정확한 금액을 알고 싶다면 업체에 직접 전화하는 편이 빠를 것이다. 모바일 야설 작가 구인 공고는 대부분의 구인 구직 싸이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스티븐 킹은 글쓰기의 목적을 결국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해지는 것. 글쓰기는 마술과 같고 생명수와도 같다고 했다. 물론 공짜고 마음껏 마시라고 했다. 글쓰기는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모바일 야설 집필이 인생을 해피하게 만들어 준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리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부자가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약간의 여유 시간을 아낌 없이 투자한다면 다음 달 핸드폰 값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적 명성이나 데이트 상대는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상 좋을 것이다.
 
그넘은 멋있었다,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경우처럼 별 생각없이 쓴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되는 기적같은 경우가 있어 왔지만 모바일 성인 야설의 경우는 장르의 특성상 인터넷 소설에 전설처럼 있어왔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믿어도 좋다. 불법은 아니지만 대중의 곁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명 인터넷 소설 작가들처럼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 길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good luck!
 
 
에필로그
 
체험 수기를 이번 10회로 마치려고 합니다. 청운의 꿈과 함께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밋밋하게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았다만 세상 일이 내 맘같지 않아 별 도리가 없군요. 뭔가 화끈한 엔딩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나름대로 서비스 한다는 마인드로 실질적으로 돈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는 노하우를 써 보았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변함없이 모바일 야설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해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체험수기의 성격상 어울리지 않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에로 비디오 대본을 쓰고 성인 소설을 쓰면서도 꾸준하게 극영화 시나리오도 써 왔고 나름대로 여기 저기 들이 밀어 보기도 했으며 모 케이블 방송국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펀딩 바로 전 단계까지 일을 추진해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예상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모바일 야설을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일년이 지났군요. 일년이라... 변명할 마음은 없습니다. 재능이 엄청나게 출중나서 충무로 메이저 대박 영화를 만들 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뜻한 바 있어 에로 비디오 업계를 거쳐 모바일 야설 업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데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로 비디오 감독을 처음 할 때만 해도 내 맘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행복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내 맘대로 뭔가를 만들 단계가 되고 나니 절망감이 들더군요.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 남들이 볼 때도 근사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적다거나 에로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은 급진적인 전위 예술가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보수적인 사람들이였다던가 영등위의 심의가 어이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건 순전히 저 자신의 문제였습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작품은 그렇게 근사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만들고자 하는 작품이 시시껄렁하다면 그냥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낫겠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면 꼭 내가 만들지 않아도 똘똘하고 재능있는 누군가가 만들지 않을까?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굳이 내가 해야 될 이유가 뭘까? 내가 나인 채로 살 수 없는 곳에서 계속 버텨 나갈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저는 이런 딜레마를 계속 안고 살아왔습니다. 3년간.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군요.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채 명확한 목적 의식 없이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남한테서 몇 번이고 뒷통수를 맞고 오해 받았고 겪고 싶지 않은 일도 여러번 겪었습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구요.
 
이제 더 이상 덧붙일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일들 모두는 저로서는 베스트였습니다.
 
이제 두 달 조금 넘게 연재했던 ‘나는 어떻게 에로 비디오 작가로 시작해 감독으로 활동하다 모바일 야설 아티스트가 되었는가’를 마치겠습니다. 꼬박 꼬박 읽어주시고 매번 댓글을 달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는 이만 야설 쓰러 가봐야겠습니다.
 
모두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끝.
 
 
글쓴이ㅣ 에로영진공 위원 최경진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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