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따스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나이에 밖으로 나갈 양이면 최첨단 자외선 차단제 sf00으로 일컬어지는 것들을 발라줘야만 했던 것이다. 왜냐구? 하늘을 향해 환하게 드러내야 할 얼굴에 기미가 생길까봐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번 생긴 기미는 당최 없어지지 않고, 밤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끈질긴 바퀴벌레와도 같다. 고거이 무서워 오늘도 사무실문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줄창 담배만 펴대던 본 기자 휴대폰에 벨이 울려 엉겁결에 수화기를 들었다.
실론티 : 네 팍시러브입니다.
측천무후 : 나 무측천이야. 요새 피부관리 안 한다고 소문났던데 인터뷰하러 올테냐? 말만 잘하면 내 한 수 가르쳐줄 맘이 있거든. (편집자 주 - 측천무후란 황후와 황제를 뜻하는 말로 실제 중국에선 무측천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실론티 : 문헌으로 보니, 고령의 나이에도 젊은 시절 미모를 유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측천무후 : 똥싼뇬이 화장지 찾는다지 않던가? 얼른 오게.
막상 간다고는 하였지만 중국의 낙양성으로 가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본 기자 아무리 잘나가는 팍시러브의 기획실장이라고는 하나 그녀는 황제라는 직위도 있는 소위 "쎈년" 이고 미모나 아이큐로 보나 뭐하나 쉽게 대거리를 할 상대는 아닌 것이다. 더구나 봄볕이 장난이 아닌 게다. 지금 나가면 얼굴 가득 메울 기미는 내가 감당 해야 할 몫임은 분명하고. 지리적으로 보면 또 어떠한가? 38선을 넘어 몰래 북한에 잠입한 다음 무사히 낙동강을 건너는 것도 쉽지 않으며, 중국 낙양성까지 찾아가는 것 또한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간에 탈북자로 오인 받아 중국 공안당국에 전격 체포되어 뜻하지 않은 감옥살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무사히 낙양성에 도착한다손 치더라도 그 사이 나의 몰골은 중간계에서 탈출해온 골룸의 환생 그 자체일 것이다.
but. 측천무후 그녀가 어떤 위인이냔 말이다.
80세가 넘어서도 젊은 여자 못지 않은 미모와 정력을 자랑했던 여인네가 아닌가? 전해지는 문헌에 의하면 측천무후는 젊어서부터 꾸준히 자기 관리를 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비법이 있는 걸까? 함 맞짱이라도 떠서 알아봐야만 했다. 이제 그녀와의 대담을 여러 회원분께 알리고져한다.
잠시 메모장에 적어놓은 그녀의 정보를 살짝쿵 알려드리겠다. 스스로를 성신황제(聖神皇帝)라 일컬었다. 무측천(武則天: 624~705)의 본명은 무조(武照), 당(唐) 고종(高宗)의 황후였으나 고종이 죽은 후에 황제에 등극하였다. 황제로 16년간 재위하였지만 실제로는 50여년간 집권을 한 중국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자황제란 말이다.
어렵사리 중국에 도착한 본기자. 다짜고짜 그녀와의 인터뷰에 들어갔다.
실론티 : 본래 성질이 포악하시다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별거 아닌 걸로 '탄핵'하는 시대에 태어나셨으면 50년 간 장기집권하기 어려우셨을텐데요.
무측천 :말을 함부로 하는군. 포악하다니, 남성적 사고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던 시기에 내가 그 정도 기개를 부리지 않았다면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을 성 싶더냐? 내가 가만 보니 지금도 여자가 섹스의 주체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거 같은데. 나는 원래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실론티 : 흠 아직까지도 그렇죠. 말씀하신 것 중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섹스의 주체는 교감의 상대와 나 아닌가요?
무측천 : 이거 말을 못 알아 듣는군. 여자가 섹스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기 몸의 주체가 된다는 거야, '몸의 주인인 나'라는 거지.
본능에 충실할 수 있는 나를 자세히 볼 때 내 몸이 원하는걸 제대로 보는 게 아니겠냐고. 이거 미용비법 가르쳐주기 전에 섹스에 대해서 한 수 더 가르쳐야 할 것 같구먼. 여성 성인사이트에 있다고 하더니 혹시 숫처녀 아냐?
실론티 : 이게 무슨 소립니까? 저도 나름대로 섹스생활 십 년이 되어간단 말이죠.
무측천 : 이거 봐. 내가 오십여 년간 장기집권 했던 데는 이유가 있어. 이걸 오르가즘에 비유하도록 하지. 오르가즘을 성생활을 할 적마다 느끼려면 그만큼 스스로 노력이 뒤따른다는 걸 알아야 해. 나는 나라를 다스릴 적에 인재등용에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어. 그 뿐 인줄 아나. 발굴된 인재를 적재적소에 고루 잘 등용해서 오르가즘이 생활에 뿌리 박혀야 한다는 거야. 네가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섹스 할 때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성감대를 찾아서는 파트너에게 잘 전달해야겠지. 성의 주체자인 스스로가 봐도 만족스러워야 하는 거 아니겠어? 이걸 침실정치라고 해두자고. 정치는 침실에서도 이뤄진다니깐 그러네. 섹스가 가진 본질적인 행복감이란 '쾌감' 일테니깐 말야. 내가 뭐 하나 묻겠는데 정말 숫처녀 아냐?
실론티 : 다른 얘기나 하시죠. 전 결혼도 했단 말이에요.
무측천 : 난 두 번 했었는데.. 태종하고 한번, 고종하고 한번.. 뿐이 아니지. 이소덕, 소량사, 요승…
실론티 : 섹스파트너가 많았다는 게 자랑할 거리는 아니잖아요? 별걸 다 자랑하시는군요.
무측천 : 섹스는 실전의 문제라는 거지. 어디까지나 말이야. 이론적으로 어떠어떠 해야한다 알고만 있음 쥐뿔 소용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단거야. 실용화시키는 노력을 말한다는 걸 오해하는군.
실론티 : 그러니깐..미용비법의 결정판이나 얼른 알려주세요.
‘
무측천 : 과거에 섹스 했던 파트너 이름 가르쳐 줬더니만 왜 소릴 지르는 거야? 잘 못한 게 뭐 있다고… 예까지 온 성의를 봐서 가르쳐 줄테니 잘 받아 적어.
5월 5일에 익모초를 흙이 없도록 잘 캐어서는 그것을 햇볕에 말린 후 잘게 찧어서 체로 치는 거야. 거기에 다시 밀가루와 물을 넣어서 잘 섞은 다음 계란 크기 만한 약단(藥團)으로 빚어서 다시 햇볕에 말리는 거지. 그런 담에 황토로 화로를 만들어 사방에 구멍을 낸 다음 목탄을 쌓고 그 속에 이 약단을 넣어. 밥 한끼가 될 시간 동안 센 불을 가한 후에 다시 하루 밤낮 동안 약한 불을 가해봐. 고것이 식으면 꺼내어 잘게 갈아서 체로 친 다음에 건조한 자기 그릇 속에 넣어 두면 되거든 사용할 때는 활석분(델컴파우더) 십 분의 일, 연지 백분의 일을 함께 잘 섞어서 잘게 간 다음 목욕이나 세수할 때 발라서 씻어내면 되는 거다. 어때. 쉽지?
실론티 : 뭐가 쉬운 건지 알 수가 없군요. 밀가루와 계란은 그렇다 치고, 화로까지 만들어서 말리고 익히고..
무측천 : 섹스 할 때는 맘에 준비가 젤 중요한 거 아니겠어? 성의를 보여야 한단 말야. 외모도 그렇거니와 청결상태도 중요한거야.
측천무후와의 쌈질은 실론티의 완패로 끝났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본 기자 입술을 악다물며 다짐을 했다.
"오르고 또 오르려 노력하면 지가 안 되것냐"고.
예로부터 자기관리에 느슨했던 인물이 크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 무측천이 태어날 때부터 미모를 타고나서 섹스어필로 권력을 잡았다 해도,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황제의 여자>가 아닌 <왕을 섹스파트너로 가진 여자>로 거듭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요컨대 그녀가 침실권리에 있어서 정치적 능력을 펼치고, 본인의 의지대로 주체적으로 설 수 있었던 것도 그 자기관리의 결과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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